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료 10% 지급, ‘검사할수록 손해’ 구조
분산형 검사망 해체…‘한국형 시스템 무너져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보건복지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편' 추진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며, 제도 전면 재검토와 협의체 가동을 촉구했다.
소청과의사회는 3일 성명서를 통해 "검사 질 관리 강화라는 명분 아래 의료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개편안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일차의료기관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최근 위탁검사 관리기준을 정비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했지만, 실제로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의 정산·청구체계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의료기관의 행정적·법적 부담이 폭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사회는 "검체검사는 감염병 대응, 만성질환 관리, 암 검진 등 국민 건강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라며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일차의료기관이 위탁검사를 통해 진료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여온 구조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복지부가 2023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무시한 채, 검사료 전액을 수탁기관에 지급하고 위탁기관에는 10%만 지급하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연구는 검사 난이도, 자동화 정도, 진료과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인 비율 강제가 현실에 맞지 않으며, 위탁검사관리료가 과소 보상되고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의사회는 "복지부는 연구 결과의 불채택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채 행정 재량을 남용하고 있으며, 절차적 투명성과 비례 원칙을 모두 훼손하고 있다"며 "또한 2024년 9월 구성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가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검사량이 많은 의료기관은 자체 검사실을 확대해 손실을 만회하려 하겠지만, 검사량이 적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외주 검사를 지속할 수밖에 없어 불리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특히 채혈과 설명의 난이도가 높은 소아청소년과는 위탁검사관리료 10%만 지급받는 구조에서는 검사를 시행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위·수탁 분리청구(EDI) 방식도 또 다른 행정적 혼란을 예고한다. 소청과의사회는 "청구 분리는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높인다"며 "급여·비급여 구분 없이 동일한 정산 방식 계약을 강제하는 것은 계약 자유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EMR 연동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검사결과를 주고받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중 문서관리 체계를 강제하는 것은 행정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오류와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우리나라의 분산형 검사 네트워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구조로, 검사 접근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달성한 시스템"이라며 "중앙집중형 검사체계를 운영하는 영국이 검사 지연과 접근성 저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과 뚜렷이 대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 질 관리는 행정 규제가 아닌 자율과 품질관리 강화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는 환자와 현장을 중심에 둔 합리적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하며, 의정협의체의 조속한 가동과 연구 결과의 존중이야말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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