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 24일 개최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 소개
인플루엔자·폐렴사슬알균·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대상포진 등 권고안 개정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24일 엘 컨벤션에서 열린 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Updated guideline for adult immunizat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24일 엘 컨벤션에서 열린 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Updated guideline for adult immunizat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상포진 예방에 생백신과 재조합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는 가운데, 재조합 백신을 우선 접종하지만 생백신 사용 가능성을 남겨야 한다는 데 학계 의견이 모였다. 

대상포진 백신의 예방 효과와 지속성 측면에서 재조합 백신의 장점이 명확하지만 비용 효과를 고려한다면 생백신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학계 의견은 현재 개정 중인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24일 엘 컨벤션에서 열린 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Updated guideline for adult immunization'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개정 중인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 내용을 소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개정되는 성인 권고 백신은 △인플루엔자 △폐렴사슬알균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대상포진 △인유두종바이러스 △수막알균 △공수병 등이며, 코로나19(COVID-19) 백신 관련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강화된 인플루엔자 백신 등장

업데이트되는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 중 인플루엔자 백신 권고안에는 강화된 인플루엔자 백신(enhanced influenza vaccine)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권고안에 등장하면서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강화된 인플루엔자 백신은 백신 접종에 대한 면역시스템 반응을 강화시켜 면역노화(immunosenescence)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2019년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서는 6개월 이상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권고했다. 단, 백신 공급이 제한적이라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시 합병증 발생 고위험군 그리고 고위험군에 인플루엔자를 전파시킬 위험이 있는 사람 등에게 우선 접종하도록 명시했다. 특정 인플루엔자 백신을 특정 대상에게 먼저 접종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2022년 ACIP 미팅에서 65세 이상 고령에게 가능하다면 △4가 고용량 불활성화 인플루엔자 백신(HD-IIV4) △4가 재조합 인플루엔자 백신(RIV4) △4가 면역증강제 함유 불활성화 인플루엔자 백신(aIIV4) 등 고용량 또는 면역증강제 함유 인플루엔자 백신 중 하나를 우선 접종하도록 주문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이 같은 백신 접종 권고안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들 백신 접종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해진다면 같은 고민을 해야 하기에, 개정되는 가이드라인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폐렴사슬알균 백신 PCV15·PCV20 국내 도입 준비해야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폐렴사슬알균 백신인 PPSV(Pneumococcal polysaccharide vaccine)23을 1회 접종하거나 PCV(Pneumococcal conjugate vaccine)13과 PPSV23을 순차적으로 1회씩 접종하도록 주문했다.

그는 "지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PCV13과 PPSV23이 가진 특성 그리고 혈청형(serotype) 범위 등 차이를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여야 할지였다"며 "PCV13는 면역학적으로 장기간 유지되고 면역기억 등에서 더 낫지만, 국내에서 발표되는 감시 데이터를 보면 PCV13과 PPSV23의 혈청형 범위 차이는 최소 20%로 PPSV23이 더 높았다. 이런 측면에서 한 가지 백신 접종만으로 충분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 연구에서 비용 효과성은 PCV13이 나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PCV13과 PPSV23을 고위험군에게 일괄적으로 권고하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PCV15과 PCV20 등장에 따라 두 백신이 ACIP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ACIP는 PCV13 대신 PCV15를 쓰고 PPSV23은 특정 상황에서 접종하거나 PCV20은 한 번만 맞는 것으로 권고했다.

PCV13과 PCV15의 면역원성을 보면, 공유하고 있는 혈청형에 대해서는 비열등했고 공유하고 있지 않은 혈청형에 대해서는 PCV15이 우월성을 보였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PCV15에서 통증이 더 많이 보고됐다.

PCV13과 PCV20의 면역원성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는 PCV15와 PCV20이 도입되지 않았다. 이에 국내 임상에서는 2019년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폐렴사슬알균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PCV15와 PCV20이 국내에 도입됐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 전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PCV15과 PCV20 모두 도입되지 않았다. 내년 또는 내후년에 국내 사용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이 때문에 PCV15와 PCV20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국내에 적용할 수 없으므로, 2019년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폐렴사슬알균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 PCV15와 PCV20이 들어온다면 ACIP와 동일하게 권고안을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고안 마련 시 국내 발생 폐렴사슬알균의 실제 혈청형과 성인에서의 특징 등에 대한 자료가 중요하며, 비용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며 "감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백신의 혈청형 그리고 실제 발생하고 있는 폐렴사슬알균의 혈청형 간 차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Td·Tdap 백신, 혼용 사용 가능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백신 접종을 임신부에게 권고했던 2019년 가이드라인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 임신부는 신생아의 백일해 예방을 위해 임신 27~36주에 Tdap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그는 "2019년 가이드라인 개정 당시 고민했던 것이 임신부에서 Tdap 백신 접종이다. 이전에는 임신부에게 정기적인 접종을 권고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발표되는 데이터에서 Tdap 백신 반복 접종의 안전성, 효과 등이 확인돼 권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임상에서 Tdap 백신 접종이 늘자 Td 백신에 백일해 백신만 추가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백신을 혼용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이에 재접종 시 Td 대신 Tdap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고 실제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예측 가능한 이상반응과 중증 이상반응은 두 백신 간 차이가 없었다. 또 임신부에게 재접종 시 발생하는 위험이 크게 없었고 항체가(antibody titer)도 괜찮은 결과를 보여줬다"면서 "국내에서도 Td와 Tdap 백신을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백신을 계속 갖고 있지 않아도 접종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24일 엘 컨벤션에서 열린 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Updated guideline for adult immunizat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24일 엘 컨벤션에서 열린 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Updated guideline for adult immunizat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권고 연령 낮아질까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가장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진 백신은 대상포진 백신이다.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 60세 이상은 금기사항이 없는 한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50~59세에서는 개별 피접종자의 상태에 따라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는 "2019년 당시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2개가 개발됐었지만 국내 출시가 확정되지 않아 생백신만 가이드라인에서 다뤘다"며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미국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해 2018년과 2021년 두 번 접종 권고안이 발표됐다. 미국은 2021년에 50세 이상과 마찬가지로 19세 이상 면역결핍 또는 면역억제 성인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2021년 승인받았다. 만 50세 이상 성인에게 사용하도록 허가받았고, 만 18세 이상에서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또는 면역억제로 인해 대상포진 위험이 높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사용하도록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적응증을 가이드라인에 어떻게 담을지가 고민이라는 게 최 교수 설명이다. 적응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연령에 대한 권고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이 50세 이상에서 허가받았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50~59세의 경우 환자와 의료진 상의를 통해 백신 접종을 결정하도록 낮은 강도로 권고했다"며 "ACIP에서는 2018년 당시 50세 이상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대상포진 생백신을 50세 이상에게 접종해왔고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중증 면역저하자에게는 대상포진 생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대상포진 생백신 장기간 효과는 9~11년이 지난 이후에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진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전체 연령에서 97.2%의 효능을 보이며 대상포진 생백신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을 평가한 연구에서도 최근 10년까지 8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유지됐다.

그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백신 자체가 가진 예방 효과 및 지속성 측면에서 재조합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단, 대상포진 생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비용 효과적이었다. 대상포진 생백신 효과와 비용 효과 등을 고려해, 생백신을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장에서 가격 경쟁하는 대상포진 백신이 등장하면서 기존 백신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면서 "한 가지 백신을 많이 접종하는 형태보단, 재조합 백신을 우선 접종하지만 생백신 사용 가능성을 남겨둬야 한다는 게 현재 학계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데이트 중인 2023년 대한감염학회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은 6월 대한감염학회 학회지 및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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