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현장의 큰 동요는 없어... 간호사들 속으로 '부글부글'
간호사들 "준법투쟁 파급력 강하겠지만 환자들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
간협, 19일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 예정

▲19일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9일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대한간호협회가 준법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간호 현장에는 큰 움직임 없이  숨을 고르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간협은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며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튜브(tube) 및 T-튜브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 불법지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18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등 몇몇 대형병원의 상황을 취재했는데, 그동안 간호사들이 하던 업무를 거부하는 등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 이후 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데, 아직 별다른 이슈가 없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도 "아직 간호사들의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순천향의료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19일 오프(휴가)인 간호사들이 서울로 올라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동안 하던 업무를 거부하는 등의 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준법투쟁 아니라 총파업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간협 집행부가 준법투쟁을 선언했음에도 현장의 간호사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간호사들은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격분하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한 간호사는 "병동에서 의사들과 같이 일하기 때문에 간호법에 대한 말을 하지 않는다. 간호부에서도 지침이 없어 조용히 하고 있다"며 "그동안 간협 집회에도 참여하는 등 열심히 했는데, 간호법이 거부돼 분한 마음이 든다. 병원 내 간호사들이 19일 총파업에는 모두 참여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병원 내 간호사들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간호사도 대통령이 급한 불만 끄려고 공약을 지지키 않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과계 진료과에서는 간호사들이 간호 업무 외에 처방, 기록 등의 업무를 한다"며 "의사는 수술방에 모두 들어가고, 남아 있는 환자는 전문간호사들이 본다. 전문간호사들이 중간에 없으면 병원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즉각 준법투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당장 준법투쟁에 참여하면 파급력은 세겠지만 그렇게 못한다.  간호사들이 그동안 해오던 의사 업무를 갑자기 안 하면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방 모 대학의 한 교수는 간협이 준법투쟁이 아니라 총파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는 "간호법은 환자를 지키고, 간호사의 노동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뜨고 코베인 기분"이라며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제대로 호소도 못하는 것은 물론 채 20분 안 되는 시간 안에 식사를 하는 것을 보면 노동인권이 얼마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협이 준법투쟁을 얘기했는데, 실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나 다른 직무의 업무를 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며 "간협이 준법투쟁이 아니라 총파업 등 세게 나가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은 "예의주시" 

간협이 준법투쟁을 선언하자 대학병원 등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걱정이 앞섰고, 개원가 의사들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진료챠트나 처방을 내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PA가 1만명 이상인데, 이들이 손을 놓으면 현장은 엉망이 된다"고 걱정했다. 

강북삼성서울병원의 한 교수도 PA들이 손을 놓으면 당장 대안이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개원가 등 몇몇 의사는 이번 기회에 위법행위가 근절되고, 의사가 의사 일을 하는 의료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한편, 간협은 19일 오후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권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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