홍콩 연구팀, MACE 없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만 2000여명 추적관찰
프레드니솔론 1일 5mg 미만 저용량군, 비복용군과 MACE 위험 차이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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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글루코코르티코이드(스테로이드)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심혈관에 안전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용량은 문제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용량뿐 아니라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심혈관에 위험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반박하는 결과다.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지난달 24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인 프레드니솔론 저용량을 복용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치료받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 차이가 없었다.

저용량 스테로이드 심혈관 안전성, 연구마다 결과 달라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류마티스 관절염, 류마티스성 다발근통, 거세포동맥염,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면역 매개 염증질환 환자의 질병 활동 및 염증 억제를 위해 사용된다.

고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투약 용량 또는 치료기간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이 달라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논란이 되는 점은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심혈관 안전성이다. 

지난 2020년에는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심혈관에 위험하다는 주장에 힘을 더한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 결과가 PLoS Medicine을 통해 발표됐다(PLoS Med 2020;17(12):e1003432).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 매개 염증질환 환자 8만 7794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저용량인 1일 5mg 미만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치료군은 비치료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74% 더 높았다. 

이는 면역 매개 염증질환 환자에게 장기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진행할 때 최저 유효 용량을 투약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2021년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인 프레드니손 4mg 이하 저용량을 매일 복용해도 6개월~1년 동안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지 않았다(Ann Rheum Dis 2021;80(12):1522~1529).

 

프레드니솔론 매일 5mg 이상 치료 시 MACE 위험 매달 7%↑
1일 5mg 미만 복용 시 MACE 위험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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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심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중문대학 Lai-Shan Tam 교수 연구팀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용량 및 치료기간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조사했다.

2006~2015년 홍콩 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된 등록 당시 MACE가 없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만 2233명을 10만 5826명 환자-년(patient-years) 동안 추적관찰했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8.7년이었다. 

1차 목표점은 심근경색, 불안정 협심증,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혈관 사건, 일과성 허혈발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으로 정의한 MACE 첫 발생이었다. 추적관찰 동안 860명(7.0%)에게서 MACE가 발생했다. 

교란요인을 보정한 이후 시변분석(time-varying analyses)을 시행한 결과, 프레드니솔론 1일 5mg 이상 복용군은 비복용군 대비 MACE 위험이 2배가량 의미 있게 컸다. 또 프레드니솔론 5mg 이상을 매일 복용하면 MACE 위험이 매달 7% 증가했다. 

반면 프레드니솔론 1일 5mg 미만인 저용량 복용군은 비복용군과 비교해 MACE 위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Tam 교수는 논문을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MACE 위험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용량 및 치료기간에 의존적으로 증가했다"며 "그러나 초저용량인 프레드니솔론 1일 5mg 미만의 MACE 위험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기존에 상충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이유는 C반응단백(CRP) 수치에 대한 보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등 교란요인이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전신염증, 전통적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다른 치료 등을 통제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MACE 위험에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용량 및 치료기간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용량, 심혈관 안전성 확인해도…다른 위험 없을까?

그러나 향후 연구를 통해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심혈관에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할지라도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용량 및 치료기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용량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효과적인지 그리고 다른 잠재적 위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류마티스학회(ACR)와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는 일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단기간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치료가 필요할 경우 독성 위험을 고려해 최대한 짧은 기간 동안 효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최소 용량을 투약하도록 권하고 있다. 

특히 글루코코르티코이드 1일 5mg 미만 저용량이 심혈관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조사된 만큼, 가능한 한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장기 치료를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Tam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심혈관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neutral)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용량이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 골 손실, 감염 위험 증가, 이상지질혈증, 고혈당증 등 다른 잠재적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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