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초고위험군 대상 RACING 결과, 고강도 스타틴과 유효성 비슷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군 치료 중단 적어
세브란스병원 김병극 교수 "비열등성 입증해 환자에게 또 다른 치료옵션 생겨"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치료전략으로 입지를 다졌다.

주요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ASCVD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권고하는 가운데,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은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유사한 예후 개선 효과를 보이면서 치료 중단 또는 용량 감량 비율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세브란스병원 김병극·홍성진 교수(심장내과) 연구팀이 국내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장기간 임상적 예후를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한 RACING 연구에서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Lancet 7월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으로 진행됐다.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 vs 고강도 스타틴, 장기간 유효성·안전성 비교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인 70mg/dL 미만 또는 55mg/dL 미만에 도달하기 위해 최대내약용량의 고강도 스타틴을 복용해야 한다. 고강도 스타틴에는 로수바스타틴 20·40mg, 아토르바스타틴 40·80mg 등이 있다.

그러나 치료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가지 치료제 용량을 늘리기보단 여러 약제를 병용하면 효과를 높이면서 이상반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다. 항고혈압제 4제 복합제와 한가지 항고혈압제를 비교한 QUARTET 임상3상에 따르면, 4제 복합제 투약 시 혈압 강하 효과가 컸고 내약성과 안전성이 좋았다(Lancet 2021;398(10305):1043~1052).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은 스타틴 치료 용량을 줄이면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어 고강도 스타틴 관련 이상반응 또는 불내성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 치료전략의 장기간 임상적 예후를 비교한 무작위 임상연구는 없었다.

2015년 발표된 IMPROVE-IT 연구는 심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심바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했지만 고강도가 아닌 중강도 스타틴을 사용했다. 

이번 RACING 연구는 ASCVD 환자에게서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장기간 임상적 유효성 및 안전성을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하고자 진행됐다. 

3년 추적관찰 결과,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 '비열등'

RACING 연구는 무작위 오픈라벨 비열등성 연구로 디자인됐다. 2017년 2월 14일~2018년 12월 18일 국내 26개 의료기관에서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에 도달하기 위해 고강도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ASCVD 환자 3780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64세였고 남성이 75%를 차지했다. 심근경색 과거력이 있는 환자군은 40%였고, 66%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았으며 37%가 당뇨병 환자였다.

전체 환자군은 중강도 스타틴(로수바스타틴 10mg)+에제티미브(10mg) 병용요법군(중강도 병용요법군, 1894명) 또는 고강도 스타틴(로수바스타틴 20mg) 단독요법군(고강도 스타틴군, 1886명)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으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비치명적 뇌졸중 등을 종합해 확인, 고강도 스타틴군 대비 중강도 병용요법군의 비열등성을 평가했다. 비열등성 한계(margin)는 2.0%로 설정했다.

3년 추적관찰 결과, 1차 목표점은 중강도 병용요법군 9.1%(172명), 고강도 스타틴군 9.9%(186명)에게서 발생했다. 두 군간 차이는 0.78%p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HR 0.92; P=0.43). 사후분석에서 두 군간 1차 목표점 차이의 97.5% 신뢰구간(CI) 상한은 1.13%로 비열등성 한계인 2.0%를 충족했다. 

이와 함께 2차 목표점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MACE,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률은 중강도 병용요법군 9.8%(186명), 고강도 스타틴군 10.4%(197명)였고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김병극 교수(심장내과).
▲세브란스병원 김병극 교수(심장내과).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달성률은 1, 2, 3년째 중강도 병용요법군이 각 73%, 75%, 72%, 고강도 스타틴군이 각 55%, 60%, 58%로, 중강도 병용요법군의 달성률이 모든 해에 유의하게 높았다(모두 P<0.0001).

2019년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인 55mg/dL 미만 달성률은 1, 2, 3년째 중강도 병용요법군이 각 42%, 45%, 42%, 고강도 스타틴군이 각 25%, 29%, 25%로 조사됐다.

아울러 불내성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인 비율은 중강도 병용요법군 4.8%(88명), 고강도 스타틴군 8.2%(150명)로 고강도 스타틴만 복용할 때 더 높게 나타났다(P<0.0001). 

결과적으로, ASCVD 환자에서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은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3년 임상적 유효성이 비열등했다. 또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더 많이 도달했고 치료 중단 또는 용량 감량이 적게 이뤄졌다.

이번 결과는 최대내약용량의 중강도 스타틴을 복용하는 ASCVD 환자에게 에제티미브 추가를 권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임상에서는 고강도 스타틴 불내성이거나 이상반응 위험이 높은 ASCVD 환자라면 스타틴 용량을 늘리기보단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일찍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극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고강도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데 스타틴 용량을 늘리면서 생기는 이차적 문제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ASCVD 환자가 스타틴 용량을 줄인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면 고강도 스타틴만 복용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얻으면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열등성을 입증하면서 ASCVD 환자에게 또 다른 치료옵션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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