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겔러티·아조비, 까다로운 급여 조건에 처방률 뚝
릴리·일동제약 레이보우, 심평원과 약가 협상 안갯속...비급여 판매나서
"국내 편두통 신약 접근성, 해외 대비 떨어져"...제도 개선 목소리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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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가 있는 편두통 신약들이 등장했지만, 보험급여권 범위 내에서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 한독테바 아조비(프레마네주맙)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항체를 표적하는 약제로, 편두통 치료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현재 두 약제는 급여가 적용돼 성인 만성 편두통 예방 환자에게 동일한 약가로 판매되고 있지만, 까다로운 부합 조건으로 인해 처방률은 낮은 상황이다.

세로토닌(5-HT) 수용체에 작용하는 릴리와 일동제약의 레이보우(라스미디탄)는 보험급여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레이보우는 혈관수축에 의한 심혈관계 부작용 없이 편두통 통증 소실 효과가 지속되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책정한 낮은 약가로 인해 급여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두통학회 임원진들은 CGRP 항체 치료제의 급여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편두통 환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 레이보우 등 다양한 신약을 급여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앰겔러티·아조비, 까다로운 급여 기준 탓에 환자 접근성 '바닥'
두통학회 "급여로 1달에 1명 처방도 어려워...편두통 유병기간 3개월로 낮춰야"

일라이 릴리가 개발하고 SK케미칼이 공동판매 중인 앰겔러티는 2019년 9월 성인 편두통 예방 적응증으로 국내 허가를 취득했다.  편두통 예방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로 급성 편두통이 완화되지 않았던 환자에 효과를 보이는 임상데이터까지 확보했다.

이 같은 효과를 통해 앰겔러티는 CGRP 항체 치료제 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험급여권에 진입하게 됐다. 약가는 29만 5250원으로 비급여 처방 시 60만원가량이던 환자 부담이 3분의 1로 줄었다.

CGRP 항체 편두통 치료제 릴리 앰겔러티/한독테바 아조비
CGRP 항체 편두통 치료제 릴리 앰겔러티/한독테바 아조비

한독테바와 종근당이 국내 판매에 나서는 아조비 역시 임상에서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월간 편두통 발생일수를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아조비는 지난 1월 앰겔러티와 동일한 급여 조건을 승인받았다. 

다만, 까다로운 급여 부합 조건으로 인해 두 약제에 대한 접근성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앰겔러티와 아조비를 급여로 처방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 중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 △투여 시작 전 편두통장애척도(MIDAS) 21점 이상 또는 두통영향검사(HIT-6) 60점 이상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 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여야 하는 등 복잡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처방이 이뤄져도 최대 투여기간은 12개월이고, 투여 시작 후 3개월마다 반응평가, 두통일지 작성 등을 진행해야 한다.

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신경과, 대한두통학회 회장)는 "편두통 환자가 100명 이상 내원해도 급여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는 1건이 안 된다. 한달에 1명도 해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조건 자체가 까다로워 중도 탈락 환자도 많다. 비급여 처방이 9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CGRP 항체 치료제를 사용해도 12개월까지만 급여가 가능해 환자 상태가 좋아져도 치료제 투여 중단 후 편두통을 한 달 평균 15일 이상 6개월간 앓아야 다시 급여가 가능하다"라며 "여러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 투여 중단 후 3개월 내에 편두통이 재발한다고 나타나는데, 다시 급여로 투여 받기 위해선 억지로 통증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만성 편두통 기준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최근 1년 이내 실패한 편두통 약제를 고려할 때 현행 9개에서 17개로 확대하는 등 급여 조건을 완화해야 환자 접근성이 올라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세브란스병원 주민경 교수(신경과, 대한두통학회 차기 회장) 역시 급여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주 교수는 "초기 영국의 급여 기준에 따라 두통일기를 엄격하게 쓰는 것으로 국내 기준을 설정한 것 같은데 영국 급여 기준도 변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수정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에서는 준비가 돼 있지 있은 상황"이라며 "이미 대부분 편두통 치료제를 사용해 실패했는데도, 현 급여조건에서는 새로운 치료제가 아닌 이전에 급여 허가된 치료제만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 첫 투여 시 고려하는 급여 기준에서 편두통 유병기간을 3~4개월로 낮추고, 투여 1년 이후 다시 치료제를 급여로 적용할 때도 유병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 약이 실패한 경우에 다른 약으로 바꿔도 급여를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개원가에서의 CGRP 항체 치료제 사용이 적어 편두통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주로 몰리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두통으로 통증이 심해진 경우 가까운 1차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개원가 의사들이 CGRP 항체 치료제 투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투여비 4천원 외에 보관비 등 약제비에 대한 수가가 없고 의무기록, 두통일지 작성 등에 있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약가 협상 '난항' 레이보우, 트립탄 대비 이점 

'급여 필요한 약제'라고 한목소리

릴리·일동제약 편두통 치료제 레이보우

레이보우는 미국 콜루시드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편두통 치료제다. 해당 약물은 뇌, 척수에 있는 5-HT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전달 경로를 방해한다.

일동제약은 콜루시드와의 계약을 통해 2013년 해당 치료제에 대한 국내 판권을 확보해 지난해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글로벌 판권은 콜루시드를 인수한 릴리가 갖고 있다. 

레이보우는 편두통 증상 소실 효과는 있으면서 기존 트립탄 계열 치료제가 갖고 있는 혈관수축에 의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레이보우의 보험급여 등재가 무난할 것으로 보였지만, 약가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레이보우에 대해 '평가 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가능'이라는 조건부 급여적정성 평가를 내렸다.  

제시한 약가를 판매사가 수용하면 급여가 가능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도 심평원과 회사 측이 생각한 약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릴리와 일동제약은 지난해 8월 약평위가 제시한 상한금액을 불수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기존 트립탄 계열 치료제들이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긴 하지만 협심증, 뇌경색 환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사용이 불가하다.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들에게는 기존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이와 반대로 레이보우는 혈관 수축에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 있어 사용가치가 높은 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이보우 외에도 앞으로 국내에 들어올 신약들을 고려하면 회사의 헌신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합리적인 약가가 설정돼야 환자도 사용할 수 있고 회사도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편두통 환자 중에서는 증상이 심해 군대를 못가기도 하고 퇴사를 하기도 하는 등 삶의 질이 매우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두통 환자들의 두통 증상 완화로 사회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편두통 증상 완화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약 값보다 훨씬 높다"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신약과 기존 약제가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번 급여권에 속하면 약가가 오르지 않는 구조다. 개발사가 초기에 저렴한 약가를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라며 "신약 약가를 책정할 때 국내 허가된 약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국가와도 비교해 비슷하게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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