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16일 입장문 발표
“비대면 진료 시 시진·청진·촉진·문진·타진 불가능”
코로나19 이후 초진 허용 국가도 제한적 조건 하에서 허용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은 정확하고 안전한 진단 및 처방이 불가능하다”라며 “초진 허용은 진술만으로 피의자의 범죄 확정과 같다”고 강하게 반대 입장을 펼쳤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9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초진 환자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대통령실에 전달했으며,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도 비대면 진료를 초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은 국민의 건강 침해 위험성이 높고, 안전성이 대면진료보다 낮다”며 대면 진료의 특징을 설명했다.

대면 진료는 환자가 진료실을 걸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환자의 표정, 걸음걸이, 동작, 소리, 냄새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환자의 질환에 대해 추정 및 진단을 하게 된다.

대면 진료의 첫 단계에서 의사가 사용하는 기본진찰 방법은 시진(눈으로 봄), 청진(귀로 들음), 촉진(환부를 만짐), 문진(병력을 물어봄), 타진(병소를 두들겨 봄) 등을 통해 환자의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

이후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후속 과정으로 기본 관찰 후 의사의 판단과 처방에 의해 혈액검사나 의료기기 및 첨단 의료장비를 사용해 영상 검사 및 기능 검사 등을 시행하고 종합적으로 최종 확진을 하게 된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어떤 방법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비대면 진료의 초진은 대면 진료의 기본진찰 방법 중 촉진과 타진이 불가능하며, 오로지 시진과 함께 제한적 청진(청진기 등 사용 불가), 문진 정도로 환자를 진단하게 된다.

또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기능검사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진 환자의 경우 오진의 위험성이 높아 환자 건강을 침해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전화 진료인데 전화 진료는 환자 본인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방식이다.

연구소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 검증됐다며 발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현황과 실적’ 자료에 대해 “이 자료는 비대면 진료 이용 횟수를 단순히 계산해 제시한 것으로 정밀한 비대면 진료 안전성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 개개인의 비대면 진료 이용 정보를 타임라인별로 추적하고 건강 수치 변화 혹은 합병증과 기타 질환 와병 유무 등을 심도 있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비대면 진료를 오랫동안 시행해 온 해외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이전 초진은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대부분 국가에서도 초진이 비대면 진료의 진료 형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고,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초진 불가, 재진 환자 위주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첫 번째 원칙이다”라며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의 초진 허용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자 건강에 대한 위험성 부담은 오롯이 의사의 책임”이라며 “환자의 건강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을 책임도 없는 플랫폼 업체들의 요구로 인해 양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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