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 선호하지 않지만... 환자를 막을 대책이 없다"
"경증 환자 선호하지 않지만... 환자를 막을 대책이 없다"
  • 신형주 기자
  • 승인 2019.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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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실효성 확신 어렵다 지적
상급종합병원장들, 당혹감 속에 협의체 논의 이후 복지부 의견 전달 예정
일부 상급종병 병원장들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방향성에 공감
단기대책에서 소외된 중소병원계, 이달 말 복지부와 중소병원 역할 위한 협의체 구성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단기대책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및 병원계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단기대책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중증진료 수가 인상과 함께 초진 경증 외래 환자의 경우 종별가산 및 의료질평가지원금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전달체계 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단기대책을 발표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 외래환자를 진료할 경우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종별가산 30%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병협, 논의되지 않던 내용까지 ... 실망과 당혹감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병원계와 협의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포함돼 실망과 당혹스러움을 나타냈다.

병협은 의료법상 진료거부권이 없고, 환자를 유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경증환자를 진료했다고 종별가산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주지 않는 패널티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병협은 보장성 강화 등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환자쏠림 문제 책임을 상급종합병원에 전가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대책은 실효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진료 의뢰 및 회송체계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들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며, 정부는 종별·규모·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중소병원과 의원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병협은 "내년 상급종합병원 재지정과 맞물려 추진되는 이번 전달체계 개편은 경증질환 범위에서 차이가 나는 등 혼란을 주고 있다"며 "지정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순진료질병군을 적용해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번 전달체계 개편안은 비용통제적 관점에서 환자에게 의학적 불이익이나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며 "의료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감내하라고 하는 식의 제도 설계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병협은 "환자와 의료공급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한 후 유관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 "제대로 한방 맞았다"

상급종합병원계는 말을 아끼면서도 제대로 한방 맞았다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A상급종합병원장은 "당혹스럽다"며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원들이 이번 단기대책에 대해 전체회의를 갖고 논의한 후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회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중순경이 될 것이라고 전한 A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라고 하더라도 각 병원들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입장을 조정해 통일된 의견을 9월 말 경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 상급종병 B 병원장은 "병원의 입장에서는 오는 환자를 안 받을 수 없다"며 "입원은 컨트롤이 어느 정도 되지만 외래는 관리가 정말 힘들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병원이지만 경증환자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런데 경증환자 진료했다고 패널티를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경영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B 병원장은 이어, "이번 단기대책은 전체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같은 상급종병이지만 중증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B 병원장은 "이번 단기대책은 병원에게 충격이 있지만 환자들에게도 충격이 클 것"이라며 "선진국들은 의료전달체계가 문화적으로 정착돼 있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의료기관 내원이 오픈된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끊는다면 환자들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 소재 상급종합병원 C 병원장은 이번 단기대책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말을 아끼면서,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불만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애둘러 단기대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상급종합병원 소속 D 교수는 "가정의학과 같은 과는 대학에서 진료를 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물론 무리하게 대학에서 감기 등을 보면 안 되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수련병원으로서 트레이닝과 교육 문제와도 얽혀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 교수는 "갑자기 이것을 바꿔버리면 경증 환자를 보던 의료진과 그들이 담당하던 수련에 문제가 생긴다"며 "의료질평가에서 중증도 문제 때문에라도 경증 환자를 선호하지 않긴 하는데, 빅5병원 외 상종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이 외래진료하면서 종별가산 받는 것은 말 안 돼

하지만, 이번 복지부의 단기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상급종합병원장도 존재했다.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 E 병원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내용이 이번 정부의 대책안으로 들어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중증진료에 전념해야 할 상급종합병원이 그동안 외래진료를 하면서 종별가산을 받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E 병원장은 "외래를 줄이게 되면 병원 경영에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들하지만 경증 외래가 축소되는 만큼 남는 인력과 시설은 중증진료로 전환하면 된다"며 "이번 단기대책으로 중증진료에 전념하는 상급종합병원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급종합병원 원장들은 이번 단기대책에서 외래 경증환자 중 초진환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재진 이후 계속해서 내원하는 환자에 대해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경증환자 중 초진으로 내원할 경우 진단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종별가산과 의료질지원금을 그대로 적용하되, 재진 이후 계속 내원할 경우 복지부의 대책안 대로 종별가산과 의료질지원금을 배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병원, "단기대책에서 소외돼 아쉽다" 

한편, 이번 정부의 단기대책에서 소외됐던 중소병원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소병원 역할이 전혀 없어 상급종합병원만 막는다고 전달체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정영호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이번 단기대책에서 중소병원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고 두루뭉술하게 지역우수병원 지정 계획만 나왔다"며 "중소병원들의 역할 없이 전달체계가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지역단위 완결형 전달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병원들이 제대로 진료하고, 역할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또, "복지부에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소병원의 역할을 규정할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복지부측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으로 안다. 이달 말 경 복지부와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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