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하위법령 나왔지만 현장은 우려감 더 높아져
촬영거부 6개 항목에 대해 대체로 긍정평가 속 개원가 배려 부족 지적
개인정보 보안 문제 및 설치비용 부담 등은 여저히 숙제로 남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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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됐지만, 현장에서는 우려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촬영 거부 6개 항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원가 배려 부족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시스템 보안문제, CCTV 설치를 위한 비용 부담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4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료계 및 병원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에 반영,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제34조 2부터 제34조 11까지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에 대해 규정했다.
 

수술실 CCTV 촬영 예외 6개 항목 의료계 의견 반영 긍정 평가

시행규칙 입법예고안를 접한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그동안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위한 하위법령 개정 협의 과정에서 의료계가 요구했던 일부가 반영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술실 CCTV 설치가 긍정적인 작용보다 위험성이 높다는 입장은 견지했다.

김 대변인은 "의료계는 수술실 CCTV가 과잉 통제의 빌미가 될 수 있고, 기기 설치를 위한 비용 부담 등은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국민들 역시 이번 하위법령에 대해 부족한 부분(촬영 거부 6개 항목)은 오해의 소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의협은 CCTV 설치를 위한 하위법령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더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6일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 환자 시술 장면이 등 영상 정보가 인터넷에 불법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술실 CCTV에 대한 보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술실 CCTV 저장장치는 네트워크망과 분리돼 운영된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CCTV 영상 정보의 유출 위험성이 최근 모 성형외과에 발생했다"며 "의료기관이 아무리 보안 절차를 마련하고, 시스템적으로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범죄 의도를 가지면 얼마든지 유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성형외과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안협의체서 영상유출 보안 및 설치 비용 문제 논의 필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수술실 CCTV 관련 보완 문제와 기기 설치를 위한 비용 부담 문제를 논의 의제로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이연 대변인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비용 일부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원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감시를 당하는 입장인 의료기관이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세계 어느 직장에서 감시받으면서 일하는 것을 원하느냐?.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은 것이 수술실 CCTV"라고 비판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 역시 CCTV 보안 문제 및 비용 부담을 가장 우려했다.
특히, 촬영 거부 6개 항목은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환자들과 갈등의 소지는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위한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보완한다고 했지만 보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규정에 따른 보안 및 정보 관리를 하더라도 범죄 의도를 가진자에 의해 기술적으로 유출될 경우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형병원도 아닌 중소병원의 입장에서는 그런 방어막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다"고 지적했다.
 

중소병원 CCTV 보안 시스템 구축과 설치비용 부담 어려워 

이성규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따른 보안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대학병원들도 어려워 하는 실정에서 중소병원들이 적정한 비용 지원 없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문제 해결과 의료기관 비용 지원이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의료기관이 수술실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6개 항목에 대해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따라 제도 성패가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촬영 거부 6개 항목이 구체적이지 않고, 제한적 부분이 있어 현장에서 환자들과 의료진 간 또 다른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수술로 홍역을 앓았던 정형외과들은 수술실 CCTV 의무설치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영화 법제이사는 수술실 CCTV 자체가 모순적이라며, CCTV 설치의 근본목적이 환자안전인데 오히려 환자 생명을 살리는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법제이사는 "의료진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대 역량을 발휘할 때 CCTV를 의식하게 되면 최선의 진료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시행규칙에 6개 촬영 거부 조건이 있지만 대부분 대형병원 대상이며, 중소병원과 개원가는 해당사항이 없어 의료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 CCTV는 소탐대실하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예산 편성 등 깊은 고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촬영 거부 항목에 개원가 10분 전후 수면마취 포함해야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논의가 시작될 당시부터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이태연 전 정형외과의사회 회장도 우려감과 함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 전 회장은 "하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6가지 촬영 거부 규정은 대부분 개원가와 관계가 없다"며 "개원가에서는 거부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협은 그동안 정맥마취 등 10분 전후 수면마취도 거부사유에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며 "개원가는 전신마취 이외 마취 시간이 짧은 수면유도제의 정맥마취 등 진정마취 등은 촬영 제외를 요청했지만 안됐다. 앞으로 의협을 통해 개원가 입장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6가지를 열거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호 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이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 제2조에 따른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이며, 다만 지도전문의는 판단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촬영을 거부할 수 있으며, 천재지변 및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도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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