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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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17년부터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선 진입을 위한 정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된지 5년이 됐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규제샌드박스 과제 추진이 저조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규제샌드박스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 · 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제도이다.

규제샌드박스는 2016년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도입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60여 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아이들이 모래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 제한적 실증을 통해 신기술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술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을 미리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규제샌드박스는 영국 등 먼저 제도를 시행한 국가의 모델을 더욱 발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규제샌드박스는 실증특례 방식과 함께 기업의 편의성을 높이고, 즉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임시허가 및 규제 유무를 부처가 확인해 기업에게 알려주는 신속확인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통해 도입 발표한 이후 2019년 1월 정보통신융합 · 산업융합 분야를 시작으로 도입됐다. 이후 혁신금융, 규제자유특구, 스마트도시, 연구개발특구 분야로 확대됐고, 제도 운영 중 기업들의 요청 사항을 반영해 제도를 보완,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체계가 완성됐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력과 행정력이 부족한 중소, 스타트업 등의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 시행과 함께 각 분야별로 전담기관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실증특례는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하기 위한 허가 등의 근거 법령에 기준 · 요건 등이 없거나,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거나 또는 다른 법령에 의해 허가 등의 신청이 불가능한 경우, 일정 조건에 따라 시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후 실증 결과에 따라 규제 개선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정부는 관련 법령을 정비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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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허가는 신기술로 인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경우, 허가 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 기준 · 요건 등이 없거나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 때 우선 시장 출시가 가능하도록 임시로 허가하고 관계 당국은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

특히 한국에만 있는 신속확인은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 등이 규제 유무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속확인을 신청하면 규제부처가 30일 이내 규제 유무를 확인하도록 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규제부처가 회신하지 않을 경우에는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규제샌드박스 승인 비중 높지만, 가시적 성과 의문

지난 5년간 진행된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바이오헬스분야는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샌드박스 연구’ 결과를 통해 규제샌드박스가 바이오헬스케어 혁신기술 기반의 신산업 육성에 기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속도가 생명인 혁신환경에서 바이오헬스 분야의 혁신 제품 ·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산업창출을 하려면 별도의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샌드박스 운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실증특례는 332건(81%), 임시허가 48건(12%), 적극행정 30건(7%) 등 410건의 규제샌드박스 과제가 승인돼 운영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벤처기업 274건, 대기업 116건 중심으로, 기술별로는 에너지 46건, IoT 39건, 의료바이오 분야 33건이 승인됐다.

질병의 조기진단, 맞춤형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헬스산업 기술혁신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2020년보다 30% 증가한 1조 7000억원으로 편성했으며, 범부처 협력연구에는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64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연구진은 “바이오헬스 분야는 규제샌드박스 승인건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금융과 같은 다른 분야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바이오헬스 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특성, 오랫동안 축적돼 온 업계 관행, 인간의 생명 · 건강과 관련돼 있는 분야”라며 “실증 · 입증에 한계가 있으며, 그간 축적돼 온 첨예한 이해관계, 사회적 논란 등을 감안해 입증보다는 논란의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고 지적했다.

즉 보수적으로 실증특례가 허용돼 왔던 경향으로 인해 규제샌드박스가 바이오헬스케어 혁신기술 기반의 신산업을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 및 규제샌드박스 운영 현황을 검토하고, 현장에서의 니즈를 조사, 반영한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샌드박스 운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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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분야 규제샌드박스 사례 중 마크로젠은 DTC 유전체 분석을 통한 앱기반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제공 과제로 실증특례를 규제 당국에 신청했다.
마크로젠은 개인 유전체 분석을 통해 특정 질병 발생위험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대상 중 고위험군을 선별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의 타고난 유전체 분석을 통해 만성질환, 암 및 대사관련 형질에 대한 유전적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고, 고위험군을 선별해 맞춤 건강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예측성 개인 유전체 분석 및 헬스케어 서비스인 것이다.
시장수요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규제로 인해 서비스 개발 및 제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규제인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전자검사기관에게 DTC 가능 12개 항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암, 질병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자료사진 : 메디칼업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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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젠은 실증특례를 통해 예측성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허용 항목 확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만성질병, 암 및 개인특성 관련 예측성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소비자 직접 방식으로 실시해 분석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 유용성과 정확성, 안전성, 신뢰성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현재 마크로젠은 당뇨병 한 항목만 승인받은 상태.

마크로젠은 규제샌드박스의 사업지원금만으로 실증계획서를 모두 실행하려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예산이 매우 커 투자한 만큼의 혜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당뇨병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범위가 축소되는 것은 규제샌드박스 참여에 실익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복지부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의지를 갖고 규제완화를 전제로, 한가지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증해 안전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집중식 자동산소공급장치를 개발한 의료기기 업체 엔에프는 산소발생기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임시허가 약제로 신청했다. 엔에프는 병원 적용을 통한 경제성, 안전성 등을 확인하고 관련 규정을 해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집중식 자동산소공급장치는 의료용 산소공급기로 현재 고압충전방식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농축(PSA) 방식의 자동산소공급시스템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약전 및 식약처 고시에는 순도 99% 이상 산소에 한해 약제로 인정하고 있어 엔에프의 산소공급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순도 93% 내외의 산소는 약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수가 적용이 불가능해 국내 시장출시 및 시장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에프는 현재 산소통방식의 의료용 산소공급시스템과 같이 중앙집중식 자동산소공급시스템이 동일수준의 보험수가를 적용받아 국내 일반병원 출시 및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규제 당국은 엔에프가 임시허가로 신청했지만, 기존 규정에서 신속하게 허가할 수 있는 사항이라 판단해 신속허가 적극행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 2021년 3월 심평원이 보험수가를 확정해 6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으며, 복지부의 요양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이노는 실증특례를 통해 검증된 성과와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수가 적용을 신청할 예정이지만 2~3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심장관리 서비스는 중증 심장질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손목시계형 기기로 측정해 병원 서버에 저장하고, 시공간 제약없이 간편하게 데이터 측정이 가능해 기존 홀터 심전도기기 대비 30% 수준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데이터를 원격지에 있는 의사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가 불명확해 서비스 출시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이 아닌 환자가 의료기기를 활용한 측정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휴이노는 실증특례에 총 1년 8개월이 소요됐다며, 최우수 성적을 획득했으나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 책정이 법제화돼 있지 않아 본격적인 사업화 과정에는 돌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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