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이후 의료계 총파업 분위기
대학병원 전공의들, 파업 찬반 투표 진행 중 ... 12일 대전협 총회 결과에 따라 결정될 듯

6일 정부가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의협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전공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메디칼업저버 DB
6일 정부가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의협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전공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괴롭다. 병원에서도 제대로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50%는 근로자로 50%는 교육자인 상태다.

전공의법이 통과됐다 해도 여전히 오랜 훈련과 노동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선배 의사들이 정부와 의료 시스템에 대한 협상을 원만하게 끝내지 못하고 의료계 힘을 보여줘야 할 때 전공의들은 맨 앞줄에 서야 한다.

전공의들이 의료계 총파업의 핵심이 된 것은 그들이 그만큼 병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의대정원 확대에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를 28회 개최했지만 답을 내지 못하고,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의협은 또 다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다시 시선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쏠리고 있다. 

현재 전공의들은 각자 수련받는 병원에서 파업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고민에 빠진 듯했다.

7일 자신의 SNS에 복잡한 심정을 글로 남겼다.

박 회장은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같이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와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 명의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2020년 젊은의사 단체행동 당시 모습 @메디칼업저버 DB
2020년 젊은의사 단체행동 당시 모습 @메디칼업저버 DB

현장에 있는 전공의들은 복잡한 심정인 듯했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파업을 한다면 하겠다는 분위기인데, 엄청 강력하게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단체행동 한다면 저도 동참할 것이다. 그런데 다들 말은 이렇게 해도 행동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이 더 안 좋아질 수 있고, 파업 기간 도중 환자 한 명이라도 사명하면 의사들 탓이라고 할 수 있고, 이번 정부가 경찰과 검찰을 동원할지도 모른다"며 "다들 말로는 하겠다고 한다. 2020년 실패 때문에 트라우마 확실하고.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하루하루 근무 만으로도 바빠서 대의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헌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의 전공의는 "우리 과에 전공의가 나 혼자다"라며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한다고 필수의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의대생들도 이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몇몇 의대 학생회는 비상시국정책대응위원회 등을 조직하고 있다. 

지방의 모 의대 학생회 회장은 전국의 의대생들이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는 주체는 결국 우리다.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어느새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상황이 진행되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학생회 임시기구 비상시국정책대응위원회(정책 TF)를 설립한다"고 말했다. 

12일 대전협 총회 결과 주목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투표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 고려대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무게중심 가는 모양이지만 결론은 알 수 없는 상태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아직은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전공의들이 빠져 나가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전공의들이 빠진 진료과의 필요 인력 및 진료량 등을 진단해 유연한 진료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 여부는 설 연휴가 끝나는 12일 대전협 총회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