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60%로 진료횟수 가장 최다...초진은 이비인후과 많아
의사 10명 중 8명, 전화상담 제도적 도입에 부정적
"전화 이용한 진료는 비대면진료 중 가장 원시적인 방법"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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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시행된 전화상담·처방이 내과와 고령층, 만성질환자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의료진들은 환자 안전성 문제와 함께 책임소재 불명확성을 이유로 전화상담·처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활용하고, 법적 안전장치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를 26일 발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통해 전화상담·처방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8273개소(12%)였다. 전화상담·처방을 받은 환자는 60만 9500명이었다.

진료과별로 살펴보면 전체 진료횟수 88만 9073회 중 내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60.2%(53만 5240회)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신경과 6.0%(5만 3042회), 정신건강의학과 4.8%(4만 2254회), 가정의학과 3.8%(3만 3860회) 순이었다.

다만 초진이 차지하는 비율은 내과와 가정의학과에서 각각 7%, 9.5%로 높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비인후과(30.9%), 피부과(22.1%), 안과(21%)에서 높은 양상을 보였다.

전화상담·처방을 이용하는 환자는 주로 70세 이상이 많았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모두 70세 이상의 전화상담·처방 이용 비율이 각각 31.8%, 44%, 31.5%로 높게 나타났다.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주요 만성질환은 전화상담·처방 초기부터 꾸준히 이용하는 행태가 있었으며, 급성기관지염과 급성인두염 등 상기도 관련 급성 증상을 동반한 질환도 빈도가 높았다.

다만 주요 만성질환은 초진환자의 비율이 높지 않았지만, 감염 및 알레르기성 상기도질환과 소화기 질환은 초진의 비율이 20~30%로 다른 질환보다 높았다.

 

교수 및 의과대학 근무 의사는 긍정평가...공보의는 부정적

연구에서는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의료계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설문조사는 2020년 11월 19일부터 2021년 1월 10일까지 약 8주간 진행됐으며, 최종 응답자는 6507명이었다.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 평가 결과 (단위:%)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 평가 결과 (단위:%)

향후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전화상담·처방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들은 부정적(77.1%)이라고 응답했다.

매우부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4%, 부정적 26.2%, 약간부정 16.9%인 반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2.9%였다.

직역별로 차이도 있었다. 교수 직역에서는 긍정 응답이 37.2%로 직역 중 가장 높았으며,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긍정 평가 비율(46.9%)도 높았다.

반면 군의관과 공보의는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다른 직역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군대·군병원에 근무하거나 보건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제도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87.9%, 85.5%로 높았다.

전화상담·처방 진료 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 이상인 59.8%였다.

그 이유에 대해선 대부분 '전화상담·처방 진료가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료적 판단을 하기 어려움이 많다(83.5%)'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대면진료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8.7%, '진료비 수납·처방전 발급 등 행정절차가 복잡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은 5689명으로, 전화상담·처방을 제공하지 않은 의사는 68.9%(3919명)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이 선택한 항목은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어려워서'(70%)였으며 '전화상담·처방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에 부담을 느껴서'(56.1%), '진료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아서'(51.1%) 등이 뒤를 이었다.

 

환자 안전성 확보 위해 '정기적 대면진료' 병행해야

법적 책임도 중요..."진료 요구 동의서 받아 책임소재 분담해야"

이를 바탕으로 연구에서는 비대면진료 추진과 관련해 분명한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대면진료의 원칙에 기반한 보완적 형태의 비대면진료 모델을 개발하고, 의료사각지대와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진료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화진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개발 ▲불필요한 진료 증가 규제 ▲환자 및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 등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전화를 이용한 진료는 비대면진료 방식 중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불안 및 부작용 발생 위험이 가장 크다"며 "정기적 대면진료를 병행해 오진을 예방해야하며, 전화만 이용해 의사가 환자의 유병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면 전화진료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타의에 의해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게 되는 상황도 있고, 이 경우 전화상담·처방에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고려하고,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요구했을 때 진료 요구 동의서를 받아 책임소재를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동연구자인 고대안암병원 유승현교수(내분비내과)는 "정부는 그동안 발표된 전화상담·처방의 일부 결과만 보고 의료사고와 같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환자의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연구를 통해 상이한 이해관계, 법적 책임 범위 규정에 대한 문제, 의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보상설계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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