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총장들에게 증원 중지 요청
각 시도의사회도 면담 움직임
의대생, 학장, 의대교수 단체들도 총장 압박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전문의 미복귀시 처단’ 등의 발언으로 의료계과 정부의 협상이 일절 중단된 가운데 뇌관인 2025년 의대 입시 절차는 착착 진행돼 오늘(13일) 수시 합격자발표를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계 각 단체들은 정국 운영 능력을 잃은 정부를 ‘패싱’하고 의대 총장들에게 곧장 의대 신입생 정원을 조절을 요청하며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의협 비대위,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 중지 요청
각 시도의사회, 지역 내 총장들 면담 추진
12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의대 총장님들께서 나서 정부의 교육농단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전국 의과대학생은 이런 교육환경을 거부하며 내년 3월에도 복학할 수 없다고 결의했으며, 내년 상반기 전공의 지원율은 8.7%인 314명에 불과해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현재 교육부는 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의지가 없어, 총장님들마저 이대로 방관하신다면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의료체계는 파탄에 이르게 된다”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총장님들께서 교육적 원칙으로 돌아가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각 시도의사회 역시 의대 총장들을 직접 찾아 총장 재량으로 의대 신입생 모집 인원을 축소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지역 내 의대가 있는 의사회의 경우 총장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곧 있을 전국시도의사회 회의에도 총장들에게 요청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KAMC, 전의교협, 의대협도 총장들 압박
전의비, 의총협-KAMC-의대교수 TF 구축 촉구
의대 총장들에게 직접 신입 의대생 정원을 조절해 달라는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 의대 학장들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계엄령 선포 관련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상 운영을 위해 모집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7일 성명을 내고 “의대교육의 파행은 교수들 만류와 거부에도 불구하고 증원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총장에게 있다”며 “대학 총장 등은 증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게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를 막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같은날 “준비도 돼 있지 않고 감당할 수도 없는 무리한 의대증원의 소탐대실은 향후 회복하기 어려운 의학교육 부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총장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부역자로 남을 것인지, 참된 교육자로 남을 것인지 중대한 선택의 길에 놓여 있음을 상기하고 부디 올바른 길을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아예 의총협(의과대학 선진화를 총장협의회)회장인 전북대 양오봉 총장과 동아대 이해우 총장에게 총장-의대학장-의대교수 단체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정원 감축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9일 성명을 내고 "의학교육 현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기관으로서의 마지막 소신과 양심에 따라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정지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총장들에게 이 같은 요구가 쏟아지는 것은 신입생 선발이 각 대학 총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전의비는 교육부에 “신입생 선발 권한은 대학에 있다”며 “교육부는 더 이상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비대위 등의 요구처럼 전면 중단이나 백지화는 어려울지라도, 수시 인원 정시 전환, 중복 합격 시 추가 모집 포기 등의 방법으로 어느정도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총장의 권한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1일 가톨릭관동대와 건양대를 시작으로 전국 의대들의 수시모집 합격자들이 발표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13일까지 발표되는 의대 수시 입학 합격자수는 3118명이다. 정시를 제외한다고 해도 지난해까지 의대모집 정원인 3058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