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협 (가칭)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 개최
고의·무면허의료행위 이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필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의협회관에서 (가칭)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의협회관에서 (가칭)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불가항력적이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당국의 의사 구속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고의 및 중대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 형사처벌을 면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공동으로 의협 회관에서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가칭)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분석 및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에 관하여'를 발제한 법무법인 담헌의 이준석 변호사는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 행위의 특성상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이유로 의료진이 법정구속되거나 실형이 선고되고 있다며, 민사책임을 넘어 의사에게 과중한 형사책임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고의 없이 선의로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에게 사망과 같은 나쁜 결과에 대해 결과론적 관점으로 판단해 처벌하는 것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변호사는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변호사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북미 선진국은 의사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세계의사면허기구연합회 사무총장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기구 수석변호사는 한목소리로 캐나다와 미국은 의료과실로 형사소송을 당하는 의사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은 의료과실을 민사소송 단계에서 해결하거나 의사면허기구가 개입해 해결하는 방법을 통해 캐나다의 경우 지난 100년 간 의사에 대한 15건의 기소 중 단 1건만 형사처벌이 이뤄졌다.

이 변호사는 "나쁜 결과로 인해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추세가 지속되면 흉부외과 ,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의료사고 위험 노출이 높은 진료과목 의사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결국 외국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를 수입해 수술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은 단순히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의료분쟁특례법이 목적이 환자가 입은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 등 과실의 정도가 큰 경우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면 의사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상책임보험, 피해 환자 신속 구제와 안정적 진료환경 기여 

의료분쟁특례법 내용 중 의사의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가입이 피해 환자의 신속한 피해 구제와 불필요한 형사고소를 줄일 수 있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이 변호사의 전망이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의료분쟁을 형사책임 영역으로 확대하지 않고, 민사배상 책임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12대 중과실의 경우 예외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의사는 본인 부담이 적어 보험사를 통한 의료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는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어 당사자 간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으로 의료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의료인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진료과에 종사하는 의료인에게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을 증가시켜 환자의 손해배상을 용이하게 하고 양 당사자 간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으며, 의사의 방어진료를 줄이고 형사처벌의 두려움 없는 소신진료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환자가 입은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의료사고를 빌미로 제기되는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분쟁특례볍, 게임체인저 될 수 있을 것

지정토론에 나선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현재 의료사고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험시스템이 없다며, 환자의 피해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지만 여전히 법적,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법제이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시행으로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12대 중대과실이 아닌 이상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를 비교할 경우 2019년 기준 교통사고는 연간 22만건이 발생하지만, 의료사고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건만 8만 건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통사고는 사고 대부분이 종합보험으로 처리돼 22만 건이 확인되지만, 의료사고는 분쟁 신고 없는 것이 공식 접수보다 많아 교통사고 22만건보다 많을 것"이라며 "현재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이 낮은 수준의 면책 조항이 존재한다. 업무상과실치상의 경우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 법제이사는 "국회와 사회가 의료사고 위험 분산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며 "의료분쟁특례법이 제정되면 방어진료 없이 환자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분쟁특례법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정보다 개정이 실효적

김의택 서울시변호사회 총무이사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대해 이준석 변호사와 전성훈 법제이사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 총무이사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보다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하는 것이 더 입법 기술상 용이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입법 과정에서 의료분쟁정특례법이 의사 직역을 위한 특혜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다른 선진국에서도 입법례가 없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 총무이사는 "형사상 범죄에 대해 특정 범죄를 면책하는 제도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 뿐"이라며 "미국과 캐나다는 형사고소를 할 수 있지만 사회 분위기상 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무이사에 따르면, 경미한 의료사고라도 의사들은 수사기관 조사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의사가 진료가 아닌 조사를 받는 것이 손실이라는 것이다.

김 총무이사는 의료사고에 대한 고의 및 중과실을 수사 결과에 따라 면책 여부를 결정하는 것 보다 수사 절차 자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률안이 입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법을 보완해 의사들의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무이사는 "의료분쟁조정중재법 취지는 형사고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피해 환자가 의료사고 증거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조정중재원의 의료감정인이 의사의 과실 여부를 감정해 주기 때문에 형사소송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배상책임보험이 만들어지면, 민사소송으로 충분히 손해배상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분쟁특례법이 건전한 의료문화와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일방적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보다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국민을 위한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며, 병원 시스템 역시 현장에 있는 의사와 의료진에 대한 인격적이고, 합당한 대우를 하는 의료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회장은 의료 현장에서 혹사 당하는 의료진의 의료환경이 먼저 개선돼야 의료진으로부터 환자들도 인격적인 대우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개선된 의료환경이 의료진의 권위를 세우고,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를 구축해 의료분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주 회장은 "의료분쟁특례법 취지는 피해 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와 보상"이라며 "의료진의 형사고소에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보완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욱 의료법학회 총무이사는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의료분쟁특례법을 입법화 하려면 과거 입법 경험을 살펴봐야 한다며, 과거 의료분쟁조정중재법의 입법과정 상황을 설명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법은 2012년 4월부터 시행됐지만, 그 입법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1994년 처음 발의된 의료분쟁조정중재법안에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포함돼 있어 반발이 커 진행되지 못했다.

의료과실 형사처벌 특례조항이 삭제되면서 우여곡절 끝에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다.

즉 의사의 의료과실에 형사처벌 특례는 여전히 형사 법체계 형평성 논란과 국민 정서상 반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총무이사는 "의료과실에 의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은 의사들로 하여금 방어진료를 초래하고, 의료비 증가와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적용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형사처벌 적용 의료행위와 대상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입법과정이 순조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료분쟁특례법을 입법화 하려면 특례 적용과 미적용 범위와 대상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배상책임보험은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쟁조정중재, 피해 환자와 의사 간 신뢰 형성 중요

한편, 이날 토론회에 정부 입장을 전하기 위해 참여한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의 미비한 제도 사각지대 보완사항에 대한 의견으로 경청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법 취지는 의료사고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환자를 구제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보건의료인이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과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형성을 목적으로 한다"며 "그 일환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되고 조정과 합의, 중재로 의료사고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분쟁조정중재가 성립된 사례는 신청 건 수 대비 66% 수준이었다.

박 과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법과 의료분쟁특례법은 단기적으로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구체적인 보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 사항을 가지고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수용할지 국회가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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