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보고서 의무화 등 관련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政, CSO 관리 및 처벌 근거 명확화 의지 재확인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가운데 20%가량이 영업대행조직(Contract Sales Organization, CSO)을 통해 생겨난다. 약 25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5조원이 넘는 금액이 CSO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

문제는 판매 수수료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는 CSO가 리베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을 만드는 이유가 됐다.

정부는 CSO가 현행법상 의약품 공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됐다며 규제 카드를 만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무난히 통과돼 이제는 CSO의 제도권 편입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분위기다.

관건은 CSO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제도권으로 올바르게 흡수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현재 CSO의 제도권 편입이 기정사실화 된 시점에서 선제돼야 할 사항과 정부와 업계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① CSO 제도권 흡수 준비됐나?
② 양성화, 피할 수 없으면 제대로 판 짜라

이미지출처: 개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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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해 CSO를 제도권 안에 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제약사가 신약 개발과 생산 등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CSO의 순기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가 정부의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임 회피가 쉽고 내막을 알기 어려운 CSO로 창구가 옮겨갔다.

이는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지만 국내에 CSO가 등장한 시기는 2010년 전후로 추정되며 그 형태도 다양하다. 

영업대행 수수료의 경우 제약사의 규모와 의약품의 종류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며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60% 이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SO는 현행법상 의약품 공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리베이트 수수금지 조항을 통한 처벌이 불가능하다.

법망 구조에서 자유로운  '무풍지대'여서 그만큼 변질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부와 국회 심지어 업계에서조차 CSO를  '불편한 진실'로 여기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여기에는 CSO가 제약회사 입장에서 관리할 수 없는 조직 또는 개인인 것도 한 몫 한다. 

제약사 A관계자는 "CSO는 사내에서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어서 어떤 외부 활동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며 "CSO를 양날의 검이라고 부르는 이유로, 내 자식이지만 숨기고 싶은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CSO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부정적이다. 

2014년 7월 시행된 불법 리베이트 투아웃제 회피 수단으로 제약사가 CSO를 악용한다고 보는 것.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제8회 윤리경영 아카데미'에서  '의약품 판매질서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CSO를 언급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여정현 사무관은 "CSO를 활용한 우회적인 리베이트의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건전한 의약품 시장 확립과 보건 향상을 위해 산업계와 방향성을 같이하며 더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라고 언급했다. 

국회에서의 시선도 곱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이 CSO의 난립이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 있다고 답했다.

제약업계 종사자들 조차 CSO와의 불편한 동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 B관계자는 "제품력이나 영업력이 취약한 중소 제약사의 매출이 갑자기 가파르게 상승하면 제일 먼저 CSO를 의심하는 것만 봐도 CSO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때문에 CSO가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치부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 제약사가 CSO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제네릭 중심의 매출, 제네릭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장 큰 이유"라며 "활용 여부에 따라 CSO는 제약사의 매출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지만 통제장치 부재로 서로 불편한 상황이 생기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작 CSO 관련 종사자는 이 같은 시선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SO 업체 C관계자는 "제약사 영업사원이든 CSO든 수수료를 갖고 대가를 지불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일 뿐인데, CSO는 불법 리베이트를 저지르고 제약사 직원은 불법과 연관 없다는 식의 논조는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1인 개인사업자만 내고 언제든지 폐업할 수 있게 영업하거나 정규직을 갖추지 않은 CSO 업체도 있지만 모든 CSO가 불법을 등에 업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법인 CSO의 경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술 마케팅 및 아이템을 직접 연구하고 영업사원을 고용하는 업체들도 있으며 제품의 객관적인 장점을 살린 체계적인 마케팅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그는 "학술정보와 임상 결과 등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정통 CSO가 아니라 단순히 제약사의 의약품을 영업 대행해주는 일을 CSO라고 부르면서 불편한 시선이 생겨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 CSO,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

CSO의 정확한 정의는 제약사 등과의 계약에 의해 의약품 등 마케팅 판매 활동에 관련된 일련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의약품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약사의 전략적 옵션 중 하나로 CSO 활용의 중요성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CSO의 발상지는 영국으로, 1983년에 도입했다. 이후 독일(1993년), 프랑스(1994년), 미국(1995년), 일본(1998년) 등이 순차적으로 CSO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이미 2000년 이전부터 CSO를 도입해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의 경우 1998년 도입 당시 20여개의 CSO 회사가 존재했다. 

