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2040 적정성 평가 미래 발전 포럼 개최
의료진 참여, 의료질에 대한 국가 거버넌스 구축 등 제시
복지부 "요양기관 자료제출, 평가 부담 줄여야"

2040 적정성평가 미래발전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2040 적정성평가 미래발전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도입 20년을 맞은 적정성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표를 과감히 정리하고, 의료질 개선 관련 정부의 정책이 적정성평가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수용할 수 있는 지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2040 적정성 평가 미래 발전 포럼'에서 제시됐다.
 

적정성 평가, 의료질 개선 이어지지 않고 정체된 상황

김윤 교수 "정책 통합, 의료진 동기 부여 중요"

출처 : 심평원,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출처 : 심평원,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발표에 나선 서울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과)는 현재 적정성 평가가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종별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현황' 통계에 따르면 항생제 처방률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소송이 있었던 2005년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김 교수는 "소송 이후 심평원에서 정보를 공개했고 항생제 처방률은 급격히 떨어졌지만 지금은 큰 변화가 없다"며 "평가 주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가 결과가 의료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서 영국 NHS와 미국 CMS가 각각 실시한 병원질 평가 시범사업의 효과가 정반대였다고 제시하며, 효율적인 적정성평가를 위해 의료진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지표와 방식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됐음에도 영국은 폐렴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진 반면 미국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정부가 사업을 계획해 참여기관을 모았고, 영국은 제도설계 단계부터 참여기관과 평가·보상을 논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의료인에게 동기가 부여된 것"이라며 "환자 진료과정을 개선하는 방법은 결국 의료진이 안다"고 말했다.

지역별 의료격차 문제가 여전하고, 의료서비스 수요·공급이 불균등한 상황에서 적정성평가만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문제는 적정성평가나 질평가지원금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거시적인 정책 목표와 수단을 갖고 의료질과 연계해 평가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신경과)는 "지금까지는 잘하는 곳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못하는 20%를 평균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적정성 평가의 평가, 목표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표가 의사-환자 신뢰관계에 영향 미칠지 먼저 고려해야"

절대평가 지표 확대, 의료기관 부담 완화 필요성 강조

적정성 평가 지표를 신중히 도입하는 동시에 과감한 지표 정리도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김영재 보험정책분과위원장은 "지표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좋은 관계가 형성되면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의사는 의료분쟁을 우려해 비용효율보다는 비용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우려했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과도한 행정부담을 주지 않고, 환자의 입장에서도 양질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지표여야 한다는 의견도 강조됐다.

김 위원장은 "환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지표여야 한다. 현재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환자에게 폐기능검사를 했는지 여부가 지표로 있다"며 "이런 지표는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발생하지만, 환자에게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크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적정성 평가의 한계점도 지적됐다.

현재 적정성 평가는 질병명, 의료행위 위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의원급 환자의 경우 진단명보다는 열과 통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질병명만으로 기준을 적용하면 잘못된 검사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졌으면 낮아졌다고 표현하면 되는데, 개선이라고 하면 의료계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며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쓸데없이 항생제를 쓴다고 환자들이 오해하면서 의사환자 관계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의사와 환자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과감히 삭제하거나 모니터링용으로 사용하고,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지표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도 "지표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평가결과가 포화된 상태로 몇 년간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며 "평가점수가 높은 의료기관은 여전히 잘하는 반면, 더 향상돼야 할 의료기관에는 집중되지 않는다. 포화된 지표는 과감히 빼도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표개선 필요성도 대두됐다.

적정성평가 뿐 아니라 질평가지원금을 위한 평가, 상급종합병원 등 현재 의료기관이 준비해야 하는 평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서 이사는 "그간 심평원 인력은 5배 가까이 늘었지만 병원의 행정인력은 비슷하다. 평가에 지치고 지표 하나에 허덕인다"며 "평가가 평가에서만 끝나면 오히려 평가를 포기하고 다른 정책 사업에 참여해 수가를 더 받는게 낫다"고 말했다.
 

복지부, 평가 절차 및 자료제출 간소화 필요성 언급

"소비자인 국민 위해 공개방법 다양화 필요" 

정부도 적정성평가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다.

보건복지부 이상희 보험평가과장은 "평가 전체를 아우르는 질관리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부서마다 별도의 목적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자원공급과 전달체계개편 등이 어우러지는 방식의 질관리 체계가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의료기관의 평가부담을 줄이고, 이용 당사자인 국민의 평가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는 "의료기관이 평가 때문에 힘들어하고 정확성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청구심사단계에서부터 평가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요양기관이 비슷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내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과 소비자가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지원금이 있다면 확실히 평가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공개 방법을 다양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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