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대서울병원 윤하나 교수(비뇨의학과)

국내 1호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이대서울병원 윤하나 교수(비뇨의학과)는 남성성이 강한 비뇨의학과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홍보 활동을 꾸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1호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이대서울병원 윤하나 교수(비뇨의학과)는 남성성이 강한 비뇨의학과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홍보 활동을 꾸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비뇨의학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발기부전, 성기 확대 등 남성의 성 기능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여성 환자들은 비뇨기 질환이 있어도 비뇨의학과 보다 산부인과를 찾는 게 더 편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뇨의학과는 남성 전문 진료과라는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 요실금, 배뇨장애, 과민성 방광, 성기능 장애, 골반통 증후군, 골반장기탈출 등 비뇨기 문제를 겪는 여성 환자가 늘면서 자연스레 비뇨의학과를 이용하는 게 당연해졌고, 여성 전문의를 직접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본지는 한국 1호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이자, 교수인 이대서울병원 윤하나 교수(비뇨의학과)를 만나 앞으로 비뇨의학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윤 교수는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여성도 배설과 관련된 질환은 비뇨의학과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임하겠다고 했다.

- 비뇨의학과 국내 1호 여성 전문의이다. 비뇨의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인턴 실습 당시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외과에 마음이 끌렸다. 신경외과, 정형외과는 응급수술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비뇨의학과는 외과적, 내과적인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비뇨의학과가 내외과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결국 전문의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 선택할 당시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사실 본과 3학년 때 비뇨의학과 지원을 결심했었다. 비뇨의학과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전공의 지원을 다시 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주변에서도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당시 비뇨의학과 주임교수의 걱정이 컸다. 여성 비뇨의학과 전공의를 받아 키워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다고 했었다. 나 때문에 비뇨의학과 교수님들과 의국에서 몇 번을 회의했었다고 했다.

인턴, 전공의 생활 중에 여성이어서 힘들었던 건 없었다. 오히려 첫 여성 전공의였기에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더 많았다.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것 같다. 되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욕심을 채우기에는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얼마나 되나. 외국과의 차이가 크나.

현재 국내에는 총 58명의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40명에 불과했는데, 최근에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전체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는 외국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홍콩만 해도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10% 이상이다. 비뇨기계 종양, 남성 전문 성의학, 발기부전 등 영역에 진출한 여성 전문의도 상당히 많다.

아무래도 한국은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성 전문의가 성공하는 사례가 잘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 여성이 비뇨의학과에 잘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비뇨의학과는 외과 계열인지라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과가 아니다. 환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신체 기관을 다루다 보니 기능 보존을 위해 수술에 보다 섬세해야 하며, 약 처방도 더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비뇨의학과는 외과 계열 중에서도 마이너 진료과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환자 수술로 보낼 때도 있다. 이 때문에 비뇨의학과 전문의로서 먹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여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실제 학생들을 보면 비뇨의학과가 어떤 질환을 진료하는지도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

- 비뇨의학과는 남성성이 강한 진료과로 인식된다. 원인은 무엇인가.

과거 비뇨의학과에 질환 특성상 남성들이 즉각 알아 차릴 수 있는 성병 환자들이 많이 찾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비뇨의학과의 시초는 피부비뇨기과였는데 피부과와 비뇨기과로 진료과가 나뉘어지면서 비뇨기과에 성병 환자가 모이는 현상이 수십년간 진행되면서 남성성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남성 성 관련 질환은 비뇨의학과 진료 영역 중 일부일 뿐인데 첫 단추가 안좋게 끼워져 결국 자극적인 것만 남게 된 것 같다.

- 여성 환자는 산부인과를 더 선호한다.여성 환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이른바 '여성비뇨의학과'가 필요하진 않을까.

그동안 비뇨기 질환을 가진 여성들은 비뇨의학과가 아닌 산부인과를 더 찾았다. 질환 자체가 상당히 민간함 만큼 남성 의사에게 증상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를 꺼려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보다 여성 비뇨의학과 개원의가 많아져 여성 환자들의 문턱이 낮아졌다. 실제로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배뇨 관련 질환을 전문으로 개원하면 여성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를 고려할 때 여성 배뇨 관련 질환을 전문으로 개원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실제로 여성에게 호발하는 방광염, 방광 탈출, 요실금을 비롯해 여성 성기능 장애와 관련된 Female Urology 학문이 있다. 다만, 국내서는 이를 진료과로 세부적으로 나누진 않은 상태다.

앞으로는 여성 비뇨기 분야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여성 전문의 증가뿐 아니라 비뇨의학과는 방광, 요도 관련 질환을 진료 및 치료한다는 점을 대한비뇨의학회에서 많이 홍보한 결과라 생각한다.

-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도 생각하고 있나.

'배설과 관련된 질환은 비뇨의학과로' 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비뇨의학과의 역사는 70년 남짓이다. 그간 쌓여온 인식이 순식간에 바뀌기는 어렵다고 본다. 1995년 내가 첫 전문의 자격을 땄을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여성 전문의도 많이 배출됐고 여성 환자도 많아졌다.

우리가 비뇨의학과의 인식을 바꿔 앞으로 환자들이 진료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비뇨의학과의 남성성을 지우기 위해서는 생식기 관련 다른 질환도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고, 더 전문적이라는 것을 알리는 방법 뿐이다. 

- 여성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기간 동안 병을 묵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비뇨기 질환은 증상이 발견되면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증상이 오래 될수록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비뇨기 질환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 신체에 이상이 생기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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