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12일 국회 토론회 통해 후속과제 논의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상병수당, 공공병원 예타면제 등 촉구
병원계 비용·인력 부담 토로...정부 "예산 이외 다른 재원도 검토"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9·2 노정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 구체화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입법작업과 예산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조속한 공공병원 확충 등을 요구하며 재원 조달 방안으로 담배 개별소비세 활용,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제안했다.

토론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성주 여당 복지위 간사,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축사를 보내며 노정합의 이행에 힘을 실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이 12일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이 12일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2일 토론회에서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타결한 노정합의의 후속과제를 논의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은 "노정합의 당사자 중심으로 이행점검을 월 1회로 정례화하되 주요 의제는 별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체계적인 인력확충을 위해선 관련법을 개정하고,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의제를 쟁점화하고, 연말까지 법 개정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국고를 활용해 생명안전수당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이 계류 중이다.

이 원장은 "생명안전수당의 규모 및 지급시기는 종래의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지원금을 기준으로 하되 재원은 국고로 마련해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 및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사의 사직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교육전담간호사제도를 제도화하고 민간병원까지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불법의료 근절 업무범위 규정 입법 ▲공공병원 설립 예타 면제(국가재정법 개정) ▲상병수당 신설 ▲공익적 적자 지원 제도화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러한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도 산출됐다.

발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합의사항은 공공병원 신증축 기능강화(거점병원 57곳)로 총 11조 1600억원이 소요된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완료(1조 24억원), 생명안전수당제도화(2000억원),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 확대(1600억원), 공익적 적자 해소(300억원) 등이 산출됐다.

예산 확보를 위해선 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활용해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담배의 개별소비세 중 소방안전교부금(45%)를 제외한 55%는 2020년 기준 1조 1000억원이다. 만약 개별소비세 30%를 공공의료 확충기금으로 활용할 경우 연간 6396억원을 적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개별소비세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공보건의료는 전 국민을 위한 것이라 계속적 사업은 기금으로 하고, 시설 증축 등 한시적 사업은 특별회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민간 병원도 투자 기대"...병원계, 공적 보상 촉구

병원계에서는 인력난,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합의사항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합의에는 간호등급 상향,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여러 간호인력 기준이 포함됐다. 앞으로 간호사를 뽑을 수 있을지 병원장들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

이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데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저수가 속 비공식적 부분의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적 보상이 없으면 어렵지 않냐는 걱정도 있다"고 토로했다.

생명안전수당제도화 등 노정합의에 담긴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수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 부회장은 "코로나19 상황 속 인력이 특히 부족한데 병상 인력기준을 감당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며 "중환자 공헌도 따라 배분하는 문제로 병원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부분도 있었다. 생명안전수당을 도입할때에는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정합의를 바탕으로 재정확보를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정부 내부에서도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재정 확충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어떻게 할지는 내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예산을 중심에 두면서도 다른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우리나라는 의료장비, 검사에 대한 투자는 많지만 인력 보상은 미흡하다.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고 배치하기 위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민간 병원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정부 예산과 함께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에서 요구한 교육전담간호사 민간 확대에 대해선 전면적인 정부의 재정 투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기획재정부와 국공립병원에서 실시하는 교육전담간호사를 내년까지 시행하기로 예산을 합의했다"며 "민간에 확대할 경우 재원은 협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수가로 반영하는 의견도 있지만 민간 지원까지 정부 재정으론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20개 직종에서 적정 인력 기준을 만들고, 의료인력의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노정합의에 담겼다"며 "이러한 부분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5년 후에 보건의료 현실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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