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가이드라인, 메트포르민 1차 권고…동반질환 고려해 병용요법 주문
美 연구팀 "SGLT-2i·GLP-1RA, 1차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비용 낮춰야"
국내 전문가 "합병증 예방에 도움 될 수 있으나 경제성 무시하기 어려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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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신장 보호 혜택을 입증한 신규 혈당강하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가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 동안 당뇨병 1차 치료제로서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트포르민을 앞서진 못하고 있다.

게다가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당뇨병 환자에게 임상적 혜택이 클지라도 앞으로도 메트포르민보다 먼저 권고하긴 어렵다는 학계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약제의 비용 효과성이 메트포르민보다 낮다는 이유다.

메트포르민, 1차 치료제 자리 견고

국내외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메트포르민은 혈당 강하 효과에 더해 심혈관·신장 보호 혜택을 입증한 혈당강하제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지위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1차 치료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2022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메트포르민은 첫 번째 당뇨병 치료제 지위를 지켰다. 그러나 혈당에 따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 만성 콩팥병을 동반했거나 위험요인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르민을 병용 또는 병용하지 않은 SGLT-2 억제제, GLP-1 제제 등 치료가 적절한 초기치료라고 명시했다.

유럽당뇨병학회(EASD)·ADA가 지난달 발표한 '2형 당뇨병 고혈당 관리'에서도 메트포르민은 동반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는 ASCVD가 없는 당뇨병 환자에게 2차 치료제로 권고했다. 

단 초기 진단 시 항당뇨병제 병용요법으로 적극적 관리를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근거가 쌓여 개별화된 환자 중심 의사결정에 따라 병용요법을 초기부터 진행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대한당뇨병학회 '2021 당뇨병 진료지침 제7판'에서도 메트포르민은 1차 치료제로 위치를 고수했다. 동반질환에 따라 심부전을 동반했거나 알부민뇨 또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한 경우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 고려하도록 했다. ASCVD 동반 시 병용요법으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먼저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美 연구팀 "지금보다 가격 SGLT-2i 70%·GLP-1RA 90% 낮춰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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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당뇨병 치료 근간이 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치료 비용 때문이다.

지난 2월 의학 논문을 사전발표하는 '메드아카이브(medRixv)'에 실린 조사에 따르면, 2018~2020년 미국에서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는 당뇨병 성인 환자 11~14%에게만 처방됐다. 같은 기간 새로운 처방은 유의하게 늘지 않았다. 

게다가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 처방은 치료 시작 이후 감소했다. 치료 시작 3개월 후 3명 중 2명만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약했고 12개월까지 계속 처방받은 환자는 절반에 그쳤다.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는 메트포르민 등 저렴한 치료제에 비해 환자가 느끼는 재정적 부담이 커 처방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치료 비용이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 처방을 주저하게 하는 장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 1차 치료제로서 비용 효과성을 평가한 연구에서도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의 한계가 드러났다.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한 메트포르민을 넘기 어렵다고 평가된 것.

연구에서는 치료력이 없는 미국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GLP-1 제제 치료에 따른 기대수명, 평생 비용,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등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환자군과 비교해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투약한 환자군의 평생 울혈성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등 발생률은 각 4.4%와 5.2% 낮았다.

그러나 미국 내 지불의사금액 임계값인 1질보정수명(QALY)당 15만 달러 미만인 치료제는 메트포르민만 해당됐다. 15만 달러 미만의 비용 효과성을 보이려면 SGLT-2 억제제는 매일 5달러(연간 1800달러, 한화 연간 약 258만원), GLP-1 제제는 매일 6달러(연간 2100달러, 한화 연간 약 301만원) 미만으로 비용을 조정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SGLT-2 억제제는 지금보다 70%, GLP-1 제제는 90% 이상 비용을 낮춰야 1차 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 대비 비용 효과성을 보였다(Annals of Internal Medicine 10월 3일 온라인판).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상당히 비싸다는 근거"라며 "두 약제는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비용이 더 저렴해지면 많은 사람이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GLT-2 억제제·GLP-1 제제, 1차 치료제 권고 어려울 것"

국내 전문가들도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의 비용적 한계에 동의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당뇨병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길병원 이대호 교수(내분비내과)는 "메트포르민은 상당히 저렴하고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 근거가 많이 쌓였다"며 "여러 혜택이 있는 좋은 치료제를 가장 먼저 사용하면 좋겠지만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 환자의 재정적 부담, 급여 상황 등 경제적 측면에서 앞으로도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메트포르민을 넘어 1차 치료제로 올라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대 안암병원 배재현 교수(내분비내과)는 "합병증 예방 측면에서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당뇨병 환자에게 도움 될 수 있다. 하지만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당뇨병 환자의 10~20년 이후를 생각하면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규제 당국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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