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김나현 기자
취재부 김나현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인기를 끌었던 의학드라마 속 멋진 주인공은 흉부외과와 같은 외과계열 의사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2' 또한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소아외과 분야에 있는 등장인물이 활약한다.

포털에선 중증외상센터와 외상전문의를 다룬 작품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만화에서는 쉴틈없이 응급환자가 병원에 실려오고, 뛰어난 의술을 가진 주인공은 기적적으로 환자를 살려내고 만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흉부외과를 포함한 외과는 드라마 속 주인공과 거리가 멀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필수의료의 기피 문제는 단골 소재가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진 수술실 CCTV 의무화도 응급, 중환자 수술을 많이 하는 필수과의 기피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온다.

이른바 '비인기과'로 분류돼버린 이들 진료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피부과, 성형외과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아 인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모호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의대생을 대상으로 소아심장과 외상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의대생에게 이러한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첫 시도다.

소아심장과 외상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대생에게 실습을 지원해 임상경험을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경력을 이어갈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실제로 여름 실습이 끝난 후 정부는 지도교수와 학생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관련 학회에서도 지원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상 분야는 아주대 경기도 남부 권역외상센터 등 4곳이 참여했고 소아심장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병원에 속하는 대형병원이 대거 참여하며 힘을 실었다.

각 실습기관들은 산악사고 헬기이송과 닥터헬기 투어, 중증외상환자의 진단 및 수술 경험, 선천성 소아 심장병 환자 수술 참관 등 체계적인 실습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의료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 지점이다.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는 기존 실습 과정에서 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임상실습의 편차도 컸기 때문에, 실제로 관련 분야 의료진은 다양한 의대생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실습기관과 학생 매칭을 끝낸 상태이며 1회차 실습은 7월 초부터 바로 시작된다. 다만 향후 지켜봐야 할 것은 단순한 실습 제공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이 분야를 더욱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수반되는지 여부다.

의대생 시절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에 흥미를 가질 수 있지만, 이후에 그 분야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의 토로다.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고, 어려운 수술을 성공해도 돈이 되지 않아 결국 병원의 재정적 지원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부 측은 최근 국회에서 "일이 힘들고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공의와 논의하고 있다"며 "필수과에 무엇을 지원해야 전공의가 충원될지 고민 중"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단기 처방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잇따른다. 외과를 포함한 이른바 '내외산소'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과이기 때문에, 이들의 몰락은 국민의 피해와 의료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전에 취재하며 업무강도에 지쳐 흉부외과를 그만뒀지만, 다시 흉부외과로 돌아갔다는 전공의를 만난 적이 있다. 의학드라마와 실제 현장은 무척이나 다르다. 모처럼 시작된 이번 사업을 계기로 흉부외과를 포함한 필수과 기피 문제를 해결하고, 사명감 있는 의료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