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100개 경증질환 본인부담 100%와 의료질·종별가산 삭제
상급종병들, 경증질환 진료 최대한 감소된 상태…종별가산 삭제 무리수
제도 정착을 위한 시간 더 필요해 하반기 분석해야 판단 가능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환자의 합리적 의료이용과 의료기관의 기능에 적합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일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중증 진료수가 조정 및 환자의 적정 의료기관 이용 유도를 위한 의뢰·회송 제도 개선계획을 마련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중증환자 비율을 상향하고, 경증환자 비율을 하향시키면서 경증환자 진료를 차단하고 있다.

또, 경증외래진료 시 기존 종별가산율 30%를 적용하지 않고, 의료질평가지원금 역시 제외했으며, 환자의 본인부담비율도 기존 60%에서 100%로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책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100개 경증질환 전체 진료비는 4조 7980억원에 달했으며, 가산금액은 5692억원, 의료질평가지원금은 2471억원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된 정책들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의 100개 경증질환 진료비는 어떻게 변화됐을까?

결론적으로 변화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받은 상급종합병원 월별 외래 요양급여비용 현황에 따르면, 심사년월 기준으로 2020년 1월 4469억 3400만원이었으며, 2월은 4324억 3000만원, 3월 4759억 5000만원, 4월 4295억 100만원, 5월 3952억 9900만원이었다.

또 6월 4841억4600만원, 7월 4858억 400만원, 8월 4039억 2200만원, 9월 5397억 3200만원이었다. 10월에는 3893억 1200만원, 11월 4186억 1000만원, 12월 4997억 6500만원이었다. 그리고, 2021년 1월 4563억 7100만원의 진료비를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 월별 외래 요양급여비용 현황.
상급종합병원 월별 외래 요양급여비용 현황.

요양기관이 환자를 진료한 후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으려면 심사평가원의 진료심사 및 심사조정 과정을 거쳐 건보공단으로부터 건보공단 부담금을 지급받게 된다.

이 과정은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지난해 10월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를 보고,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1월에 심사결정이 이뤄진다.

지난 2021년 1월 진료비인 4563억 7100만원이 지난해 10월에 상급종합병원들이 진료한 진료비 총액으로, 예년의 진료비 수준과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희망하는 상급종합병원의 100개 경증질환 진료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 A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이미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경증질환에 대한 비율을 최대한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부담금 100%로 올린다고 경증질환 환자가 내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상급종합병원 종별가산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삭제해 상급종합병원만 손실을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을 내원하는 경증질환 환자는 단순한 경증질환만으로 내원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며 "상급종병 병원장들은 종별가산을 종합병원급 수준으로 낮추길 원했는데,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체감도도 크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B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외래진료가 조금 줄어든 것 같지만, 정부의 경증질환 진료 수가 조정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8월 진행됐던 의료계 총파업과 전공의 파업 여파가 더 큰 것 같다"며 "경증질환 수가 조정에 대한 체감도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 역시 진료비 경향만으론 정부의 경증질환 진료 제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월별 외래 진료비 추세를 보면 100개 경증질환 수가조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질환 환자들은 대부분 복합상병을 가지고 있거나, 정부가 설정한 100개 경증질환 이외의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일환이 경증질환 수가 조정에 대한 정책 안착을 위해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C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100개 경증질환 진료 비율 감소를 체감할 수 없지만, 시간이 더 지나보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증질환을 진료하는 진료과에서는 업코딩 변수도 있어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진료분이 지난 1월 심사결정 자료로 나왔을 뿐"이라며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켜봐야 제도변화가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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