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상죄 인정해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형 선고
의협 이어 정형외과의사회도 반발 "의료시스템 중대 문제 유발"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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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소장 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인정된 외과의사의 판결 결과를 두고 의료계가 연이어 공분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과실의 문제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동일한 선상에서 판단하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치료의 원칙은 보존적 치료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적 치료로 전환하는 것이 모든 외과 교과서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하여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 됐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복강 내에 발생한 출혈이나 천공 그리고 장유착과 같은 합병증은 일반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당연히 장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판단하지 않은 여러 변화와 증상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의사를 단죄하면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하고,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행위를 선택하거나 시행하는 의사의 결정 과정이 신중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개복수술 같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때 시간적 지연이 발생한다고도 강조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문화, 검찰·경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결과만 나쁘면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관례가 돼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수술이나 시술하는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와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형사처벌 빈도가 매우 높은데 이번 판결은 정상적인 의료 행위도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이 가능하게 하므로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재판부를 향해 "재판부가 엄격한 증거에 의거해 판단했을 것이나, 의료진들이 항상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며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다시 한번 재판부의 혜량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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