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마다 유병률 2~3%에서 최대 50%까지 보고돼
400만명 대상 메타분석 결과, 유병률 9.1%…진단기준 따라 비슷
폴란드 연구팀 "스타틴 과민증 관련 증상 있다면 신중히 평가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타틴 과민증(statin intolerance) 유병률이 과대평가 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400만명 이상이 포함된 스타틴 과민증 조사 연구 176개를 메타분석한 결과, 기존 연구 결과보다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양한 스타틴 과민증 진단기준에 따른 유병률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스타틴 과민증은 스타틴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반응으로 인해 스타틴 치료 순응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복용을 중단하면 심혈관질환에 이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스타틴 과민증은 임상에서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여러 연구에서 스타틴 과민증 유병률을 조사했으나, 전문가 단체에 따라 정의가 달라 유병률 범위는 2~3%에서 최대 50%까지 넓게 보고된다. 

이번 메타분석은 전체 스타틴 과민증 유병률을 추산하면서 진단기준에 따른 유병률 차이를 파악하고자 진행됐다. 이와 함께 스타틴 과민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도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European Heart Journal 2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문가 단체 진단기준별 유병률 '6~7%'로 비슷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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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까지 스타틴 과민증을 조사한 176개 연구가 메타분석에 포함됐다. 무작위 연구는 112개, 코호트 연구는 64개였다. 분석 대상이 된 환자는 총 414만 3517명이었다.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전체 스타틴 과민증 유병률은 9.1%로 약 10명 중 1명이 스타틴 과민증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 단체별 스타틴 과민증 진단기준에 따른 유병률은 6~7% 수준으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미국국립지질협회(NLA)는 스타틴 과민증을 삶의 질과 관련된 이상반응으로 인해 다른 효과적인 약물 투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를 적용한 유병률은 7.0%였다.

국제지질전문가패널(ILEP)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충분히 낮추기 위해 필요한 스타틴 용량을 견디지 못하고 스타틴 관련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를 스타틴 과민증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른 유병률은 6.7%였다. 

유럽동맥경화학회(EAS)는 스타틴 관련 근육통증(SAMS)에 중점을 두고 근육증상, 크레아틴키나제(CK) 수치 증가 및 스타틴 치료 시작·중단·재시작의 시간적 연관성 등을 고려해 SAMS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한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유병률은 5.9%였다.

연구 유형에 따른 스타틴 과민증 유병률은 무작위 연구가 4.9%로, 코호트 연구 17%와 비교해 낮았다.

또 심혈관질환 1차 예방만 평가한 연구와 2차 예방만 확인한 연구에서의 스타틴 과민증 유병률은 각 8.2%와 9.1%였지만, 1차 및 2차 예방 환자를 모두 포함한 연구에서는 1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울러 스타틴 지용성 성질은 과민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토르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로바스타틴, 플루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등 친유성 스타틴과 프라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등 친수성 스타틴을 투약한 경우 과민증 유병률은 각 4.0%와 5.0%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어 2차 목표점으로 평가한 스타틴 과민증 위험요인은 △고령 △여성 △아시아인 및 흑인 △비만 △2형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만성 간질환 △만성 신부전 등이 지목됐다. 항부정맥제 또는 칼슘채널차단제 복용, 고용량 스타틴 치료, 음주 등도 과민증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

연구를 진행한 폴란드 로지의대  Maciej Banach 교수는 "이번 결과는 스타틴을 복용하는 약 93%가 안전성 문제없이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의료진은 환자로부터 스타틴 복용 후 근육통증 등에 대한 우려를 듣게 되면 추가 검사 없이 치료를 즉시 중단할 것이다. 이는 스타틴 과민증의 많은 이차적 원인으로, 임상에서는 과민증 관련 잠재적 증상이 있는 환자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반응 과대평가해 스타틴 성급하게 중단하면 안돼"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임상에서 스타틴 과민증이 과대평가 됐음을 시사하며, 의료진은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로 성급하게 스타틴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영국심장재단 Sir Nilesh J. Samani 의료책임자는 16일 성명을 통해 "스타틴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수십 년 동안 쌓인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이번 연구는 스타틴 이상반응 위험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스타틴 치료를 권고받는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결과"라고 밝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Riyaz Patel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타틴 이상반응을 과대평가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성급하게 스타틴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부 환자는 실제로 스타틴 이상반응을 경험하기에 의료진은 대체치료를 통해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반응을 경험한 대다수 환자가 스타틴 치료 혜택을 놓치지 않도록 의료진과 환자가 협력해 증상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때문에 스타틴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노시보 효과는 약제 이상반응에 대한 염려 등으로 인해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Peter Sever 교수는 "의료진과 환자는 근육통증, 무기력 등 일반적으로 보고되는 증상이 약물의 화학적 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시보 효과는 심리적 이유로 나타날 수 있지만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약리학적 증상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Sever 교수는 "하지만 약물에 의해 직접적으로 유발되는 이상반응이 아니다"면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를 줄이는 혜택을 고려하면 스타틴 처방 및 투약 결정을 번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Banach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환자 증상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먼저 증상이 스타틴에 의해 유발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두 번째로 노시보 효과 측면에서 환자가 스타틴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약물 자체보단 노시보 효과가 전체 스타틴 관련 증상 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Banach 교수는 이어 "스타틴 치료로 근육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스타틴 관련 근육증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인 'SAMS-CI(Statin-Associated Muscle Symptom Clinical Index)'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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