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위험군서 유의성 입증" 심장내과 주장에 흉부외과 '반기'

2017년 학계는 지침 변화의 바람이 몰아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장학계는 미국발 고혈압 지침이 나와 변화의 중심에 섰고, 내분비내과계에서는 새로운 당뇨병 지침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소화기내과계에서는 늘어나는 C형 간염 환자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신경과계에서는 줄기세포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다.항암분야에서는 면역치료법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한 해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던 핫 이슈를 정리했다.

심혈관질환 위험단계에 '극위험군' 등장

심혈관질환 위험 분류에는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심혈관질환 위험군은 △저위험군 △중등도 위험군 △고위험군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왔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고위험군보다 위험 수준이 높은 '극위험군(extreme risk)'을 추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상지질혈증 관리 및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5월 발표했다. 

AACE가 정의한 심혈관질환 극위험군은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한 후에도 불안정 협심증을 포함한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다. 당뇨병, 만성 콩팥병 3기 또는 4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환자도 여기에 해당된다. 조기 심혈관질환 발병 가족력이 있는 55세 미만 남성 또는 65세 미만 여성도 극위험군에 속한다.

이어 AACE는 극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제시했다. 2012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주문했지만, 극위험군은 이보다 더 강력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PCSK9 억제제 '괄목상대'…적응증 확대는 지켜봐야

PCSK9 억제제는 스타틴으로 대표되는 이상지질혈증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줬다. 

그중 올해 많은 성과를 보여준 약물은 '에볼로쿠맙'이다. 에볼로쿠맙은 FOURIER 연구를 통해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개선하면서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을 낮추고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를 근거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에볼로쿠맙의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PCSK9 억제제 중에서는 최초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알리로쿠맙'의 강세도 주목할 부분이다. 알리로쿠맙은 ODYSSEY DM-Insulin과 ODYSSEY DM-DYSLIPIDEMIA 연구를 통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지질 조절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국내 임상에서는 알리로쿠맙과 에볼로쿠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알리로쿠맙은 1월, 에볼로쿠맙은 8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알리로쿠맙은 이형접합 가족성 및 비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에볼로쿠맙은 12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다른 지질저하제인 스타틴, 에제티미브, 지질분리반출법 등과 병용요법으로서 적응증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스타틴 불내성 환자 등과 같이 PCSK9 억제제가 필요한 환자가 많지 않다는 한계점이 있다. PCSK9 억제제가 국내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2018년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내리막길' 걷는 CETP 억제제…국내 신약의 미래는?

PCSK9 억제제가 상승세를 보였다면 하락세를 면치 못한 비스타틴 계열 약물도 있다. 바로 CETP 억제제다. CETP 억제제는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서 100% 이상의 HDL-콜레스테롤 상승효과를 보여,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자리를 넘보는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개발된 CETP 억제제인 톨세트라핍, 달세트라핍, 에바세트라핍이 효능 불충분 또는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개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CETP 억제제인 아나세트라핍은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발표된 아나세트라핍 임상연구인 REVEAL 최종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이 스타틴과 아나세트라핍 병용 시 위약군보다 4년 후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9% 감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4년간 장기간 추적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이 9% 감소한 점은 아나세트라핍이 혜택이 있다고 단정 짓기엔 작은 수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발사인 미국 머크는 REVEAL 결과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아나세트라핍의 상업화를 위한 허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결정 내리면서 CETP 억제제 신약 개발의 중단을 알렸다. 

CETP 억제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현재 종근당에서 개발 중인 CETP 억제제 신약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종근당은 CETP 억제제인 'CKD-519'에 대한 임상2상을 호주에서 진행 중이다. 아나세트라핍의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상업화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CKD-519가 앞으로 어떤 전개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전성 문제로 암흑기 보낸 BVS

획기적인 스텐트로 주목받았던 '생체 흡수형 스텐트(BVS)'는 올 한 해 암흑기를 보냈다. 지난 3월 FDA가 BVS의 주요 심장사건 발생 위험을 경고한 데 이어, 개발사 측도 안전성 문제로 유럽 내 임상시험에서만 BVS 시술을 허용한다는 서한을 4월 배포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BVS 시술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BVS 효과가 이미 입증됐기에 시술법이 확립되고 적절한 항혈소판요법이 이뤄진다면 안전성 논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럽심혈관중재술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ABSORB JAPAN·CHINA 연구 결과 역시 혈관 직경이 넓고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장기간 지속하면 BVS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에 적용된 유일한 BVS였던 '업소브(Absorb BVS)'는 매출 대비 제조 비용 문제로 10월 판매 중단됐다. 개발사는 BVS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장기간 예후를 계속 추적관찰하겠다는 입장이기에, 그 결과에 따라 현재 개발 중인 BVS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응증 확대 두고 평행선 달리는 TAVI 대 SAVR

국내에서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적응증 확대를 두고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평행선을 달렸다. 

TAVI는 국내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대해서만 시행되는 시술이다. 이에 대해 심장내과 학계는 수술 중간 위험군에서도 TAVI의 유의성이 입증됐다며 TAVI의 적응증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흉부외과는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 TAVI의 득보다 실이 크고 현재까지 연구들이 평균 2년의 짧은 기간 내 진행됐기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TAVI가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비교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이 뒤떨어지지 않더라도 잘못됐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발생할뿐더러 심각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다는 이유에서다. 

TAVI 적응증 확대를 놓고 두 학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2018년에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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