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 ACC 연례학술대회 LBCT에서 결과 발표
김효수 교수 "사망건수 등 차이 분석한 5년 추적관찰 결과 내년 공개 계획"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고 안정기인 환자의 최적 단일항혈소판제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HOST-EXAM의 2년 추적관찰 결과, 약물용출스텐트(DES)로 PCI를 받은 후 안정된 환자들의 단일항혈소판제로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보다 유효성·안전성 측면에서 우월했다.

현재 유럽심장학회·심장흉부외과학회(ESC·EACTS) 등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PCI 후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을 진행하고 안정된 환자에게 단일항혈소판제로 아스피린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00년대 이전 연구를 토대로 마련된 권고안으로, 과거와 비교해 현대 의학이 발전했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과 실제 진료현장의 간극이 존재했다. 

이번 연구는 PCI 후 임상적 사건 없이 DAPT를 6~18개월간 받은 환자의 장기 유지요법으로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직접 비교한 첫 대규모 무작위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1)의 'Late-Breaking Clinical Trials(LBCT)' 세션에서 베일을 벗었다. 

HOST-EXAM을 주도한 김 교수를 만나 연구가 갖는 의미, 연구 결과에 따른 향후 치료변화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에서 주도하는 다기관 연구인 HOST(Harmonizing Optimal Strategy for Treatment of coronary artery diseases) 시리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HOST-EXAM을 진행한 배경과 의미를 정리한다면?

국내에서 연간 7만~8만 명의 성인이 PCI를 받고 있다. 특히 DES를 사용한 시술 건수가 늘고 있다. 이들은 급성기 단계에서 혈전 발생 위험이 높아 DAPT를 보통 6~18개월 동안 진행하고, 이후 단일항혈소판제를 투약한다. 

문제는 단일항혈소판제 진행 시 아스피린을 허혈성 심질환 환자의 혈전억제제로 수십 년간 투약했다는 이유로 근거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항혈소판제가 다양해졌다. 특히 클로피도그렐은 제네릭이 출시돼 저렴하게 처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스피린 불내성 환자에게 클로피도그렐 투약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근거는 없다. 이 같은 이유로 8년 전인 2013년부터 HOST-EXAM을 기획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5500명 이상의 환자를 등록했으며 모든 환자의 2년 추적관찰을 완료하면서 올해 ACC에서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최종적으로, PCI 후 안정된 환자에게 단일항혈소판제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보다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 앞으로 PCI를 받은 환자에서 DAPT 후 단일항혈소판제는 아스피린이 아닌 클로피도그렐이 치료의 초석(cornerstone medicine)이 될 것이다. 

- ACC 연례학술대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서양에서도 PCI 후 1년간 DAPT를 진행한 뒤 단일항혈소판제로 아스피린을 투약하고 있었다. 클로피도그렐이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어 아스피린으로 치료했는데, 이번 결과에 따라 현재 아스피린을 투약 중인 환자의 항혈소판제를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국가별 상황을 고려해 이번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예로, 클로피도그렐이 고비용이고 아스피린이 저렴한 국가라면 아스피린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클로피도그렐이 저렴해 아스피린과 약가 차이가 크게 없고 환자가 아스피린 복용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출혈이 발생했다면, 출혈과 허혈성 사건을 모두 줄이는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연구에서 PCI 후 DAPT는 6~18개월간 진행했다. 적정 DAPT 기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12개월을 기준으로 ±6개월 동안 DAPT를 진행했다. DAPT 12개월 후 단일항혈소판제를 투약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연구에서 DAPT 중앙값 기간은 약 380일이다. 즉, 5500여 명의 환자가 약 380일 동안 DAPT 진행 후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을 받은 것이다.

HOST-EXAM 기획 당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DAPT 기간은 1년이었다. 근거는 없었다. 이러한 개념을 처음 깬 것이 본 연구팀이 진행한 EXCELLENT 무작위 연구다. 스텐트를 삽입한 환자의 DAPT 기간을 6개월 또는 12개월로 무작위 분류해 비교했다. 당시 DAPT 기간별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이후 많은 전문가가 1년의 DAPT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텐트 소재가 좋아지고 정교해지는 등 발전하면서 DAPT를 1년간 진행해야 할지 의문을 가진 것이다. 이에 DAPT 기간을 6개월, 3개월, 1개월 등으로 단축하는 연구가 이뤄졌다. 국내 연구팀이 진행한 SMART-CHOICE에서는 DAPT 3개월 후 단일항혈소판제로 변경하는 게 더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환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DAPT 1개월 또는 3개월 후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으로 변경하는 것도 괜찮은 치료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1·2차 목표점 외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클로피도그렐군이 아스피린군보다 높았다. 이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흥미로운 결과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클로피도그렐군 1.9%, 아스피린군 1.3%로 아스피린군의 사망률이 더 낮았다. 단,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두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다. 먼저 우연히 사망건수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우연한 결과인지 확인하려면 장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차이가 계속 유지되는지 혹은 없어지는지 분석해야 할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아스피린의 효과로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아스피린이 암 발생 또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학설은 40~50년 전부터 제기됐다. 그래서 클로피도그렐이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게 아닌, 아스피린이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면서 두 군간 차이가 나타났을 수 있다. 

아스피린이 대장암 위험을 낮춰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석하는 전문가가 있는 한편, 아스피린이 암 발생 위험을 낮추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우연한 결과로 해석하는 전문가가 있다. 

이에 추후 HOST-EXAM 평균 5년 추적관찰 시점의 두 군간 사망건수를 비교할 계획이다. HOST-EXAM은 장기간 연구가 이뤄지면서 지난 3월 평균 추적관찰 5년 시점에 도달했다. 5년 시점의 사망건수 또는 재발건수 차이 등 학계에서 궁금해하는 이슈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5년 추적관찰 결과는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다. 

- 이번 연구에 따라 임상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그동안 약가때문에 저렴한 아스피린을 많이 처방하고 있었다. 클로피도그렐은 약가 부담이 없는 환자 또는 스텐트를 많이 이식한 환자에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HOST-EXAM을 통해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의 유효성·안전성이 좋다는 근거가 마련됐다. 

클로피도그렐을 더 처방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 처방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단,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스피린 치료 시 사망건수가 적었으므로 아스피린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PCI를 받은 환자의 최적 항혈소판요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PCI 후 혈전성 사건 발생 위험은 초기에 높고 점차 감소한다. 본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HOST-REDUCE-POLYTECH-ACS와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혈전성 사건 발생 위험이 높을 때 가장 합리적인 치료로서 프라수그렐 10mg을 투약하는 DAPT를 진행하고 이후 용량을 줄인 뒤 안정기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PCI를 받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는 아스피린+프라수그렐 10mg의 DAPT를 한 달 동안 진행한 다음 프라수그렐 5mg으로 용량을 줄여 DAPT를 시행하고, 이후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을 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최적 항혈소판요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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