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공감대, 협의체 운영으로 논의 예정
인프라 등 복지부령 위임...의료진 책임 규정도 마련해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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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시행 주체가 될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 따라 비대면진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의료진 책임 규정, 인프라 구축, 원격의료 쏠림방지 등 구체화할 쟁점은 아직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열린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진료 시행에 대비해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안건을 의결했다.

의료계가 비대면진료에 대해 결사반대 입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입장 변화다.

의무·홍보분과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을 보면 인천광역시의사회는 "닥터나우 등 앱에 의사와 환자가 가입해 비대면진료를 조직적으로 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협 기조와 배치되는 현실에 대책과 일관된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전광역시의사회는 '원격의료 시행시 원격 진료비의 진료시간별 할증 적용 및 문제점'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안건은 일차의료기관을 시행주체로 하고, 비대면진료 수가를 1.5배 이상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려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비대면진료 관련 개정안, 수정 대안을 토대로 늦어도 내년 초까지 법제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즉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법제화에 있어 핵심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향을 밝힌 바 있다. 강 의원안은 의원급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규정한 반면, 최 의원안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하되 병원급 의료기관도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구체적인 진료과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고혈압과 당뇨병 등 재진환자를 비대면진료 대상으로 규정해 내과 및 일반의, 소아청소년과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비대면진료를 하려면 원격진료실과 단말기, 서버 등 시설을 갖춰야 한다. 개정안은 구체적 요건에 대해 복지부령으로 위임했다.

 

"인프라 구축에 따른 비용 발생, 의료비용 상승 가능성"

원격의료 진단 한계, 비대면진료 전용 의료기관도 주목

이런 가운데 의료장비와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원격의료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 및 유지에 비용이 발생하고, 기존 의료수요가 대체되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이용량 증가로 이어질 경우 의료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료기기와 시스템의 오작동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의 책임소재도 쟁점이다. 이는 오진과 법적분쟁과도 관련된 지점이다.

김준래 변호사(김준래법률사무소)는 "장비 결함은 물론이고 장비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의료진이 전달받은 자료만으로는 정확히 진찰할 수 없다. 시스템으로 인한 오진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과 의료인간 실시되는 비대면진료에 대해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의사와 환자간 비대면진료는 허용하지 않는다.

즉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맞물려 의료진의 책임문제도 명확히 규정돼야 할 부분이다. 두 개정안은 의사가 대면진료를 하는 것과 같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원칙으로 예외사유를 제시했다.

최 의원안은 △통신오류 △의사의 문진에도 환자가 고의·중과실로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를 추가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고령층의 만성질환 약 처방 등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가 크게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될 경우 검사자료를 이용하는 등 중요한 진료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적공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보험연구원도 "의료기술 발전으로 원격의료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다양한 유형의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학적 효과성 및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진료 제도화 및 코로나 상황에 맞춰 비대면진료만 전용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전용 의료기관은 현행법과 저촉되는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초진 대면진료 원칙, 진료거부 소지 등에 초점을 맞춰 위반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김 변호사도 "의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면진료가 기본"이라며 "만약 비대면진료만 하고 대면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진료거부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비대면진료 전용 의료기관을 방지하는 대책과 함께 요양기관 및 의사·약사당 건수를 제한하는 등 특정 요양기관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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