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 통한 입증 보다 논란 최소화 경향
승인과제 410건 중 의료바이오 분야 33건 불과
의약품 디지털 헬스케어 등 바이오산업 규제샌드박스 10% 미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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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17년부터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선 진입을 위한 정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된지 5년이 됐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규제샌드박스 과제 추진이 저조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규제샌드박스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손목시계형 심전도 심장관리 서비스는 중증 심장질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손목시계형 기기로 측정해 병원 서버에 저장하고, 시공간 제약없이 간편하게 데이터 측정이 가능해 기존 홀터 심전도기기 대비 30% 수준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데이터를 원격지에 있는 의사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가 불명확해 서비스 출시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이 아닌 환자가 의료기기를 활용한 측정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휴이노는 실증특례에 총 1년 8개월이 소요됐다며, 최우수 성적을 획득했으나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 책정이 법제화돼 있지 않아 본격적인 사업화 과정에는 돌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분야는 신기술에 대한 보험수가 책정 문제 해결이 필수”라며 “정부의 수가 관련 인식전환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규제샌드박스 담당 전문가들은 현재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샌드박스가 6가지 한계로 인해 실효성이 낮아 기업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6가지 한계점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 및 보수적 특성 △실증설계 및 규제대응의 고난이도 △비효율적 · 비전문적 지원체계 △실증특례에 높은 비용 소요와 사업화의 불확실성 △담당부처의 낮은 협상력과 규제부처의 의지 △기업의 규제샌드박스 참여에 따른 실익의 약화 등이다.

이런 6가지 한계로 인해 실제 규제샌드박스 지원성과 실효성이 낮아지고, 규제샌드박스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원격의료, 건강모니터링 등 관련 제품, 서비스 승인과제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관련 의료기기, 의료행위가 허가 됐지만, 실제 보험수가 설정 단계가 남아 있어 규제샌드박스 승인 기업이 종료 후에도 사업을 개시하지 못하거나 않거나 지연되고 있다.

엔에프는 허가받은 제품에 대해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규제샌드박스에 참가했지만, 허가부터 수가책정에 2년 이상 소요됐으며, 휴이노 역시 실증특례를 최우수 성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헬스 분야는 특성상 복합적인 규제에 대한 실증 계획 설계와 대응을 기업이 전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타 분야에 비해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규제샌드박스 승인 후 실증내용 축소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없는 서비스 모델로 실증이 변질돼 기업이 참여할 실익이 없어지고 있다.

바이오헬스 부문의 규제 규모 등에 비해 규제샌드박스 신청 및 승인 건이 양적으로 적은 수준은 기업유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벤처캐피털(VC) 투자는 30%가 의약품,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의료기기, 진단기기 등 바이오산업에 몰렸지만, 규제샌드박스는 전체 547건 중 약 55건으로 10% 미만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샌드박스 운영을 위해 혁신 기술 · 서비스를 신속하게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실증특례 종료와 동시에 급여평가 이전까지 수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지원금을 마련해 새로운 혁신적 의료기기에 대한 보다 빠른 접근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허가 및 사업화 개발 지원과 사후 초기 수요를 위해 구매, 조달, 판로개척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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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 · 기기업계와 소통 강화 필요

규제샌드박스가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중소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계는 여전히 산업 현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규제샌드박스 정책이 안착되려면 정부가 보신주의를 벗어나 산업계와 소통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제약업계 A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5년간 규제샌드박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느껴지는 것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공무원 연락처를 숨겨 소통을 더 막아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정부의 정책에 이용만 당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제약회사들만 죄인처럼 취급 받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하는데, 중소 제약사들의 경영 환경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소제약업계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해 거담제 등의 품귀현상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진해 거담제 생산 확대를 요청해 생산량을 늘렸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이 확대된 감기약이 많이 판매됐다는 이유로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적용해 약가를 더 인하할 방침을 밝혀 제약업계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신기술과 제품의 원활한 시장진입을 촉진하는 정책에 앞서 기존 규제와 제약에 대한 완화가 이뤄져야 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의견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B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백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어 제약업계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정부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에 참여한 제약업계는 현재 임상시험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도 임상을 중단해야 하지만, 주주들의 눈치 때문에 개발 중단 발표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B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의 개발에 대한 보상 또는 개발을 중단할 수 있는 신호를 간접적으로라도 줘야 한다”며 “제약업계에서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차원에서 제품 허가에 도움을 주겠다고 팜투게더를 만들었지만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정도만 혜택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소제약업계는 정부가 규제샌드박스와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보신주의가 더 팽배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공무원들의 행태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C관계자는 “규제를 풀어주면 향후 왜 규제를 완화했냐고 질타 받을 수 있어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규제를 풀지 않으면 뒤탈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샌드박스와 규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제약업계와 더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소제약업계가 활성화돼야 전체 제약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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