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역연구 결과 무시하고 협의체 가동도 없이 제도 변경 강행
정부 추진안, 일차의료기관의 진료 기반 약화해 진료 접근성 저해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31일 성명을 발표하고 일방적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 절차를 마련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제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2024년 9월 대한의사협회와 학계, 수탁기관의 전문가 추천까지 완료했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는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다.

정부는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내에서 제도개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회는 "인증위원회는 수탁기관의 인증과 질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일 뿐,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의 정산 구조나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 협의체 조직이 아니다"며 "복지부의 이러한 절차는 제도개선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결여한 비민주적 행정 처리로, 의협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분개했다.

또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보건복지부가 2023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와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산학협력단은 검체검사 수가를 일률적으로 분리하거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며, 위탁·수탁 기관 간 자율 계약과 상호 정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는 분리청구 및 위탁관리료 폐지와 상반된다.

의사회는 개정 추진안이 연구결과의 취지와 현장 의견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해석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환자의 이중 결제 및 불편 가중 △개인정보 노출 위험 △비급여 검사 정산의 혼선 △의료행위 주체의 책임소재의 불명확성 △청구시스템 운영 혼선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위탁검사를 의뢰기관은 대부분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일차의료기관으로, 무리하게 제도를 변경할 경우 일차의료기관의 진료 기반이 약해져 국민의 필수의료 접근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막기 위해 의사회는 △의협과 협의 없이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즉시 중단할 것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를 가동하고, 대한개원의협의회·학계·수탁기관이 참여하는 정식 협의 절차를 마련할 것 △관련 용역 연구 결과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검토할 것 △분리청구 강행 대신, 채혈 관리료 신설 등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어 "복지부는 의사와 신뢰를 저버리는 일방적 행정을 즉시 중단하고, 일차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타를 재정립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