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성심병원 이형민 교수 "응급실 뺑뺑이 예방하려면 소청과 붕괴 막는 게 급선무"
국제성모병원 송명제 교수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 줄이려면 환자 자기 분담금 확실하게 높여야"
서울대병원 김도균 교수 "소청과에 긴급 자금 투여해야 할 시기"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소아 환자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이 나오지만 결국 소아청소년과가 정상화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소청과가 붕괴되면서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소아환자 진료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림대성심병원 이형민 교수(응급의학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는 지금도 응급의학과 의사가 소아 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경증 환자는 응급실에서 치료하면 대부분 해결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중증 환자다. 중증 환자는 결국 입원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데, 병원에 소청과 의사가 없다면 응급실에서 진료해도 또 소청과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소청과 붕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증 환자로 꽉찬 응급실 비우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문제가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제성모병원 송명제 교수(응급의학과)는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문제만 해결해도 문제는 수월해질 것이라 말한다.

송 교수는 "현재 응급실에는 경증, 중증 등을 구분하는 게이트키핑 역할이 전무하다. 대부분 소아응급환자가 모두가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그래서 응급실에는 경증 소아환자가 가득차 있다"며 "응급실에는 입원 대기 환자가 꽉 차 있고, 진짜 응급 환아는 응급실 안으로 들아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증 환아를 지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보내고, 중환자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게 하려면 응급실에서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송 교수는 "현재의 본인부담금 실효성은 거의 없다. 응급의료 관리료를 환자가 체감할 수 있게 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도균 교수(소아응급의학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응급진료특별위원장)도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너무 많아 중증 환자 진료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증환자 대부분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몰리다 보니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당연히 병실도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환자 문의가 왔을 때 "입원은 안 되는데 그런데도 진료는 보시겠어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아 중증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경증 환자를 지역응급의료센터로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보호자 교육도 더불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응급실 본인부담금을 올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해 경증 환자가 아닌 치료가 시급한 응급환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경증환자의 대학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회장은 "응급실에서 경증과 중증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경증이라는 것을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이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 또 언성도 높아지 수 있다"며 "실비보험 등이 있어 자기부담금이 부담스럽지 않은 환자들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소청과에 긴급 자금 풀어야 할 시기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소청과에 긴급자금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할테니 소청과 의사들이 와서 일을 하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관리료를 올리는 것보다 지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응급관리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회 등 모두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임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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