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연구자료 기존 ABC 분류에서 입원진료유형점수화로 전환 제안
병원계, 현행 환자구성상태 평가 유지하고, 상대평가 환자비율 보완 필요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제4기 상급종합병원으로 45개 기관이 지정된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개선 움직임에 대해 병원계가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는 지난 1월 상급종합병원 중증질환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위한 환자구성상태 개선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평균 입원진료유형점수와 중증도 평가점수를 합산해 평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존 입원전문진료질병군(A군), 입원일반진료질병군(B군), 입원단순진료질병군(C군) 등 중증도를 ABC 3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연구결과는 기존 ABC 3단계 분류를 0점부터 100점까지 입원진료유형점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했다.
평균입원진료유형점수가 높을수록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기 적절한 질병군이라는 것이다. 단, 정신질환과 재활진료는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중증도 평가점수를 신설해 28개 중증응급환군과 중증질환자군의 비율을 선정해 가점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중증응급환자군은 심근경색증, 뇌경색증, 뇌수막염등 28개 질환이며, 산정특례대상 질환인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 중증화상 등 중증질환을 진료하는 기관에 대해 가산점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선안이 현 평가방법과 비교해 정확성이 향상되는지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중증도 평가기준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제공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향후 중증도 평가기준의 타당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연구의 한계성을 밝혔다.

이어, "중증도 평가항목을 확대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입원과 외래 중증진료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환자단위의 입원외래 통합평가 모형 개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 개선안 진료과 간 갈등 유발 우려

하지만, 심평원의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병원계는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중증질환 진료가 많은 진료과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한병원협회측은 현재 ABC 3단계 분류체계 유지하면서, 상대평가 환자비율 기준인 44%에 대해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심평원의 연구결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병원계 관계자는 "연구(안)은 특정 진료과의 중증도 비율에 대한 증감은 있지만, 큰 틀의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기존 ABC 분류방식과 결과값이 유사한 분포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 효과는 적은 반면, 평가방식 변화에 따른 진료과 간 갈등 유발과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의료현장의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연구안은 각 전문학회가 선정한 DRG별 점수를 연구진이 보정해 연령을 반영한 1195개 AADRG에 0점~100점 사이 연속 점수를 반영했다.

이런 보정에도 불구하고, 중증도가 높은 진료과와 중증도 높지 않은 진료과 간 점수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중증도가 높은 진료과가 오히려 역찰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에 가장 중중도가 높다는 심장이식 수술과 이비인후과의 청각수술이 있을 경우, 각 전문학회는 각각의 수술에 대해 가장 높은 100점을 부여하게 되면 투입되는 의사인력 및 장비, 시설, 의사업무량과 위험도에서 차이를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입원진료유형점수는 그간 제기된 진료과별 형평성 등에 대해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차별만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 ABC 분류와 비교할 때 특정 진료과에서 큰 폭의 점수하락과 정신과 및 재활의학과를 제외하는 것은 과별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계는 또, 연구(안)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고위험 임신관리 및 안전한 분만환경을 저해할 수 있으며,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복합수술 등 이미 개선된 사안에 대해서도 역행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중증도평가 점수 가산의 경우, 응급·중증환자군의 이중산정과 산정특례 대상자의 입원진료 증가 등 효율적 진료환경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계자는 "상대가치점수는 인력·시설·의사업무량 및 위험도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입원유형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입원건수 비중을 중심으로 산출돼 현실반영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5기 상종 평가기준 회송실적·입원전담전문으 배치 지표 포함

한편, 복지부는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당시 평가 기준 중 4개의 예비평가 항목을 포함해 진행한 바 있다.

복지부는 5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4개의 예비평가 항목을 본 평가 항목으로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개의 예비평가 항목은 △경증외래환자 회송실적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 △중환자실 병상 확보율 △음압격리병실 확보율 등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예비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지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 진료 관련 항목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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