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비아, 국내 제약 시장 코로나19 확산 여파 분석...8000억원 손실 예상
메르스 버텨낸 국내사, 2015년 상반기 전체 매출 전년比 5% 증가 
국내 제약업계 "단기적 손실 있겠지만 극복 가능"...인력·연구개발 차질은 우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국내 제약업계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가 감소하고, 영업 활동도 위축되면서 올해 국내 제약업계 성장률은 작년 성장률인 8.6%보다 4.2%p 줄어든 4.4%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를 두고 국내 제약업계는 매출 하락은 막을 수 없겠지만,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도 버텨낸 만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19로 국내 제약시장 8000억원 손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코로나19 확산이 국내 제약업계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제약시장 성장률은 최근 5년간 성장률보다 높은 8.6%를 기록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이 전망됐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약 4.2%p(상반기 약 7%p, 하반기 1%p 감소) 줄어든 4.4%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000억원 이상이다. 

아이큐비아는 이 같은 국내 제약시장 성장률 하락의 요인으로 △특정지역 병원 폐쇄 및 전국적 격리조치 △의료기관 방문 환자 수의 현격한 감소 △경제활동의 전반적인 감소에 따른 헬스케어 소비 감소 등을 꼽았다. 

다만, 아이큐비아는 올해 하반기 회복세를 보여 2021년 초 예년 수준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 변화 추세를 파악한 결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최대 4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협에 따르면 입원환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과 2월에 전년동기 대비 각각 평균 3.68%, 3.49% 감소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3월 입원환자 수는 평균 26.44% 떨어졌다. 

외래환자 수는 더 많이 줄었다. 이달 기준 외래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상급종합병원이 26.09%, 종합병원이 23.31%, 병원급이 46.68% 줄었다. 

아이큐비아는 입원환자와 외래환자가 줄면서 의약품 소비가 감소한 만큼 국내 제약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 격리조치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되면서 제약사 영업활동이 저하되고 신규 의약품의 병의원 진입 시기를 늦추는 파장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이큐비아가 국내 제약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외처방 현황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전과 비교해 약 2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내처방은 최근 5년 간 8.2%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치료와 관리를 위한 인력부족, 환자 입원기간 최소화 등에 따라 성장률이 7.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제약업계도 이 같은 분석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약 영업사원의 1일 평균 거래처 방문 횟수는 일반적으로 10~12회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거래처에서 영업사원의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영업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특히 재택근무가 시행된 이후에는 거래처와 실질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어지면서 영업활동의 어려움은 더해졌다. 

이 관계자는 "신규 거래처는 방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로 인해 유선상으로는 신규 거래처 연결이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기존 거래처 중심의 영업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보니 제네릭 위주인 중소 제약사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메르스 여파에도 매출 성장...만성질환약 타격 적을 것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내사의 경우 만성질환약 위주의 매출 구조로 인해 빠른 회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이큐비아가 2015년 9월 발표한 국내 의약품 시장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영향에도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은 소폭 증가했다. 

2015년 상반기 국내 제약사 매출은 4조 4579억원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5.7% 성장했다. 이는 같은기간 동안 3.8% 성장한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성장 폭이 큰 것이다. 

전문의약품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5.0% 증가했는데, 질환영역별로 보면 ARB 복합제(2702억원), 고지혈증 치료제(2701억원), 소화성궤양 치료제(2203억원) 순으로 매출이 높았다. 또 DPP-4 억제제가 20% 대 성장률을 유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제네릭 의약품은 전년 동기 대비 7.1% 성장하며 전문의약품 매출의 36.4%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는 현재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아이큐비아는 항바이러스제, 호흡기 치료제, 항암제 등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의 영향이 미미한 영역으로 예상했다. 

특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은 신규 환자의 유입이 제한되겠지만, 기존 환자들은 장기처방으로 환자 수 감소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증질환이나 보조 치료제로 사용되는 제품군은 실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아이큐비아는 "코로나19가 의약품에 미치는 영향은 질환군 별로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질환군은 영향이 가장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 그리고 제네릭 의약품 위주인 국내 제약업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 당시 업계에서는 큰 매출 하락이 예상됐지만, 2015년 연간 실적을 보면 큰 타격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상반기 매출에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인력채용 등이 지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연구개발과 인력채용 등이 지연,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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