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브레이트, 중성지방 관리 필요성에 따라 스타틴 병용 파트너로 주목받아
당뇨병 환자 심혈관계 사건 예방 두고 상반된 연구 결과 발표
국내 전문가 "피브레이트·중성지방 관리 중요성 평가절하되고 있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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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가 지질 관리를 위해 피브레이트를 복용해야 할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성지방을 낮추는 피브레이트는 LDL-콜레스테롤 뿐만 아니라 중성지방 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스타틴 병용 파트너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피브레이트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을 예방하는지를 두고 상반된 결과가 발표되면서 피브레이트를 통한 중성지방 조절이 필요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페노피브레이트 심혈관계 사건 위험↓

피브레이트가 심혈관계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약제는 페노피브레이트다. 

페노피브레이트는 서양인 대상 대규모 연구인 ACCORD-Lipid와 FIELD에서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두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의 중성지방 수치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두 연구에 참여한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당뇨병 환자군만 하위분석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토대로 페노피브레이트가 스타틴을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의 장기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한 환자군은 치료받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심혈관계 사건 또는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이는 2019년 발표된 ECLIPSE-REAL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ECLIPSE-REAL은 건보공단 건강검진 코호트를 토대로 대사증후군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로,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 시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더 큰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를 얻었다.

이러한 근거들은 페노피브레이트를 당뇨병 환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PROMINENT,

페마피브레이트 중성지방 낮추지만 심혈관 혜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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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브레이트가 당뇨병 환자 지질 관리에 필요하다는 긍정적 분위기는 또 다른 피브레이트인 페마피브레이트의 임상3상 PROMINENT 결과가 발표되면서 달라졌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페마피브레이트 복용에 따른 중성지방 개선 효과가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NEJM 지난해 11월호에 실렸다.

PROMINENT 연구에는 중성지방이 200~499mg/dL인 경도~중등도 고중성지방혈증이고 HDL-콜레스테롤이 40mg/dL 미만·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미만인 당뇨병 환자 1만 497명이 모집됐다. 95% 이상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었다. 전체 환자군은 페마피브레이트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4개월째 지질 수치는 페마피브레이트군이 위약군 대비 △중성지방 26.2% △초저밀도지단백(VLDL)-콜레스테롤 25.8% △잔여 콜레스테롤 25.6% △아포지단백C-III 27.6% 등 감소했다. 아포지단백B는 페마피브레이트군이 위약군보다 4.8% 늘었다. 

1차 유효성 목표점으로 비치명적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관상동맥 재개통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3.4년(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페마피브레이트군의 중성지방 수치는 위약군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치료에 따른 1차 목표점 발생 위험 차이는 없었다(HR 1.03; 95% CI 0.91~1.15). 

이러한 결과는 스타틴을 1차 약제로 복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성지방을 낮추는 피브레이트가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지 못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뿐만 아니라 심혈관 건강을 위해 중성지방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국내 학회 "중성지방 200mg/dL 지속 초과 시 피브레이트 고려"

연구 결과가 엇갈리면서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DMJ 1월호에 실린 '국내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 관리' 합의 성명을 통해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논란이 있다고 명시했다.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에 대해서는 생활습관 교정 및 스타틴으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에 도달한 이후 중성지방이 200mg/dL을 지속적으로 초과한다면, 중성지방을 낮추기 위해 피브레이트 또는 오메가-3 지방산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피브레이트는 대사장애 해결 약…중성지방 조절 안 되면 장기 복용해야"

피브레이트가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옵션인지 정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발표된 연구들에 대한 전체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임상연구에서 피브레이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이유로 약제와 중성지방 관리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되서는 안된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강북삼성병원 이은정 교수(내분비내과)는 "중성지방이 많이 높으나 피브레이트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가 췌장염이 심해져 입원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후 중성지방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임상연구 결과와 관계없이 피브레이트를 복용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브레이트를 중성지방을 낮춰 심혈관계 사건을 예방하는 약제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양대 명지병원 이재혁 교수(내분비내과)는 "LDL-콜레스테롤 입자와 달리 중성지방은 혈관에 직접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대사장애를 유발한다"며 "피브레이트는 중성지방을 낮추는 약제가 아닌, 당뇨병 환자의 대사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간 투약해야 하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중성지방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피브레이트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며 "특히 비만하거나 지방간이 있고 중성지방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피브레이트를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단, 당뇨병이 없는 환자는 오랫동안 투약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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