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김나현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2012년 시작한 권역외상센터(이하 외상센터) 사업은 강산이 변한다는 10주년을 올해로 맞이했다.

외상센터는 다발성 골절과 출혈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가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을 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과 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다.

권역별 지정된 17개 센터 중 15개 센터가 개소를 마쳤다.

얼마 전 경기북부를 담당하는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센터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새롭게 지어진 센터 건물과 검사장비, 시설은 누구든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최신식이었다.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외상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견학을 포함해 약 2~3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센터장의 휴대폰은 꾸준히 울렸다.

소방서 구급대원, 서울시 상황실 등 발신자도 다양했고 응급환자에 대한 다급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가 산에서 구조돼 헬기로 이송된다는 전화도 걸려왔다. 자리에 함께 있던 나 또한 병원 옥상에 위치한 헬기장을 센터 의료진들과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소형 헬기였음에도 헬기장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무척 강했다. 난간을 붙잡지 않고선 서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내 헬기에서 응급환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처치를 위해 병원 내로 이송되는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전히 접수되는 헬기 소음 민원, 따가운 시선이 있음에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다.

외상센터는 많은 발전도 있었지만 가야할 길도 여전히 멀다.

널리 알려진 부분은 외상 및 외과분야의 인력부족일 듯. 정부가 전담전문의 1인당 지원금액을 확대했지만 연례적 집행 부진에 따라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 해도 있다. 다른 과보다 많은 당직일수도 부지기수다.

인력도 문제지만 외상센터가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선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권역외상센터가 뭔지 아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정확히 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멀리 있는 외상센터가 아닌 가까운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면 되지 않나'라는 인식도 구조대원뿐만 아니라 타 진료과,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환자를 전원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고, 외상환자를 잘 볼 수 있는 외상센터로 오더라도 이미 늦은 상태가 많다.

이 때문에 외상센터 전문가들은 소방서 및 신임 소방관과 만나며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중증외상환자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몰라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매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외상센터가 아직 없는 서울은 전국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가장 높다.

10주년을 맞은 외상센터가 각 권역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관련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민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경기북부 중증외상센터 기준 교통사고가 전체 사고의 70%를 차지한다.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나 자신과 가족,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외상센터,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10주년을 맞이한 외상센터의 향후 10년, 더 나아가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정부도 외상센터 지정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인력 및 의료체계 보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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