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일 2023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배상철 조직위원장(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LUPUS & KCR 2023 조직위원장 배상철 교수(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LUPUS & KCR 2023 조직위원장 배상철 교수(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LUPUS 2023)를 국내에서 개최하며 글로벌 보건의료체계 접근성 문제와 환자 중심 의학 등에 대한 논의 시간을 갖는다. 

17~20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와  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학술대회(LUPUS & KCR 2023)가 함께 개최된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루푸스 분야 학술대회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LUPUS 2023의 국내 개최가 국내 학계 위상 강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 유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내고, 5년간 준비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세계 루푸스학회 회장이자 대한류마티스학회 회장인 배상철 교수(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다. LUPUS & KCR 2023 조직위원장인 배 교수를 만나 이번 학술대회 개최 의미를 들었다. 

-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다. 유치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2016년 루푸스연구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당시 루푸스연구회 활동을 활성화시키려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세계 학술대회를 국내에 유치해야겠다고 생각해 조사했고,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가 2년 간격으로 대륙별로 돌아가며 개최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1년 이상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심승철 사무총장(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과 프리랜서 1명을 고용해 총 3명이 학회나 누군가의 금전적 도움을 받지 않고 자비로 준비했다. 

2019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 유치를 결정할 때 경쟁자 중 일본, 싱가포르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우리나라가 선정됐다. 선정 기준은 조직위원장의 학문적 역량이 충분한지, 개최지가 학술대회를 치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펀딩에 성공할 수 있을지 등이었다. 준비를 잘 한 끝에 아무런 이의 없이 선정됐다. 

이번 학술대회 개최 전 코로나19(COVID-19)로 다들 걱정이 많았고 학술대회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과거 스페인 독감이 3년을 가는 걸 보고 코로나19 역시 3년 후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학술대회를 운영하면 실제 참석자가 줄어들고 마지막 순간에 오지 않는 사람도 많아 한국으로서는 별로 이롭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래서 오프라인 개최를 강행했다. 다행히 이번 학술대회에 1500여명이 등록했다. 

-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썼는지?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첫 번째로 키노트 강의에 우리의 철학을 담았다. 예전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키노트 강의에 한국의 발전 사항이나 역량, 과학,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케인 교수의 'The Words' 강의다. 멕케인 교수는 1960년대 한국 안동 농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어학으로 석박사를 거친 후 하버드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교수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을 담으려 했다. 

두 번째로 정책 문제를 다뤘다. 헬스케어 접근성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루푸스 관리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등 국가별 문제를 이슈화하고자 했다. 이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밖에 다룰 수 없는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종 간 갈등이 큰 이슈다.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했던 역사가 남아있고 그 역사가 병의 발생과 경과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는 도덕적 문제로, 우리가 질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그러한 사회적 결정요인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로 환자에 중점을 뒀다. 세계 루푸스 학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환자 중심 관점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환자 세션을 구성했다. 또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직면해 있는데 루푸스 환자들은 대부분 가임기 여성이다. 환자 중에는 임신을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원하는 사람도 있다. 루푸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이번 학술대회 개최가 국내 학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길 기대하나?

무언가를 하면서 준비를 많이 하면 5~6단계가 올라가고, 적게 하면 1~2단계밖에 못 올라간다. 이번 세계 학술대회를 개최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학술대회를 더 잘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017년에 국제 학술대회를 처음 국내에서 개최했는데 당시만 해도 해외 연자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당시 내가 속했던 세계 루푸스 연구회 핵심 멤버 40여명을 모두 초대했다. 북핵 문제 때문에 한국에 오길 두려워하는 분위기었고 방문을 취소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실제 참석자들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연자 초대가 수월했다. 다들 초대에 이의 없이 응하더라. 이처럼 옛날에 쌓인 것이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가 잘 개최된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는 후원도 국내 제약사로부터만 받았는데 이번에는 글로벌 본사와 협업하며 어떻게 협상하고 진행하는지 많이 경험했다. 경험을 안 하면 알 수 없는 일들이다. 다음 국제 학술대회 개최 때는 훨씬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최가 잘 이뤄져 한국 류마티스 학계가 세계에서 인정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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