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본회의 앞두고 의료계 부글부글
병원의사협·신경외과의·시도의사회 반발 성명 줄이어
이필수 회장 "의료진 탄압 시도 좌시 않을 것…강경책 모색"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수술실 내 CCTV 의무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30일로 연기된 가운데, 의료계는 본회의 통과시 수술 포기 및 백신접종 포기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은 여당 위원들 단독으로 수술실 CCTV 의무설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25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국회법상 법사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은 1일이 지난 이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여야 대표는 협의를 거쳐 본회의를 30일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 의료법 개정안 본회의 부결을 위해 투쟁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본회의 통과 시 헌법소원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료법 개정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투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광역시의사회는 25일 '수술 감시 CCTV 설치 반대한다'는 성명을 통해 국회 본회의에서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법안이 통과되면 전 의사들이 강력한 수술 포기 투쟁 및 코로나19 백신 접종 포기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법안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가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개탄한다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만행은 국내 외과 의사 명맥을 원천 차단하는 위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CCTV 의무설치에 따라 수술 결과 무관하게 수술 과정과 수술 방법 선택 및 수술 시간까지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의사들의 의료행위 위축으로 국민 건강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국회 본회의에서 CCTV 의무설치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의사들은 강력한 수술 포기 투쟁 및 코로나19 백신 접종 포기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며 "국회는 법안 통과를 유보하고, 의협은 강력한 투쟁으로 의권과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회도 환자 및 보건의료 종사자 인권을 짓밟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하는 CCTV 설치 의무화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의협은 "많은 부작용 양산이 명확한데도 국회가 CCTV 설치 의무화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여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계를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안위는 신경쓰지 않고 입법권을 남용하는 여당의 행태에 경악한다"며 "의협을 비롯한 모든 의료계 단체들과 힘을 합쳐 부당하게 의료계를 짓누르는 모든 압력에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이 허용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인 응급 수술 또는 위험도가 높은 수술, 수련병원 목적 달성의 현저한 저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응급 및 위험도 높은 수술의 기준은 진료과별로 차이가 있어 어떻게 기준을 정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응급의 여부나 위험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진료과목 뿐만 아니라 의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어 CCTV 촬영 예외 사유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역시 예외 사유를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 필연적으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병의협의 주장이다.

병의협은 CCTV 설치를 강제하면서 구체적인 설치 비용 지원 내용도 없고, 촬영된 영상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려면 CCTV 영상 관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유출에 대한 책임도 직접 질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법안 내용대로라면 의료기관은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처벌되고, 환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실수로 CCTV 촬영을 하지 않아도 처벌되며, 영상이 유출돼도 처벌받게 된다.

병의협은 "국회와 정부가 원해서 시행하는 정책이라면 관련된 비용 및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관리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은 의료기관이 언제든지 처벌받게 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및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역시 공동 성명을 통해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전문가주의를 억압하고, 불신의 시대를 이끄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신경외과의사회 및 신경외과병원협의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의협 및 병협 등 유관단체와 협력해 환자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필수 의협 회장은 대회원 서신을 통해 환자의 건강과 안전,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의료인의 작업수행의 자유마저 박탈하는 반인권적 악법, 시대착오적 개악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료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가차 없이 무시하는 정부 여당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포함해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환경을 악화시키고, 의료진을 탄압하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강경책을 모색해 실행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쟁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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