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질서 왜곡·의료현장 혼란 초래..."정부 개선안 전면 재검토해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중 분리청구 의무화 추진 방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학회는 5일 성명을 내고 "환자 불편, 진료 효율성 저하,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는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일차의료기관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및 암 검진 과정에서 매일 다양한 검체검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만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진단, 치료 효과 평가, 응급 대응, 만성질환 추적을 위해 심근효소(CK-MB, Troponin), NT-proBNP, D-dimer, CRP 검사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검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의 출발점이며, 의료 현장은 낮은 보험수가에도 불구하고 효율적 운영을 통해 진료를 이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특히 수탁검사 할인 구조는 정해진 수가 내에서 검사의 표준화, 효율화, 정도관리를 통해 절감된 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상생 구조로 작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일차의료기관은 검사장비 설치 부담을 덜고,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현실 속에서도 환자 진료를 가까스로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학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분리청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된 거래 구조를 행정적으로 해체하고, 수탁기관의 이익을 정부가 임의로 저가로 결정하려는 명백한 시장 왜곡 행위"라며 "자유경쟁 원리를 무시한 이러한 정책은 경제 논리로도, 의료 현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전산시스템 개편, 인력 재교육, 행정서류 이중화 등으로 막대한 행정비용과 업무 증가를 초래해 의료비 상승, 환자 불편,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분리청구가 의무화되면 환자는 한 번의 검사에 대해 두 번의 결제·청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검사 결과 확인도 복잡해져 만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필수의료의 기반인 일차의료 내과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를 지키겠다고 겉으로만 외치고, 실제로는 필수의료를 무너뜨리는 주체가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위·수탁 검사 체계는 이미 계약서 관리, 품질평가, 보험청구 심사 등 다층적 절차를 통해 충분히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진정으로 검사 질을 높이려면 청구 방식의 이중화가 아닌 수탁기관 품질평가 강화, 검사 정확도 관리, 보고체계 표준화 등 실질적인 품질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학회, 개원의협의회, 수탁기관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자 중심의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