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BVS 주요 심장사건 발생 위험 등 안전성 경고…"국내도 BVS 시술 제한"

심장혈관에서 완전히 녹아 획기적인 스텐트로 주목받은 '생체 흡수형 스텐트(bioresorbable vascular scaffold, BVS)'에 비상이 걸렸다.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이 BVS의 주요 심장사건 발생 위험을 경고한 데 이어, 최근 회사 측이 안전성 문제로 유럽 내 임상시험에서만 BVS 시술을 허용한다는 서한을 배포한 것이다.게다가 국내 역시 임상시험에 포함된 환자를 제외한,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BVS 시술을 제한한다는 회사 측의 서한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의료계에서도 파장이 예고된다.기존 약물 방출 금속 스텐트(everolimus-eluting metallic stent, EES)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BVS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학계에서는 BVS의 운명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시술법이 확립되고 항혈소판요법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과 외국에서 안전성을 경고한 만큼 BVS가 EES를 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다.BVS, ABSORB III 연구로 '핫 토픽' 급부상
▲ FDA 승인을 받은 BVS인 Absorb GT1 / FDA 자문위원회 자료

BVS는 학계의 '핫 토픽' 중 하나다. 금속철망 대신 우리 몸에서 분해될 수 있는 젖산을 중합체로 만들어 체내에 완전히 흡수되며, 혈관내피세포기능 등이 회복된다는 생체적합성을 강점으로 '혁신적인 스텐트'라 불렸다. 게다가 BVS가 완전히 흡수된 후에는 항혈소판제를 평생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에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보험이 적용됐고 임상에서도 서서히 적용되는 추세였다. 단 두께가 150㎛ 이상으로 기존 스텐트보다 두껍기 때문에, 혈관 내경이 좁지 않은 단순병변인 젊은 환자로 제한해 적용했다.

BVS에 대한 학계의 기대는 2015년 발표된 ABSORB III 연구가 촉매제가 됐다. BVS와 EES를 비교한 최초의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1년 시점에서 두 시술 간 효과 및 안전성이 동등함을 입증했다(NEJM 2015;373:1905~1915).

구체적으로 심장사망, 목표혈관 심근경색, 허혈성 목표병변 재관류술 발생 등을 포함한 목표병변실패율(target lesion failure, TLF)은 BVS 시술군이 EES 시술군 대비 비열등했다. 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모든 심근경색 발생률, 환자 보고 협심증 발생률 등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긍정적인 결과로 지난해 FDA는 관상동맥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BVS를 승인했다. 아울러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BVS 관련 등록연구를 진행하는 등 BVS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미국·유럽 BVS 안전성 경고…국내 BVS 시술에도 제동 걸려

그러나 문제는 2년 이상의 장기간 데이터에서 터졌다. BVS는 시술 1년 후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해 3년이 지나면 체내에 완전히 흡수된다. 3년째 예후가 BVS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달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7)에서 베일을 벗은 ABSORB III 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TLF 위험은 BVS 시술군이 EES 시술군보다 1.42배 높았다(P=0.03). 이러한 위험은 참조혈관 직경(reference vessel diameter, RVD)이 2.25mm 미만의 작은 혈관에 BVS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 집중됐다.

이에 지난달 FDA는 의료인에게 BVS의 주요 심장사건 발생 위험을 경고하는 서한을 배포했다. ABSORB III 2년 결과와 함께 지난해 발표된 ABSORB II 3년 결과 및 아시아인 대상의 ABSORB Japan 결과에서도 일관된 위험이 나타났다는 게 FDA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심장의 작은 혈관에는 BVS 시술을 할 수 없으며, 최적의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BVS를 가장 먼저 승인했던 유럽에서도 안전성 문제로 파장이 일었다. 6일 회사 측이 ABSORB II 3년 결과를 근거로 유럽 내에서 BVS를 임상시험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한다는 서한을 보내면서,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BVS 시술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2018년 여름까지 중재술의 술기 및 혈관 크기가 환자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 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회사 측이 국내 의료진에게도 이러한 서한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BVS 시술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

고려의대 나승운 교수(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이번 달부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BVS 시술을 잠시 중단한다고 결정됐다"며 "당분간은 임상시험에 등록된 단순병변 환자 위주로 BVS 시술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약 1900명 환자를 BVS 또는 EES 시술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2년간 추적관찰한 AIDA 연구에서도 스텐트 혈전증 위험이 BVS 시술군에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NEJM 2017; DOI: 10.1056/NEJMoa1614954), 당분간은 BVS 안전성 문제가 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시술법 확립되면 반등할 것" vs "기존 스텐트보다 좋다는 근거 없어"

위기를 맞은 BVS가 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까? BVS 운명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BVS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기에 시술법이 확립되고 적절한 항혈소판요법이 이뤄진다면 안전성 논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기존 스텐트보다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고 외국에서 위험을 경고한 만큼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나 교수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BVS 시술을 받은 환자 중 혈전증이 발생했거나 혈관이 막혀 재관류술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면서 "시술을 잘하는 것과 항혈소판요법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영상 가이드라인에 맞춰 잘 시술하고 BVS가 완전히 녹을 때까지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도록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며 "두께가 얇은 BVS를 개발 중이며 국내에서도 술기 교육을 위한 미팅이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BVS의 위험을 경고한 만큼 EES 대신 BVS를 시술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양의대 김경수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새로운 스텐트를 적용했을 때 환자 예후에 도움되면서 최소 기존 제품보다 나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존 스텐트보다 좋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장기간 데이터 없이 1년 예후만으로 FDA 승인이 났다.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BVS는 보관이 어려울뿐더러 시술하는데도 까다롭다"며 "특이한 재질로 개발돼 시술법이 특별하고 장기간 항혈소판요법을 시행하면 괜찮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BVS를 시술할 이유는 없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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