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형 양극성 장애 환자 대상 1년간 항우울제 치료 효과 연구
분석 기간 따라 엇갈린 결과에 논란 재점화
국내 전문가 "항우울제 부작용 위험 커…마지막 고려 옵션"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양극성 장애 환자의 항우울제 사용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1년간의 유지 치료 효과를 연구한 결과가 다시 한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양극성 장애는 조증 또는 경조증과 같은 고조된 기분과 우울한 기분이 반복되는 장애로, 조울증으로도 불린다. 기분조절제와 향정신병 약물을 사용해 치료하며 개인 특성에 따라 항우울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극성 장애 환자의 항우울제 사용은 지속적으로 논쟁이 있었다. 항우울제가 양극성 장애 우울증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아직 부족한데다, 조증 또는 경조증으로의 변화 주기를 빠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치료지침은 항우울제 단독 사용을 권하지 않으며, 기분조절제와 병용 시에도 장기 사용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기분장애·불안치료네트워크(CANMAT)와 국제조울병학회(ISBD)의 경우 우울증 완화 후 8주가 지나면 이를 중단하도록 권고한다. 

 

우울증 재발 위험, 전체 기간 분석 시 유의한 차이 없어
초기 6주 제외 분석 시 항우울제군 59% 감소

이 가운데 제1형 양극성 장애 환자의 우울증 완화 후 유지 치료에 항우울제를 사용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다시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대 Lakshmi N. Yatham 박사팀이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NEJM에 실렸다. 

연구팀은 우울 삽화가 완화된 제1형 양극성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항우울제인 에스시탈로프람 또는 부프로피온 유지 치료를 받은 군과 위약군을 비교 연구했다. 모든 환자는 기분안정제 또는/및 2세대 향정신병 약물을 함께 복용했다. 

총 177명의 환자가 항우울제 사용 8주 후 위약으로 전환하거나, 52주 동안 항우울제 치료를 유지하는 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경조증 또는 조증, 우울증, 자살 경향 등 모든 기분 에피소드의 발생이었다. 주요 2차 목표점에는 조증 또는 경조증, 우울증이 발생한 시간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52주차에 항우울제군 28명(31%)과 위약군 40명(46%)에서 1차 목표점이 발생했다. 위약군 대비 항우울제군의 기분 에피소드 발생 위험이 32%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95% CI 0.43~1.10).

그러나 총 52주 연구 중 동일한 치료를 받은 초기 6주를 제외한 분석에서, 두 군간 차이가 더 벌어졌다. 분석 결과 항우울제군의 기분 에피소드 발생 위험이 위약군 대비 40% 더 낮았으며(95% CI 0.37~0.98), 우울증 재발 가능성도 59% 낮았다(95% 0.23~0.72).

연구팀은 앞서 1차 목표점에 초기 6주의 치료 기간을 포함할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전체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Lakshmi N. Yatham 박사는 "52주 동안 지속된 에스시탈로프람 또는 부프로피온 치료는 8주 치료에 비해 유의미한 이점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작위 노이즈로 인해 1차 목표점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며 "대부분의 임상의는 이 연구를 보고 항우울제 보조 요법이 적어도 일부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유익하며,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는 제1형 양극성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항우울제 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시험한 최초의 무작위 통제 연구였다. 그러나 분석 기간에 따라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어느 쪽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 후 쏟아진 외신 보도는 '항우울제가 양극성 장애 환자의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각각 갈렸다. 

"부작용 위험 큰 항우울제, 사용 주의해야"

이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는 양극성 장애 환자의 항우울제 사용에는 여전히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효과 대비 부작용 위험이 큰 만큼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하는 옵션이라는 것이다.

원광대병원 이상열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는 "양극성 장애 환자의 항우울제 사용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현재까지는 되도록 쓰지 말자는 주의"라며 "현장에서 항우울제가 우울 증상 완화 외 유지 치료에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면 우울증이 조울증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래 환자 중에도 타과에서 우울증인줄 알고 SSRI를 처방해 조증으로 스위칭이 일어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임상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처방해야지만 그 전에 다른 약을 처방해보고 마지막으로 항우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컨센서스"라며  "단순하게 약물 비교만으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고 환자 케이스에 따라 상황을 봐야 한다. 해당 연구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에 추가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