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인상 예고에 SK바사 백신 경쟁력↑주장
업계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백신주권 갖추기 위한 정부 지원 목소리 커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COVID-19) 백신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의 백신주권이 다시 한 번 위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격은 시장에서의 여러 이점 중 하나일 뿐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수차례 재현될 전 세계 감염병 창궐 상황에서 이른바 '백신 주권'을 가지려면 업계의 각성과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화이자, 백신 가격 4배 인상 예고...모더나도 덩달아 인상 계획

최근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4배가량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모더나도 조만간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을 1도즈 당 110~13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계약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단가는 1도즈당 30달러로, 약 4배 인상되는 셈이다.

모더나 역시 코로나19 mRNA 백신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로써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가격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접종되는 폐렴구균백신(141달러), 간염 백신(145달러), 대상포진백신(205달러) 등과 맞먹게 된다.

화이자의 이번 결정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백신 공급 관련 방침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올해 가을부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을 정부 차원에서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개인이 각자 가입한 의료보험을 통해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개인 부담이 없었던 국가 중심의 변화가 전망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접종 유료화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무상 접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올해 3조 269억원 규모였던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 시행 관련 예산은 내년에 9318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게 반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화이자의 국내 공급가격의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대다수 인구가 1, 2차 기초 접종을 마쳤고 코로나19가 풍토병화 되면서 팬데믹의 시급성이 해소됐지만, 접종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1차와 2차 접종은 같은 종류의 백신으로 접종하는 게 원칙이고, 추가 접종 역시 mRNA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는 동일한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게 권고되는 만큼, 일정적인 수요가 지속되는 셈이다.

 

반복되는 팬데믹 사태...가격이 경쟁력?

이런 가운데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체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백신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은 국내에서 mRNA 백신 금기·연기 대상자이거나, mRNA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1,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가격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올해 초 질병관리청과 1000만도즈를 2000억원에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미루어볼 때 1도즈당 약 2만원(14달러)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가격은 화이자 백신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더 확대돼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가격은 여러 경쟁력 중 하나일 뿐 시장 장악의 핵심은 되지 못한다. 이는 코로나19 백신과 가격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상포진 백신 국내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글로벌 제약사 제품과 국내 제약사 제품이 경쟁을 펼치는 상황까지 코로나19 백신 시장과 비슷하다.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MSD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 두 제품이 약 6대 4의 비율로 양분하고 있다. 2021년 조스타박스는 2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기간 동안 스카이조스터는 182억원을 기록했다.

스카이조스터는 조스타박스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비열등성을 입증했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이자 백신의 가격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스카이코비원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만큼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격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 핵심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주권의 핵심 '제품 경쟁력'...정부 지원 늘려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가격으로 싸울 게 아니라 제품력을 높여야 백신주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백신 수급이 어려웠던 것을 생각해보면 자체 백신을 가진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며 "가격을 내세울 게 아니라 꾸준한 연구개발로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자 개발은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은 외부와의 협력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산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백신주권까지 가지려면 정부의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당시 미국은 백신 개발에 10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7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받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주도, 4년여가 소요되는 전체 임상시험 과정을 6개월로 단축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야기가 달랐다. 신종플루부터 시작해 전 세계적 팬데믹이 발생할 때마다 여러 국가에서 백신을 구걸하는 사태를 반복했다.

이에 정부는 국산 1호 백신 개발, 백신 5대 강국 도약 추진을 슬로건으로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을 발표, 5년 동안 2조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럼에도 백신주권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규모는 커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또 다른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만 수조원을 투자했다. 한국도 연구개발 투자의 양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아울러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정책 수립도 신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나 대응이 늦어 개발이 지연되는 것을 막으려면 개발에 필요한 시간 만큼 정책과 투자도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