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63.5시간' 일하는 흉부외과…절반 이상이 '번아웃'
주간 '63.5시간' 일하는 흉부외과…절반 이상이 '번아웃'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9.15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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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흉부외과 전문의 근무현황 및 행태 조사 결과 발표
한 달에 16일은 야간대기 또는 병원 내 밤샘 근무…10명 중 6명 "더는 업무 감당 힘들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기피과'로 불리는 흉부심장혈관외과(흉부외과)의 심각한 상황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상장 김웅한, 회장 김진국)는 조사기관(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18일~12월 1일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근무현황과 행태를 조사한 결과, 주간 근무시간은 평균 63.5시간이었고 절반 이상이 번아웃 상태였다. 

이번 조사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 385명을 대상으로 했다. 근무 병원 유형별로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근무자가 전체 84.9%를 차지했고, 의원을 개원한 경우는 10.6%였다. 조사대상 중 근무 병원 내 흉부외과 전문의 수가 1~4명인 중소 규모 흉부외과의 소속 전문의가 48.3%였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소속 조사 대상 전문의 소속 병원에 전공의가 1명이거나 없는 경우가 61.1%에 달해, 전공의가 없는 흉부외과의 위기가 수치로 확인됐다. 

전공별로는 △폐 식도를 수술하는 일반 흉부파트 50.5% △성인 심장파트 35.8% △혈관파트 16.2% △소아 심장파트 7.3% △외상이나 응급을 담당하는 전문의 7.3%였다.

평일 기준 1일 평균 근무시간 12.7시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327명의 전문의 대상으로 조사한 평일 기준 1일 근무시간은 평균 12.7시간으로, 평일 기준 1주간 평균 63.5시간을 일하는 것이 확인됐다. 

전문의 7%는 매일 16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었다. 권고 노동시간인 1일 8시간을 넘겨 일하는 근무일수는 주간 평일 5일 기준 4.6일로,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주말 중 하루는 출근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돼, 주 5일제 근무가 흉부외과에서는 의미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당직 일수(계획된 병원 내 밤샘 근무, 다음날 휴식 없음)는 평균 5.1일로 주당 하루나 이틀은 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했다. 이와는 별도로 출근 대기 및 응급으로 인한 병원 외의 대기 근무(온 콜)를 해야 하는 경우는 한 달에 10.8일로 조사됐다. 

그림1. 전문의 근무 현황.
▲그림1. 흉부외과 전문의 근무 현황.

결론적으로 평균적인 흉부외과 전문의는 한 달에 16일가량을 개인생활 없이 야간 대기 또는 병원 내 밤샘 근무를 하고 있었다.

서울·경기권과 지역 간 근무 조건 차이는 이번 조사 중 당직 일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흉부외과 전문의 한 달 평균 당직 일수는 서울 3.5일, 경기권 5.5일이었으나, 그 외의 지역은 6.1일로 조사됐다. 

소속 흉부외과 규모에 따라서는 2~4명, 5~9명으로 이뤄진 중소 규모의 흉부외과의 경우 소속 전문의가 6.5일, 5.5일의 월간 당직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10명 이상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은 3.5명 이하의 당직 일수를 보였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후에도 전문의들의 근무시간 변화, 당직 일수 등은 53.2%, 36.4% 증가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에는 상대적으로 당직이나 응급이 적은 것은 알려진 폐 식도를 수술 치료하는 일반 흉부파트가 50% 넘게 포함돼, 응급과 당직이 많은 성인심장, 소아심장, 혈관 외상분야의 실제 업무시간은 조사 결과를 훨씬 더 상회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의 80.4% "업무강도 높다"

이어 흉부외과 전문의 업무강도의 향후 감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60.6%가 더는 업무 감당이 힘들다고 응답했다. 

전문의 80.4%는 업무강도가 높다고 답했으며(100점 중 평균 78.9점), 21.1%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정도라는 강한 부정적 답변을 남겼다. 또 16.8%가 이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우도 9.2%로 확인됐다. 

▲그림2. 흉부외과 전문의가 평가한 업무강도, 감당가능 정도, 보상의 적절성.
▲그림2. 흉부외과 전문의가 평가한 업무강도, 감당가능 정도, 보상의 적절성.

이런 업무강도 과중 현상은 서울·경기권의 대학 발령 전문의 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는데, 업무강도가 과중하다는 응답률이 87.9%에 달했다. 이는 지방 흉부외과 중환자의 수도권 쏠림현상 등으로 인한 수도권 지역의 환자 과밀집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업무 대비 보상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67.9%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5점 척도(부정이 5점)로 평가한 보상의 적절 여부 점수는 평균 4.1점이었다. 

특히 현재 지급되는 흉부외과 지원금이 강제 규정 미비로 대부분 흉부외과에 지원되지 못하고 병원이나 타과에 투자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강제 규정이 마련되지 못하는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른 번아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소속 흉부외과 전문의 51.7%가 번아웃 상태라고 응답했다. 

그림3. 흉부외과 전문의 번아웃 상태.
▲그림3. 흉부외과 전문의 번아웃 상태.

번아웃 상태는 전문의 자격 후 6~10년 이하의 전문의에서 66.1%로 높게 확인됐고, 이로 인한 환자 안전이 걱정된다고 응답한 전문의가 93.9%에 달했다. 48.6%는 번아웃으로 인해 환자에게 위해가 되거나 위해가 될 뻔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흉부외과의 위기가 의료진 개인을 넘어 환자에게 피해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의들은 번아웃 상태의 원인으로 △체력 고갈 △과도한 업무 △대처능력 저하 등을 꼽았으며, 번아웃으로 인한 환자와 사회에 미칠 위해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효과적이며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10명 중 7명 "후배나 자녀에게 흉부외과 추천하지 않는다"

이러한 근무 환경과 고된 업무 등으로 흉부외과 전문의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0점 척도를 기준으로 △개인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4.4점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4.6점 △사회인으로서 주변의 존중/존경을 받는 정도로부터 오는 만족도 5.4점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성취나 의료행위 관련 만족도 5.5점으로 모두 낮았다. 

그림4. 흉부외과 전문의 만족도 평가.
▲그림4. 흉부외과 전문의 만족도 평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고 답하는 경우는 37%에 불과했으며 가족 구성원으로의 삶에 대해 50.5%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경제적 보상, 업무강도, 근무환경, 불안한 미래, 개인시간의 부재와 가족과의 단절로 인해 66%가 흉부외과의 길을 후회한 적 있다고 답했고, 74%는 흉부외과를 후배나 자녀에게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학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기피과로 명명된 흉부외과의 열악한 근무 환경, 부족한 보상, 번아웃 직전의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과도한 업무 시간과 적은 보상, 번아웃 직전의 상황을 타개할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현재 불합리하게 집행되고 있는 흉부외과 지원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제도 변화, 흉부외과 현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가장 필요한 장기적인 지원은 흉부외과를 기간 산업과 같은 국가의 필수적 의료로 선정해 국가적인 대규모 투자와 함께 수가 현실화를 통한 전문 의료공급 확대, 흉부외과 분야의 연구 지원, 흉부외과 특별법 제정 등의 일차 과정"이라며 "이를 통한 흉부외과 전문의 자원 활용도 확장, 경쟁력 강화를 유도한다면 필수 의료로서 흉부외과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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