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부인과醫, 필수의료 몰락 분만 인프라 붕괴 자초 책임 엄중히 물을 것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회 법사위는 최근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와 착한사마리아인법을 제2소위로 회부한 가운데, 산부인과의사들이 분만 인프라 붕괴를 외면한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3일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를 골자로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응급처치 형사처벌 면제가 내용인 착한사마리아인법을 제2소위로 회부했다.

제2소위 회부는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예산 다툼이 있고, 착한사마리아인법은 기존 형벌체계의 예외가 발생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7일 '필수의료의 몰락,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끊임없이 외면한다면 그 죄를 물을 것이다'라는 성명을 통해 두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기재부 황순관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와 관련해 법안을 실행하기 위해 드는 예산이 1~2억원 사이이며, 의료사고 자체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기존 판례가 무과실 의료사고라도 의료기관 분담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와 의사협회가 배분 비율을 다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황 심의관은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분담책임이 있는데도 국가가 100% 피해를 보전하는 것은 원칙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의사회측은 "과실이 없음에도 분만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를 죄인 시 하고 채임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황 심의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담책임을 강권한 것이 잘못이며, 심히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분만 자체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를 동반하는 의료행위라는 것이 의사회측의 주장이다.

선진국도 분만 10만건당 15명의 산모가 사망하고 있다.
한국은 1년 간 약 30만명의 신생아가 출생하고 있어 40~50명의 산모는 의료인의 과실이 없어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측은 "과실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다"면서도 "과실이 없는데도 분만한 의사라는 이유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간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증가율은 산부인과가 가장 낮으며, 전문의의 평균 연령도 53세로 모든 진료과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과 낮은 수가,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 형사처벌과 수억원 대 민사소송으로 인해 분만이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 수는 지난 10년간 30%이상 가모했다.

2020년 12월 기준 국내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23곳,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42곳에 이른다.

특히 전체 신생아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위험 산모는 증가하고 있어 분만의 위험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전국 산부인과 의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전문의는 42.4%로 조사됐다.

분만을 하다 그만둔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산과 의사의 감소는 모성 사망 증가로 이어지며, 국내 평균 모성 사망비는 10만명당 12.29로 OECD 평균 대비 1.5배 높았다. 또 분만 취약지에서는 모성 사망비가 더 높았다.

지난 법사위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외과도 리스크가 있고, 불가항력적인 사망이 있을 수 있다"며 "대부분은 주의의무를 다해 피해를 받지 않지만 법정싸운 자체가 너무 힘들다, 필수의료 자체를 지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고 답변했다.

복지부가 필수의료과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불강항력적 의료사고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측은 "정부의 신속하고 확실한 재정 투자도 모자랄 판에 1~2억 사이 예산이 협의되지 않았다고 제2소위로 회부한 태도에 상실감 매우 크다"며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와 착한사마리아인법의 빠른 통과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시 외면한다면 필수의료의 몰락,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자초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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