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저항성 우울증 이어 주요우울장애 대상 연구서도 가능성 확인
25mg 1회 복용으로 1주차부터 우울증 개선 효과, 6주까지 이어져
오남용 우려 및 임상 연구 설계 어려움 등 과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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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버섯에서 추출되는 환각물질 '실로시빈'이 우울증 치료에 대한 잠재력을 입증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치료저항성 우울증(TRD)에 이어 주요우울장애(MDD) 대상 임상 연구에서도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다만 환각제의 특성 상 남용 가능성이나 임상 연구 설계의 어려움이 과제로 남아 있어 치료제로 승인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로시빈, 1회 투여로 6주간 우울증 개선 효과

JAMA 8월 31일자 온라인판에는 MDD 환자를 대상으로 실로시빈 치료의 효과 및 안전성을 시험한 임상2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우소나 연구소 Charles L. Raison 박사팀은 MDD 성인 104명을 대상으로 6주간 실로시빈 25mg과 니아신 복용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DSM-5 진단 기준에 따라 MDD로 진단된 21~65세 성인으로 최소 60일 동안 중등도 이상의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들이 참가했다.

연구는 2019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미국 내 11개 연구 현장에서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심리적 지원과 함께 실로시빈 혹은 니아신을 1회 복용하도록 1:1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치료 43일차까지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척도(MADRS) 점수 변화였다. MADRS는 0~60점의 범위를 나타내며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증이 심함을 나타낸다. 

주요 2차 목표점은 8일차까지 MADRS 점수 변화였다. 이 밖에 43일차까지 직장과 가정, 사회에서의 기능을 평가하는 SDS(Sheehan Disability Scale) 점수 변화와 MADRS에서 정의한 지속 반응 및 완화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실로시빈군은 치료 8일차부터 우울 증상이 감소하고 그 효과가 43일차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43일차 실로시빈군과 니아신군의 MADRS 점수 변화 차이는 -12.3점으로 실로시빈군의 점수가 더 크게 감소했다(P<0.001). 치료 8일차 MADRS 점수 변화의 차이도 -12.0점으로 실로시빈군의 점수 변화가 니아신군 대비 더 컸다(P<0.001). 

43일차까지의 SDS 점수 역시 실로시빈군이 니아신군 보다 유의하게 큰 변화를 보였다(P<0.001). 

실로시빈은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좋았으며 대부분의 부작용은 경증 또는 중등도였다. 치료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로시빈은 니아신과 비교해 전체 부작용과 심각한 부작용의 높은 비율과 연관이 있었다. 

Charles L. Raison 박사는 "실로시빈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우울증 증상 및 기능 장애의 임상적으로 유의하고 지속적인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며 "이는 심리적 지원과 함께 복용하는 실로시빈이 MDD에 대한 새로운 개입으로 유망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로시빈은 앞서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대상 임상2b상 연구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올해 3월 유럽정신의학협회(EPA 2023)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로시빈 25mg을 복용한 환자의 TRD 주요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TRD 환자 233명이 참가한 해당 연구에서, 실로시빈 25mg 복용 환자의 3주차 MADRS 점수는 증상별로 무각감 1.8점, 표면화된 슬픔 1.7점, 슬픔 1.6점, 나른함 1.6점이 각각 감소했다. 

우울증 중증도 척도(QIDS-SR-16) 점수 역시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슬픈 느낌, 일반적 관심, 에너지 수준, 자신에 대한 견해, 집중력/결정력, 우울함 등 항목이 크게 변화했다.

환각제, 치료제 승인까지 과제는?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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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각제의 일종인 실로시빈은 현재 마약류로 분류된 약물이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오남용 등 다른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그럼에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실로시빈, LSD, MDMA 등의 환각제의 치료제 승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6월 FDA는 정신 질환 및 약물 사용 장애 등의 치료를 위한 환각제 임상시험 지침을 발표했다. 환각제에 치료 잠재력이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약물로 개발하는데 연구자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다. 

해당 지침은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남용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신약 신청서 제출 시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더불어 환각제의 특성 상 전통적인 위약을 대조군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능을 평가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 계획을 세우는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안내했다.

예를 들어 환각제 투여군은 심각한 지각 장애로 인해 기능적 눈가림이 해제될 수 있으며, 위약군의 경우 자신이 치료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해 노시보(nocebo)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조군 설정에 대한 한계는 이번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대조 약물로 쓰인 니아신이 환각제에서 기대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생성하는 약물이 아닌 만큼, 기능적 눈가림이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실로시빈과 니아신 중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 추측하도록 요청하지 않았으며, 연구는 눈가림의 질을 평가하지 않았다.

이에 다른 대조 약물을 사용해 실로시빈 임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약물 안전 및 효과 센터 Caleb Alexander 박사는 "참가자가 치료군이나 대조군에 배정됐는지 여부를 모호하게 할 수 있는 활성 대조군의 사용을 보고 싶다"며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벤조디아제핀 또는 다른 약물을 사용해 어떤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더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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