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4000만원 규모, 7월부터 실습 프로그램 실시
학회에서도 의료기관 참여 독려..."의대생에게 좋은 기회"
외상·소아심장 육성 위해선 체계적·지속적 정책 강조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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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부가 의대생에게 외상, 소아심장 분야의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처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사업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처방으로 끝나지 않고 인력을 양성하려면 정책적 뒷받침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최근 공고를 내고 '의대생 대상 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 지원사업'을 위한 수행기관을 모집했다.

이 사업은 외상와 소아심장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대생에게 실습을 지원해 임상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해당 분야로 진로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접근성이 낮고 기피 영역인 특수, 전문분야 실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학부 때부터 적성을 찾을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습 지원사업 추진 일정
실습 지원사업 추진 일정

구체적인 일정을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행기관과 학생을 6월 중 선발한 후, 오는 7월부터 11월까지 실습이 진행된다.

처음으로 추진되는 사업인만큼 일단 의료계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우선 정부는 관련 학회를 통해 홍보를 요청했고, 학회들도 신청 자격을 갖춘 의료기관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외상분야는 ▲외상학 수련 지정병원 ▲권역외상센터 ▲상급종합 이상 외상팀을 운영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소아심장분야는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를 운영하는 기관이 신청 자격이 있다.

소아심장학회 간행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이재영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학회에서 가급적이면 지원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도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사업에는 총 7억 4000만원이 민간경상보조로 투입된다. 학생수에 비례해 프로그램 운영비가 지원되며 외상분야는 학생 1인당 2주(주 40시간 이상) 기준 800만원 이내, 소아심장분야는 500만원 이내 수준이다.

여기에는 행정직원과 교수 인건비, 실습 재료와 함께 지방에서 참여하는 학생에게 지급되는 숙소, 식대, 교통비 등이 포함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의대생들이 실습 기회가 적었던 외상학과 소아심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 교수는 "심장수술을 안 해서 실습 기회가 없는 의대가 많다. 소아심장은 장비를 갖춘 수술실을 마련하는데 수십억이 들지만 수입은 적기 때문"이라며 "지방 의대생이 많이 지원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외상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오현 교수(응급의학과)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김 교수는 "의대에서는 계통, 장기별로 질환을 배우기 때문에 중증외상 실습은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일반적 수술이 아닌 시급성을 요하는 방식으로 중증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은 있겠지만 취지는 공감한다"고 분석했다.

 

출생률 감소에 경영상 이유로 병원 지원도 줄어..."고민 크다"

"후배 양성 위한 인프라 구축, 악순환 해결이 최우선 과제"

다만 외상학과 소아심장 분야를 더 육성하기 위해선 별도의 정책적 노력이 수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의대생에게 실습 경험을 제공하고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외과는 오랜 훈련 기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소아흉부외과 의사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학회에서도 인력 양성과 관련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학생 시절에 흥미를 가지는 경우가 꽤 있지만 결국에는 안한다"며 "꼭 필요한 과목임에도 출생률이 급감하며 선천성 심질환자도 줄어들고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지원도 잘 안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의대생을 유도하고 인력을 양성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단기 처방이다. 내년에도 이 사업을 계속할지는 미지수"라며 "후배 양성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방 국립대병원의 장비와 인력 보강을 강화해 능력있는 병원이 소아심장 수술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상학에서도 지역별 중증외상센터의 충분한 인력 확보, 외상전담전문의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결국 본인의 진로를 선택할때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중증외상전담전문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처우가 다른 과에 비해 좋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외상은 환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진을 많이 두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불안정이 생긴다"라며 "학생의 사명감도 있지만 앞으로 편안하게 진로를 선택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사업의 결과를 평가해 내년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실습이 마무리된 후 건보공단은 실습기관과 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12월 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실습생 간 사례 발표 및 공유를 위한 워크숍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학교와 커리큘럼을 조율하고 협조가 원활하게 된다면 사업이 잘 진행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정책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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