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박서영 기자
취재부 박서영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전공의들을 취재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주 80시간제가 현장에서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인기과보다는 기피과에서 그 빈도가 더 잦은 편이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실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의 52%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과목은 흉부외과로, 102.1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차적으로 병원에서 충분한 인력을 뽑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인력증원만으로 해결 가능하지도 않다. 지금보다 나은 전공의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집단은 전공의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전공의들을 대표해 앞으로 나서야 할 대전협이 과연 그들 간 구심점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대전협은 제27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출마자가 없어 후보자 등록 기간을 두 번이나 연장해야만 했다. 어렵게 한 후보가 단독 출마한 끝에 찬·반대 투표를 진행했고, 당선 후 새 집행부가 출범하게 됐다.

무사히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과정을 생각하면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2020년 단체행동 이후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주저하게 됐다는 것은 알고 있따. 그렇다 해도 안 된다는 식의 패배주의가 기저에 깔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현재 국회에는 전공의 연속 수련 시간을 68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전공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를 통과시키려면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공의 처우 개선은 권익 보호라는 개념을 넘어, 궁극적으로 의료 질 향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제도가 실시되든 근간에는 전공의 처우 개선이 자리 잡아야 한다. 뭐든지 기본 뼈대가 단단해야 상부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법이다.

새로 당선된 대전협 박단 회장은 전공의법 개정안에 지속해서 관심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심을 갖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각오를 드러냈으면 한다. 이번 집행부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