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UKPDS 44년 추적관찰 결과,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서 발표
진단 초기 약물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군, 44년 이후에도 심근경색·사망 등 위험 감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에서 진단 초기 적극적 혈당조절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고 조기에 약물로 철저하게 혈당을 조절했을 때 임상 예후 개선 혜택은 진단 이후 44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영국에서 진행됐고 당뇨병 관련 무작위 대조군 연구 중 가장 오랫동안 추적관찰이 이뤄진 UKPDS 44년 연구에서 확인됐다. 결과는 지난달 19~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2)에서 공개됐다.

이번 결과는 초기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유산효과(legacy effects)를 뒷받침한다.

UKPDS 20년 연구 종료 이후 10년 모니터링 결과,

합병증 예방 효과 유지

UKPDS 연구는 1977년 시작돼 1997년 완료됐다.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를 식이요법 중심의 표준관리군과 약물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군에 무작위 배정해 합병증 예방 결과를 비교했다. 적극적 혈당조절군은 설포닐유레아/인슐린을 투약하거나 과체중이라면 메트포르민을 복용했다.

1998년 발표된 20년 추적관찰 결과에서 적극적 혈당조절군의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은 표준관리군보다 유의하게 감소했으나 대혈관 합병증 위험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이어 UKPDS 연구 종료 이후 2007년까지 10년간 생존자들을 모니터링한 결과, 적극적 혈당조절군의 미세혈관 합병증 예방 효과가 유지됐다. 게다가 심근경색,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 위험도 앞선 20년 결과와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는 UKPDS 연구의 20년 추적관찰에서 나타난 조기 적극적 혈당조절 혜택이 연구가 종료된 10년 이후에도 유지되거나 더 좋은 결과를 보임을 시사한다.

44년 생존자 관찰 결과,

SU/인슐린 치료군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26%↓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세 번째 UKPDS 연구에서는 2007년 이후 14년을 더해 총 44년 동안 생존자를 추적관찰했다. 

영국 국민건강시스템(NHS)을 통해 병원입원통계, 사망 등 데이터를 수집했고, 임상 및 연구 후 모니터링 데이터와 결합해 추적관찰 기간을 44년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UKPDS 연구에 참여했던 총 5102명 중 84.4%가 사망해, 설포닐유레아/인슐린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군 329명, 메트포르민 치료군 37명, 표준관리군 118명이 분석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설포닐유레아/인슐린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군은 표준관리군 대비 △모든 당뇨병 관련 목표점 10% △심근경색 15% △미세혈관 합병증 26%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11% 등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적극적 혈당조절군도 표준관리군과 비교해 △모든 당뇨병 관련 목표점 19% △심근경색 31%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25% 등 위험이 낮았다. 단,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은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조기 적극적 혈당조절의 유산효과를 바탕으로 50세 남성이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고 당화혈색소가 8%인 경우를 가정하면, 10년간 당화혈색소를 8%로 유지하고 이후 10년간 7%로 낮추고자 관리했을 때 사망 관련 상대위험감소율(RRR)은 6.6%로 추정됐다. 

그러나 진단 초기부터 20년 동안 당화혈색소를 8%에서 7%로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사망 관련 RRR은 18.6%로, 앞선 결과보다 3배가량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됐다. 

조기 적극적 치료 시작 중요…유병기간 긴 환자는 예외

이번 연구 결과는 20년간 진행된 UKPDS 연구가 종료된 이후 24년 동안 개입하지 않아도 조기 적극적 혈당조절군의 심근경색, 사망 등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능한 한 빨리 당뇨병 환자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남대병원 원규장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생활습관 개선만이 왕도가 아니다"라며 "최근 효과적인 항당뇨병제가 임상에 도입됐다. 진단 초기부터 항당뇨병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진상만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당뇨병 진단 초기 적극적 혈당조절에 따른 유산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합병증 진행 전 인슐린 분비능이 어느 정도 보존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기된다"며 "UKPDS 44년 추적관찰 결과는 임상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기보단, 조기 적극적 혈당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단 적극적 혈당조절에 따른 유산효과는 당뇨병 진단 초기 환자에 국한된다. 당뇨병 유병기간이 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ACCORD 연구에서 적극적 혈당조절에 따른 위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ACCORD 연구에는 당뇨병 유병기간이 평균 10년이면서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위험요인을 2개 이상 가진 심혈관질환 고위험 당뇨병 환자가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당화혈색소 7~7.9%인 표준치료군과 6% 미만인 집중치료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는 중간분석에서 집중치료군의 사망 위험이 표준치료군보다 의미 있게 높아 계획된 연구 기간보다 일찍 종료됐다.

여의도성모병원 권혁상 교수(내분비내과)는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는 조기 적극적 혈당조절 혜택이 크지만, 진단 이후 수십 년이 지난 고령 환자는 갑자기 혈당을 크게 낮추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미국당뇨병학회(ADA)와 EASD는 당뇨병 환자 특징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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