동시에 이들은 일본CSO협회(JCSOA)를 구성했고 △Apo Plus Station △EP Pharma Line △Inventive Health △AC Medical △M3 Marketing △IQVIA △CMIC Ashfield △BI Medical 등을 회원사로 뒀다. 

JCSOA가 발표하는 CSO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CSO를 활용하는 일본 제약기업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9년 52개 업체에서 2017년 116개로 저변 확산이 계속됐다. 

특히, MR(Medical Representatives) 수 1000명 이상의 대형 제약사는 기업 규모의 변동에 따라 증감이 있었지만, 1000명 미만의 중소형 제약사는 CSO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CSO는 제약회사와의 계약 형태에 따라서 제약사의 규정 또는 JCSOA 자체 규정을 준수하며 △일본제약협회 행위규범 △의료용 의약품 제조·판매업 공정 경쟁 규약 △제약공업협회 투명성가이드라인 등을 지키고 있다.

또한 약사 관련 법령을 제외하고 특정 법률로써 제약산업과 CSO를 규제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 특유의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규정·규약 및 가이드라인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 게 특징이다.

즉, 정통 CSO 형태를 갖춘 후에야 의료 관계자에게 의약품의 품질, 유효성, 안전성 등 관련 정보의 제공, 수집, 전달을 통해 적정한 사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집중한 것이다.

일본 CSO의 MR은 제약사의 MR과 구분하기 위해 CMR(contract MR)이라 부르며 사업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제약회사와의 개별 계약에 의해 CSO 업체 자체 규정에 따라 MR 활동을 진행하는 'Out sourcing contract'가 있다.

현재 이는 대부분의 국내 CSO의 모습과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제약사에 직원을 직접 파견하는 'Temporary contract'다. 파견 직원은 해당 제약사의 규정에 따라 움직이며 제약사 명함까지 사용한다.

끝으로 CSO가 전문 사업 영역 전반에서 다수의 제약회사와 독점판매계약을 맺는'Simultaneous contract'를 들 수 있다. 

CSO 업종에 근무하는 D관계자는 "일본 CSO는 전문성과 차별성을 무기로 의학적·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서만 경쟁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선진국이 CSO를 업계에 흡수하는 과정에 어떤 제도와 노력이 수반됐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CSO 지출보고서 작성·제출 의무화 등 본회의 통과

국내에서도 더 이상 CSO를 무방비 상태로 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예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CSO가 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불편한 동거의 오래된 사슬을 끊고 건전한 시장 재편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는 CSO 난립에 단호한 자세를 취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해 의약품 CSO 지출보고서 작성·제출 의무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 정부 법제처로 이관했다. 

국회 복지위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지 약 2주만에 법사위 문턱까지 넘었다. 

CSO를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의약품 공급자로 지정해 약사,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등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추가적인 제도 개선 내용을 살펴보면 리베이트 수수자의 행정처분 기준을 현행  1차 위반 시 수수액 300만원 미만인 경우 경고에서  자격정지 1개월로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아울러 지출보고서 미작성, 미보관, 거짓 작성, 미제출 업체에 대한 형사처벌 기준을 현행  '200만원 이하 벌금에서'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안도 있다.

특히 의약품공급자 등은 관련 협회에 지출보고서를 매년 제출하고 각 협회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출보고서를 공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고 의료인 등이 언제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미국(2013년 시행), 유럽(2017년), 일본(2014년) 등이 각 제약회사와 공공 웹사이트 등에 지출보고서를 공개토록 하는 제도 운영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실상 CSO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이를 두고 업계는 적절한 규제가 CSO 양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과 제도권 편입이라는 명목 하에 채찍만 많아지는 셈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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