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코호트 연구 결과, 3명 중 1명 메트포르민 초기치료 실패
美FDA, 경구용 GLP-1 제제 '리벨서스' 1차약 허가
국내 전문가 "국내에서 리벨서스 1차로 사용하기엔 현실적 어려움 있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메트포르민에 이어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항당뇨병제가 늘면서 메트포르민 초기치료 실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 당뇨병 성인 환자 대상 코호트 연구에서 메트포르민만으로 초기치료를 시작한 3명 중 1명은 치료에 실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GLP-1 억제제 작용제(GLP-1 제제)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당뇨병 성인 환자의 1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메트포르민 1차치료 실패율 '33%'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1차 치료제이지만 초기치료 실패율이 높다고 보고된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Suzette J. Bielinski 교수 연구팀이 미국 전자건강기록(EHR)을 분석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1차 치료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을 일관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 미시시피, 미네소타 등 세 곳에서 메트포르민 치료를 시작한 2만 2047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메트포르민 치료 실패를 예측할 수 있는 인구 통계학적·임상적 요인 등을 조사했다. 전체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57세였고 여성이 48%를 차지했다. 

메트포르민 치료 실패는 18개월 이내에 당화혈색소 7% 미만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다른 항당뇨병제를 추가해 2제요법을 시작한 경우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메트포르민 치료 실패율은 33%로 3명 중 1명이 1차치료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진행 시 혈당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았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인 XGBoost(eXtreme Gradient Boosting) 모델로 조사한 메트포르민 치료 실패 위험 예측인자는 당화혈색소, 나이, 성별, 인종 등이 꼽혔다. 

특히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수치는 가장 강력한 메트포르민 치료 실패 예측인자였다. 메트포르민 치료 실패 위험은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7.5~8.0%에서 두드러졌다. 

Bielinski 교수는 "이번 결과는 혈당 조절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초기 강력한 치료를 진행하며 모니터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제로 투약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적화된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1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FDA, 치료경험 없는 당뇨병 환자 약제로 리벨서스 허가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당뇨병 1차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의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FDA는 리벨서스를 당뇨병 초기치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노보노디스크는 FDA가 당뇨병 치료경험이 없는 당뇨병 성인 환자의 당화혈색소를 낮추기 위한 초기치료로 식이요법 및 운동과 함께 리벨서스 7mg 또는 14mg을 복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12일(현지시각) 밝혔다. 당뇨병 환자의 초기치료로 리벨서스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제품 라벨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리벨서스는 혈당이 높을 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간에서 당 분비를 감소시키며 식사 후 위에서 음식물 통과를 지연시키는 등 세 가지 방식으로 혈당을 낮춘다.

2019년 FDA 승인을 받은 알약 형태의 최초이자 유일한 GLP-1 제제이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리벨서스 3mg, 7mg, 14mg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식이요법 및 운동을 진행하며 리벨서스를 복용하면 혈당조절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메트포르민 치료 어려울 때 리벨서스만 1차로 사용 가능"

FDA가 리벨서스를 메트포르민과 함께 1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지만, 다른 GLP-1 제제도 리벨서스와 같은 길을 걷기란 어려워 보인다. 경구제인 리벨서스를 제외한 GLP-1 제제는 주사제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이대호 학술이사(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리벨서스와 달리 다른 GLP-1 제제는 주사제"라며 "주사제는 투약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등 치료 관련 문제가 있다. 같은 계열의 GLP-1 제제일지라도 주사제를 1차치료제로 사용하기란 어려움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메트포르민에 더해 리벨서스를 당뇨병 1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미국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많아 1차치료제로 리벨서스 등 GLP-1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보험 적용 문제로 인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원 이사장은 이어 "만약 우리나라에서 리벨서스에 보험이 적용된다면 당뇨병 치료 시 메트포르민과 리벨서스 중 초기약제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보험 적용 문제가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리벨서스만 당뇨병 1차치료제로 사용하기보단 메트포르민과 병용요법으로 투약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학술이사는 "FDA가 리벨서스를 1차치료제로 허가했을지라도, 메트포르민과 리벨서스의 작용 기전이 다를 뿐더러 비용도 차이가 있다"면서 "메트포르민은 당뇨병의 기저치료로 생각해야 한다.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있거나 메트포르민을 투약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리벨서스만 1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지만, 메트포르민을 제외하고 리벨서스만 투약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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