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난제'에도 지역 중증외상 환자 지켜
올해 중증외상 예산 670원 배정, 전년보다 6% 증가

출동하는 닥터카 의료진.  출처 : 가천대 길병원 인천 권역외상센터.
출동하는 닥터카 의료진.  출처 : 가천대 길병원 인천 권역외상센터.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011년 석해균 선장과 아덴만 여명작전, 2017년 북한군 귀순병사 등 각종 사건사고를 계기로 중증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함은 물론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사명감만으로 버티지 않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외상환자 예방 가능 사망률도 높고, 인력과 시설 등 필수 투입 비용도 커 민간에서 중증진료체계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중증외상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정부 지원 필요성도 제기됨에 따라 2012년 권역외상센터 사업이 첫 발을 내딛었다. 

①10년차 권역외상센터 '환자' 위해 달린다
②로드맵 고심하는 권역외상센터, 교육·심사체계 주목
③환자 살리려 외상 선택한 조항주 교수, 외상센터를 말하다

권역외상센터란 다발성 골절, 출혈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한 곳이며,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다. 

야심차게 시작한 권역외상센터 사업은 2022년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접근성·인구수 등을 기준으로 총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됐고, 시설·장비·인력 등 법적 기준을 완비한 15개 센터가 개소를 완료한 상황이다. 

전남권역외상센터인 목포한국병원을 포함한 3곳이 2014년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0년 제주한라병원이 마지막으로 개소했다. 

서울은 국립중앙의료원 권역외상센터가 올해 하반기 개소할 예정이며, 경남권역의 경상국립대병원은 개소를 준비 중이다.

권역외상센터 개소 후 전반적인 지표는 개선됐을까. 

우선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외상 진료체계의 핵심 지표로 꼽히며, 정부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는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중 적절한 시간 내 적정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면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비율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2년 주기로 전국단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는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청·강원 △광주·전라·제주 △부산·대구·울산·경상 등 5개 권역으로 분류했고,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등록된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1002명을 표본 추출했다. 

그 결과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2015년 30.5%, 2017년 19.9%, 2019년 15.7%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권역에서 2017년과 비교해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2017년 30.2%에서 2019년 20.4%로 9.8%p 감소하며 가장 큰 개선을 보였다. 

그럼에도 서울은 2017년과 2019년 연속으로 모든 권역 중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개선…전원율 증가

2019년 예방가능한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인천·경기(13.1%)였다. 다만 미국 펜실베니아 외상센터의 지표인 7.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에서는 권역외상센터사업 이후 전국 외상환자 임상결과에 대한 변화를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중증 외상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환자 비율이 60.4%에서 72.2%까지 늘었다. 다만 급성기 사망을 뜻하는 48시간 이내 사망, 1주 이내 사망, 1달 이내 사망이 연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전체 중증외상 환자의 증가와 취약 연령의 비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10년간 환자의 외상사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은 2015년경부터 활성화된 권역외상센터 운영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증외상환자 전원율도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외상센터가 없을 때는 각 병원에서 모든 치료를 했지만 지금은 전문화된 권역외상센터가 있어 전원이 늘었다고 분석한다.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까우면 육로로, 멀면 헬기로 이송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인다"며 "외상센터가 아닌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전원을 통해 외상센터로 이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단계에서 권역외상센터의 직접 이송 비율을 높이는 방법은 정부도 신경쓰는 부분이다.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 증감 반복…인력 미충원에 따른 불용도

정부는 중증외상 진료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2018년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환자 이송부터 진료단계까지 중증외상진료체계 전과정과 권역외상센터 운영 전반에 대한 3대 분야, 총 27개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전담전문의 1인당 지원금액을 기존 1억 2000만원에서 1억 4400만원으로 20% 확대하고, 소방청과 헬기 이송체계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외상 전문인력 부족에 대한 타개책으로 외과계 전공의를 권역외상센터로 파견수련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저조한 전공의 지원, 유관 학회의 엇갈린 반응 등으로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에 전년(632억원) 대비 6.1% 늘어난 670억원이 배정됐다. 

주요 내역 사업은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 598억원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14억원 △외과계 전공의 등 전문외상교육 8억원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 47억원 등이다.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2017년 440억원, 2018년 601억원, 2019년 646억원, 2020년 614억원, 2021년 632억원 등으로 증감을 반복해왔다. 

2022년을 기준으로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외상학 전문인력과 전문외상교육은 전년과 동일하고,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이 37억원 늘었다. 

반면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0.1% 삭감된 598억원이다. 이는 응급진료를 수행하는 전담전문의와 간호사 인건비를 지원하는 민간경상보조사업으로 국고보조율이 100%다. 

국회에서는 전담전문의 채용 부진에 따른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 사업의 연례적 집행부진을 지적해왔다. 실집행률을 살펴보면 2016년 74%, 2017년 71%, 2018년 60.9%, 2019년 61.8% 등이다. 

이에 따라 예산 증감이 반복돼왔으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예산안만 감액 편성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전담전문의 1인당 지원액을 1억 44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음에도 집행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적정 인원의 의료진을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항주 권역외상센터장은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어 병원에서는 티오를 늘리는데 부담이 많지 않다. 다만 근무 여건과 강도가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해도 다른 임상과와 비교하면 아직 힘든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강도를 보상할 다른 유인책도 함께 있어야 그 자리에 지원할 것이라고 본다"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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