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24일 연례학술회의 개최
정부 "의료는 국민 건강 담보해야 하는 특수성 있다"
'의사 중심' 국산의료기기 민간인증제도 준비

출처 : 포토파크닷컴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료기술의 빠른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정부가 혁신의료기술 평가제도를 도입했지만, 잠재적 가치 등 심의기준이 여전히 까다로워 인증 장벽이 높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혁신의료기술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기기의 특성상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4일 '디지털 뉴딜과 혁신의료기술'을 주제로 개최한 연례학술회의에서 나왔다.

혁신의료기술이란 안전성은 인정됐지만 유효성에 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 잠재성이 인정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의료기술이다.

지난 2019년 3월 정부는 의료기기 규제 혁신대책과 함께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의료기술을 대상으로 혁신의료기기 별도 평가트랙을 마련해 시행해왔다.

원격의료, 체외진단기기는 성장 있었지만...

"시장 접근할 수 있는 급여 테두리 제도 필요"

이날 발표에 나선 메드트로닉코리아 이상수 대표이사(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속 정부-산업계의 협력으로 원격의료, 체외진단기기 부문에서 뚜렷한 성장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의료현장 접근성이 악화돼 임상연구가 미뤄지고 신제품 출시가 어려워진 점을 한계점으로 지적하며 '혁신'을 의료기기산업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이사는 "혁신은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전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CMS가 제시한 MCIT(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 내용
미국 CMS가 제시한 MCIT(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 내용

최근 미국 CMS가 제시한 MCIT(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에는 FDA에서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제품에 대해서는 4년 동안 조건부로 시장에 진출하게 하고 급여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근거를 창출하면 '조건부'를 제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선진입 후평가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독일 또한 최근 디지털헬스를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며, 근거창출을 통한 보험급여 전략을 내용으로 한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 이사는 "결국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혁신은 비급여'라는 공식이 있는데, 혁신이라고 하면 불완전하지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급여 테두리 내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의료기기는 제약과 달리 다변화되고 여러 기술이 융합됐기 때문에 하나의 공식만으로 잠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근거도 중요하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숙의과정을 거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혁신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도입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김의석 변호사,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 복지부 송영조 과장
(왼쪽부터) 김의석 변호사,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 복지부 송영조 과장

법조계에서도 혁신의료기술 선정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의석 변호사는 "혁신의료기술이 되려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전제 하에서 잠재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라며 "질병의 희귀성, 환자의 경제적 부담 등이 가치평가기준에 속해있는데 혁신제품에서 반드시 충족되기 어려운 기준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재정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알지만 디지털 헬스,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우선순위 제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혁신의료기술을 위해 평가기준을 조정하거나, 지원할 부분은 일정 카테고리를 만들어 제품의 시장진입을 유도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김 변호사는 "정부도 일부 영역에서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취지에서 혁신의료기술을 확대하면 산업육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기기' 실제 심사에서도 늘어나

정부 "안전성-신기술 진입, 이전부터 계속된 고민"

정부와 평가위원은 혁신의료기술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안전성' 측면에서 기술 도입에 어느정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은 1년간 혁신의료기술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성 ▲암, 심혈관 질환 등 질병의 중요성을 핵심 평가기준으로 꼽았다.

나 소장은 "기존 의료기기 검사 장비보다 디지털헬스라고 표현되는 기기가 심사에 많이 올라온다"며 "예를 들면 디지털 치료제 관련 시술, 유방암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등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의 불만에 대해선 "의료는 IT분야와 달리 안전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어렵다. 공정성을 떠나 국민건강을 담보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것"이라며 "규제샌드박스에 넣어서 한꺼번에 풀기에는 위중도가 높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송영조 과장도 안전성을 기본으로 전제되는 평가요소로 꼽았다.

송 과장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한이 클 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시장진입 활성화에 대한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에서는 힘들게 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장 장벽이 높다고 이야기한다"며 "안전성과 새로운 기술 진입을 조화롭게 하는 것은 이전부터 계속된 고민이다. 다만 혁신 기술이 뒤처지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국산의료기기 민간인증제도 추진 중이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은 "민간인증제를 통해 임상현장에서의 신뢰성을 확보하려 한다"며 "실제 사용하고 인증하는 사람은 의사이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의연이 과잉규제라는 타깃이 되고 있지만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부처와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