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정부는 '검토하겠다'란 빈말 뿐 자리를 옮기면 그뿐이라며 비판
소청과, 소아가산제도와 육아상담료 신설 요구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개원의들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꺼리고,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들도 대폭 감소했다.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억제되면서 다른 직종들처럼 병원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오래전부터 경영이 어려웠던 진료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이들 진료과의 개원의사회 회장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이번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림스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을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청과 상황이 매우 어렵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3월부터 계속된 적자로 적금 깨고, 현찰 있던 거 탈탈 털어 막고 있는 중" 

"원장실에 앉아 있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요. 그냥 아프다고 하고, 문닫고 집에 가버리면 넘 무책임한걸까요?"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돈 필요하면 말하라고... 괜히 속끓이고 있지 말라고 하시는데, 비참하기도 하고 어머니 보기도 미안하고...독감도 이번주면 갖고 있는 것 다 끝날테고..."

최근 소청과 전문의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글들이라 생각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 여러 통계에서도 소청과 경영은 계속 빠지고 있다. 의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난 5월 데이터를 갖고 대한의사협회에 긴급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의협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결과는 없다. 7월에는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과 회의도 했다. 이때 소아중재료 신설, 소청과 긴급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청과 폐과 얘기를 꺼낸 바 있다. 절박함에서 꺼낸 얘기로 이해하면 될까?

지난해도 너무 어려워 폐과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런데 올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코로나19로 소청과 90%가 빚을 얻어 유지하는 형편이 됐다. 병원 건물 계약기간까지만 하겠다는 회원이 대부분이다.

소청과는 비급여가 거의 없는 진료과다. 그나마 남은 비급여가 '독감 신속항원검사'인데, 문재인 케어 일환으로 수가를 깎으면서 급여화 하겠다고 해서 지난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항의를 한 것이다. 

-소청과 개원의들이 소아가산제도와 육아상담료를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논의는 진척되고 있는지? 

소아 진료는 어른과 달리 몇 배로 힘이 든다.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고, 저출산으로 인해 기대 수준이 높아진 부모와 조부모의 요구 수준도 맞춰야 한다. 또 안전한 진료와 치료를 위해 병원 직원 고용도 훨씬 많이 해야 한다. 고정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 대해 소아가산제도 근거와 여론, 다른 나라 사례 등을 모아 수년간 복지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토하겠다"란 빈말 뿐 담당자는 자리를 옮기면 그뿐이다. 정부는 진찰료 안에 육아상담료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일관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 결과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사항 20~30가지를 적어온 아이 엄마는 의사에게 물어보면서 미안해 하고, 의사는 진찰하고 치료하는 것보다 몇 십배 힘들어 상담을 하기 쉽지 않다.

소청과 주치의제는 민감한 문제라 논의 더 필요

- 문제 해결을 위해 소청과 학회와도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모 교수가 이사장이 된 후 여러 번 갈등이 있었다. 학회 소속 회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병원 운영할 수 있도록 학회가 정부와 정치권에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로서 어린이 건강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고, 정부가 잘못할 때는 잘못했다고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달에 이사장 선거가 있다. 그분이 대한민국 소아청소년의 의료기반의 붕괴 위기라는 것을 자각하고 전문가 목소리를 내고 용기있게 나서시는 분이길 바란다. 그런 분이라면 다시 힘을 합쳐 일할 것이다. 

- 소청과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정부가 조심스럽게 운을 띄운 내용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회원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찬성해야 가능하다. 장·단점에 대해 충분한 논의 후 회원 다수가 하겠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의료 수요자 측면에서 이 제도를 좋아할 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특히 부모들은 소청과 의료수준에 대한 기대수준이 매우 높아 국민이 수용해야 가능한 제도다. 

-소청과가 어려움을 겪는 진료과로 인식되면서 전공의 지원 등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난해 지방 거점 국립대학을 포함해 소청과 전공의 모집이 대거 실패했다. 올해는 빅5를 병원 등도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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