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팀, 임브루비카 치료 시 심방세동·출혈 등 발생률 높아
후향적 연구·메타분석 등에서 임브루비카의 심장독성 위험 경고
BTK 억제제 '칼퀀스'·'브루킨사', 임브루비카 맞대결서 심혈관 안전성 확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얀센과 애브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다. 

캐나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브루비카를 투약하지 않고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군과 비교해 임브루비카 치료군의 심방세동, 출혈, 심부전 등 발생률이 크게 높았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를 포함해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임브루비카의 심장독성 이슈가 제기됐던 만큼, 차세대 BTK 억제제는 심혈관 안전성을 무기로 삼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차세대 BTK 억제제가 임브루비카 자리를 위협할지 관심이 모인다.

심방세동 진료 비율, 임브루비카군 22.7% vs 대조군 11.7%

캐나다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코호트 연구에는 2007~201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아 치료받은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임브루비카 치료를 받은 환자(임브루비카군)와 임브루비카 노출 없이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대조군)를 한 쌍으로 묶어 총 778쌍을 매칭·비교했다. 등록 당시 두 군이 항응고제 치료를 받을 가능성은 같았다.

3년 생존율은 임브루비카군 73.9%, 대조군 77.2%로 두 군간 생존율 차이는 없었다(P=0.84).

그러나 3년 시점 심방세동으로 의료진 진료를 받을 위험은 임브루비카군이 대조군보다 2.04배 의미 있게 높았다(P<0.001). 심방세동으로 의료진 진료를 받은 비율은 임브루비카군 22.7%, 대조군 11.7%였다. 

3년 시점에 병원에서 진단한 출혈 발생률은 임브루비카군이 8.8%로 대조군 3.1%보다 높았다. 출혈 발생 위험은 임브루비카군이 대조군 대비 2.49배 유의하게 컸다(P<0.001). 

이와 함께 등록 당시 두 군 간 항응고제 치료 가능성이 같았음에도 임브루비카군이 코호트 입적일(index date) 후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할 가능성이 더 컸다.  3년 시점 항응고제를 복용한 누적 비율은 임브루비카군 23.5%, 대조군 18.4%였다(P=0.002).

아울러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변수로서 항응고제 복용을 보정한 후에도 임브루비카군과 출혈 간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3년 시점 심부전 발생률은 임브루비카군 7.7%, 대조군 3.6%였고, 그 위험은 임브루비카군이 1.73배 유의하게 높았다(P=0.04). 단, 허혈성 뇌졸중과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치료군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결과에 따라 임브루비카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을지라도 심방세동과 출혈, 심부전, 중추신경계 허혈성 사건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캐나다 여성대학병원 Husam Abdel-Qadir 박사는 "임상현장에서 임브루비카와 연관된 심혈관질환 위험을 분석한 데이터는 제한적"이라며 "향후 연구에서는 임브루비카와 차세대 BTK 억제제의 심혈관질환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8월 3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브루비카 중단 주요 원인은 '심방세동'?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

임브루비카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내약성이 좋다고 평가되지만 심혈관 안전성이 임브루비카의 발목을 잡는다.

2016년 발표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상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임브루비카를 중단하는 주요 원인으로 심방세동이 꼽혔다(Blood 2016;128(18):2199~2205). 

게다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소림프구림프종, 외투세포림프종 등 환자 대상의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임브루비카군의 심방세동 발생률은 100인년당 3.3명이었으나 비치료군은 0.84명에 불과했다(Blood 2016;128(1):138~140).

이와 함께 임브루비카 치료 시 급성 심장사, 심실부정맥 등 이상반응이 보고되고, 사건 발생까지 걸린 시간은 65일로 상당히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Blood 2017;129(18):2581~2584).

이에 미국심장학회(ACC)는 임브루비카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를 인지하고 '임브루비카 관련 심장독성'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지난해 1월 발표했다. 분석에서는 임브루비카 관련 심방세동 관리를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 기전을 이해하고 뇌졸중 위험을 평가하며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칼퀀스·브루킨사, 임브루비카와 심혈관 안전성 비교서 勝

임브루비카가 심혈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차세대 BTK 억제제는 임브루비카와 효능은 유사하지만 심장독성 위험이 낮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치료제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퀀스(아칼라브루티닙)와 중국 바이오기업 베이진사의 브루킨사(자누브루티닙)다.

지난 6월 유럽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EHA 2021)에서 발표된 브루킨사의 ALPINE 중간분석 결과, 임브루비카 대비 연구자가 평가한 전체 반응률이 좋았고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 발생률이 낮았다.

칼퀀스 역시 임브루비카와 비교한 헤드투헤드 연구를 통해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했다. 치료 경험이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상 연구로, 칼퀀스가 임브루비카와 효능이 유사하지만 심방세동 발생률이 낮음을 확인했다.

ELEVATE-R/R로 명명된 임상3상 결과는 지난 6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1)에서 발표됐다.

연구에는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았고 del (17p) 또는 del (11q)가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533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칼퀀스군(268명)과 임브루비카군(265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중앙값 40.9개월째 1차 목표점으로 정의한 무진행생존율(PFS)은 두 군 모두 38.4%로 같았다. 두 치료제의 효능이 같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어 2차 목표점으로 평가한 심방세동 발생률은 임브루비카군 16.0%, 칼퀀스군 9.4%로 칼퀀스군이 더 낮았다.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환자만 분석한 결과에서도 심방세동 발생률은 임브루비카군이 14.9%로 칼퀀스군 6.2%와 비교해 2배가량 높았다. 심방세동 발생까지 걸린 시간은 칼퀀스군 28.8개월, 임브루비카군 16.0개월로 칼퀀스군에서 길었다. 

심방세동 발생 환자의 치료 중단율은 임브루비카군이 16.7%였지만 칼퀀스군은 단 한명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았다. 아울러 전반적인 심장사건 발생률은 임브루비카군 30.0%, 칼퀀스군 24.1%로 약 6%p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종합암센터 John C. Byrd 박사는 "이전에 치료받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칼퀀스가 임브루비카와 비슷한 효능을 보이면서 내약성이 더 좋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ASCO의 토론자로 참석한 미국 노스웰건강암연구소 Jacqueline C. Barrientos 박사는 "칼퀀스는 심장독성 위험을 낮추거나 발생을 지연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BTK 억제제 치료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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